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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부리

뉴스룸 강동원 덕분에 눈이 행복했던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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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JTBC <뉴스룸>에서는 TV에서 정말 보기 어려운 인물이 나와 큰 화제를 모았다. 





무려 배우 강동원이 11년만에, 그것도 뉴스 생방송에 출연한 것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시기를 제외하곤 배우로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것과는 달리, 강동원은 그가 출연한 영화 아니고서는 도통 얼굴을 보기 힘든 신비주의 스타에 가까웠다. 


때문에 강동원이 <뉴스룸> 생방송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밖에. 설령 영화 홍보 차원에서 출연한 것이라고 해도 이건 강동원의 배우 역사상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다!! (물론 <뉴스룸>은 강동원뿐만 아니라, 그동안 출연했던 인물들 모두 화제를 모았긴했다.) 





그간 <뉴스룸>을 찾았던 몇몇 유명인사들 중에서 기존의 생방송이 아닌 녹화를 선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동원은 오랜만의 TV 출연임에도 불구, 생방송 출연을 택하였다. 이유는 손석희 앵커와 제작진들이 자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빼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그런지 방송 도중 손석희 앵커가 강동원이 녹화가 아닌 생방송을 택한 것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11년만의 TV 출연, 그것도 생방송에 출연한 강동원은 한눈에 봐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15분 남짓 진행된 인터뷰는 비교적 무난하게 이어졌다. 





역시 강동원하면 빠질 수 없는 외모 질문.  스타이기 이전에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비주얼 때문에 연기력이 가려진다는 평가에 속상할 법도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걸 깨는 게 제 역량이고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강동원. 그래서 계속 소처럼 영화를 찍는 지도 모른다. 


손석희 앵커처럼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던 나에게 강동원은 내 또래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는 스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배우 강동원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있었다. 2주 전 이명세 감독의 <M>(2007)을 다시 봤는데,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기괴한 미장센과 몽롱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미처 보지 못했던 주인공 강동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M>에서 강동원이 맡은 한민우는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갖춘 남자다. 잘생긴 외모, 천재 베스트셀러 소설가, 부유한 미모의 약혼녀 등등등. 그런데 한민우는 극심한 불안증을 앓고 있다. 곧 발표할 신작 소설 집필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커보이지만, 멀쩡하다가도 순간 분열 증세를 일으키는 한민우는 그야말로 위태로워 보인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정훈희의 '안개' 탓인지 <M>은 마치 2007년 버전으로 리메이크된 김수용 감독의 <안개>(1967)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김수용의 <안개>는 김승옥이 1964년 발표한 소설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며, 김승옥이 직접 영화 각색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돈많은 부인(혹은 약혼녀) 덕분에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과거를 통해 자신이 겪고있는 근원적인 고통을 해소하고자하는 미남자의 이야기. 여러모로 <안개>와 공통분모가 많은 <M>은 <안개>가 그렇듯이 결코 쉽게 다가오는 영화는 아니다. 특히나 <M>의 강동원은 <안개>의 신성일보다 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정신분열 상태를 표현해야내야한다. 그런데 강동원은 이 어렵고도 난해한 캐릭터를 아무런 무리없이 깔끔하게 해낸다. 그런데 영화 자체에 대한 극단적인 호불호 때문에 정작 강동원이 보여줬던 인생연기는 쓸쓸히 묻혀야했다. 





다시 <뉴스룸>으로 돌아와, 강동원은 15분 남짓 손석희 앵커와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영화' 였다. 강동원이 <뉴스룸>에 출연한 계기 자체가 5일 개봉을 앞둔 <검은 사제들> 홍보 일환이었기 때문에 <검은 사제들>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두 사제가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한다는 줄거리. 한국 최초 본격적인 엑소시즘 표방 등등. 영화를 둘러싼 별다른 새로운 내용이 언급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강동원이 영화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니, 갑자기 별반 관심도 없던 <검은 사제들>이 확 땡긴다. 이것이 강동원의 힘일까, 아님 <뉴스룸>의 힘일까. 


누군가에는 유난히 짧게 느껴질 15분. 하지만 연기가 갈수록 더 재미있게 느껴져, 관객들에게 더 좋은 연기를 보여 드리고 싶고, 상업영화배우로서 영화를 만드는 분들에게 실망시키지 말아야한다는 책임감에 더 열심히 연기에 임한다는 강동원이 배우로서의 소신과 생각을 드러내는데 있어서는 결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말로만 배우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논하는 것이 아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배우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의 발언에 믿음이 가는지도. 





아무쪼록 강동원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눈이 행복했던 <뉴스룸>은 미처 스튜디오를 나갈 타이밍을 놓쳐(?) 결국 다음날 일기예보까지 알려준 친절한 동원씨로 유쾌하게 마무리 되었다. 일기예보가 끝나자마자 머리를 쥐어잡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강동원의 역사적인 TV 출연을 지켜본 수많은 소녀들을 위한 팬서비스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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