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비상:태양 가까이>란 제목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영화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는 비(정지훈), 신세경, 유준상, 이하나, 김성수, 이종석, 조성하, 오달수, 정석원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현재 비와 대치되는 역할을 맡은 유준상이 KBS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연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기에, 주연 비의 군복무로 인한 부재에도 불구 <알투비> 홍보에 큰 호재로 작용하는 행운을 선사합니다.




 

공군 비행기 조종사의 애환을 다룬 영화답게 <알투비>의 주 배경무대는 공군 비행장과 하늘입니다. 국내에선 시도조차도 힘들었던 실감나는 항공 촬영을 위해 <다크 나이트>, <인셉션> 등 웰 메이드 블록버스트에 참여한 실력 있는 항공 촬영팀 울프에어와 함께한 만큼, <알투비>는 예상했던 것보다 할리우드 고공 액션과 별반 차이가 없는 비주얼, 속도, 쾌감을 제공합니다.

 

개봉 전 우려했던 공중 액션 씬과는 달리 정작 <알투비>의 문제점은 빈약한 스토리 라인입니다. 천재 공군 대위 조종사로 변한 비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오달수, 정경호 등 명품 감초들이 적재적소 웃음을 선사했기에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도 비교적 재미있는 장면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코미디로 갔다가, 뭉클한 가족애를 강조했다가, 반공영화로 흘려가는 조짐이 보이면서 갑자기 미국의 명령을 거부한 채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가는 정체불명 뒤죽박죽 전개는 실제 조종사 연기를 위해 중력훈련까지 감행한 배우들의 투혼을 아쉽게 합니다.

 

허나 한국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장르였기에 첫 시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에서나 봄 직한 전투기 추격 액션을 원만히 그려낸 것은 <알투비>가 이뤄낸 놀랄 만한 성과입니다.




 

이제 처음 시작이기에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비교적 만족스러웠던 비행기 추격전, 고공 액션과는 별도로 스토리에 완벽성을 기해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가만히 서있어도 그림이 되는 비의 남다른 비주얼, 국민 남편에서 냉철한 카리스마 탑건으로 180도 변신한 유준상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알투비>가 주는 최고의 축복이 아닐 련지요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으며, 저작권은 (주)빨간 마후라, CJ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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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삶은 참 불가측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21c 도래해도 예측이 뻔해지는 드라마가 난무하는 세상에, 유일하게 종영하는 그날까지 결말에 대한 궁금증의 끈을 놓지 않는 전유무이 김병욱PD표 시트콤. 그래요 김병욱PD말대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속 세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가 예측 불가니까요.

불가측한 세상을 그래도 반영하듯이, 진짜 예측도 할 수 없었던 결말 내기 좋아하는 시트콤. 그 이전부터 쭉 기존 모두다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는 평탄한 결말에서 벗어나, 시청자가 응원하는 커플 깨트리는 것은 당연지사고 등장인물 누군가가 병으로 죽는 등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시트콤이라고 하기엔 다소 충격적인 결말을 내곤했던 김병욱PD 전작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사람들에게 잊지못할 악몽을 선사한 결말은 <지붕뚫고 하이킥> 엔딩이지요. 

 


전도유망한 이지훈과, 20 남짓 밖에 안된 기구한 삶을 남의 집 식모살이로 힘들게 버틴 신세경을 각각 총각 귀신, 처녀 귀신으로 만들어놓으면서도 끝내 "이 둘이 진짜 커플이였어."를 보여주고자 했던 김병욱PD와 도무지 그 결말을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도 할 수 없었던 시청자와의 극한 대립이 이어진 시간들. 결국 <하이킥3> 제작발표회에서 스뎅김 스스로가 <지붕킥> 결말에 대해서 사과할 정도로, 엄청난 파극을 불러 일으켰었죠.  

이미 <지붕킥> 엔딩으로 거한 충격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예 해피엔딩와 평탄한 엔딩 따윈 아예 기대하지 않게되는 <하이킥3>입니다. 심지어 몇몇 시청자들이 앞서, "그 중 누군가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이적 부인은 윤계상이다."는 예언을 자신들이 알아서 퍼트리곤 하지요.  

자연스레 지금까지 유일하게 <하이킥3> 공식 커플로 시청자들에게 이쁨 받았던 하선-지석 커플도 "얼마 못가 깨진다."는 식으로 별 기대가 안되더군요. 그 이전 스뎅김이 잠시나마 연인으로 지내길 허락하신 커플 모두 결국에는 결별로 끝났기 때문에 "어차피 재네들은 아예 끝까지 이어지지 못할 인연."이라고 시청자들 스스로 못박곤 했지요.

 



드디어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예측한대로 지난 20일에 방영한 116화에서는 하선과 지석이 결별 위기에 도래하게 됩니다. 다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얼마 전 박하선이 김포공항에서 출국신을 찍었다는 스포일러가 돌아다녔기 때문에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뭐 시청자들이 "제발 그 둘을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스뎅김 바지가랑이잡고 애원한다한들, 오히려 오기를 부리고 서지석 혹은 박하선을 죽음으로서 현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슬픈 인연으로 내몰 수도 있는 스테인리스이시니까요.

역시 뛰는 시청자 위에 나는 연출자있다고, 시청자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을 넘어, 그 이상을 펼치길 좋아하는 스뎅 김. 아예 이번 116화를 두고, 지석 형 계상을 놀리기 위해 이별하는 척 연기하다가, 진짜 이별을 맞이하게된 하선과 지석이 이대로 결별 혹은 해피엔딩일까 고민하는 시청자에게 " 삶은 그 누구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라고 강한 대못을 박았죠. 진짜 아무도 향후 일을 알 수 없는 현실과 달리, <하이킥3>에서는 오직 김병욱PD와 그의 의도에 맞게 대본을 쓰는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곤 29일까지 전개되는 <하이킥3> 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죠.

 


시청자가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 적어도 자신이 연출하는 시트콤에서는 절대자적 위치에서 기어코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 좋아하는 스뎅김이기 때문에 무조건 그가 이끌어나가는대로 복종해야합니다.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구요. 그래서 전작들에 비해 시청률도 많이 떨어지고, 심지어 예전 하이킥 시리즈보다 재미없다는 혹평도 난무하지만, 뭘해도 스뎅김 원하시는대로 하소서라는 지지자들의 결속력은 그 어느 때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죠.  

과연 이대로 하선과 지석이 결별할지, 혹은 하선이 종영말미에 툭 튀어나와 지석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지, 그건 스뎅김과 몇몇 작가들 빼곤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제아무리 그동안의 복선과 암시를 두고  나름 그럴싸할 결말을 만들어냈지만, 보기좋게 '너의 착각은 틀렸어.'라면서 와르르 무너뜨리는 것을 즐기시는 스뎅김 아니신가요. 

사실 저도 그간 왜 그렇게 흘려가는지 스뎅김의 독특한 취향은 잘 알겠으나, 도무지 공감이 갈 수 없었던 그간 전개에 불만을 품고(?) 한동안 <하이킥3>을 멀리하였습니다. 그런 제가 다시 <하이킥3>에 돌아온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결말이 어떻게 나오건 상관없이 최소한 언제라도 다시 스뎅김 품에 돌아올 수 있는 열혈 시청자들이 납득가능 할만한 전개가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죠. 

삶을 늘 언제나 불가측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았던 뜬금없는 사고, 사건이 종종 우리 곁을 찾아오긴 합니다. 하지만 지난 113화에서 선보인 '막장 드라마' 특집처럼 정말 개연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는 우발적인 연발은 오히려 보는 이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애써 스뎅김은 초스피드 전개로 아예 비웃음거리로 전락시켰기에 망정이지, 족보가 꼬이는 출생의 비밀, 뜬금없는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증, 아주버님과 제수 간의 불륜 등등 하나같이 그간 우리네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불멸의 요소잖아요. 

지난 막장드라마 특집으로 매번 뜬금없고 예측 불가한 퐌타스틱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동시간대 일일연속극을 보기좋게 통쾌 디스한 스뎅김. 하지만 그 누군가에는 스뎅김 또한 막장 연속극 연출가, 작가와 다를 바 없는 뜬금없는 전개와 결말로 악명이 높다는 것. 적어도 막장 드라마들은 막판에 그간 상식과 윤리를 저버린 것에 회개라도 하듯이 확실한 인과응보를 보여주어서 박수(??????)받는데, <하이킥3>은 인과응보는 커녕 그동안 죽도록 고생만 한 신세경을 기어코 처녀귀신으로 만들어버려 신세경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의 염원을 폭파시켜버렸잖아요. 

그런데 따지고보면 <하이킥> 시리즈만큼 가장 염세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의도적으로 극한 죽음까지는 내몰진 않지만 실제 우리 속 신세경들에게 허락된 기회라고는 남의집(혹은 3D 업종)에서 죽어라 일하는 것, 좀더 좋아지면 얼마전 <하이킥>에 카메오로 출연한 신세경처럼 외딴 섬나라로 이민 가서 한국 뜨는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렇다고 <하이킥> 속 세경이라도 행복해지라고 이지훈 혹은 정준혁하고 연결시키면 매번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보여주는 현실성 제로 신데렐라 스토리와 또 무슨 차이가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에게는 다소 뜬금없는 황당 엔딩에, 순간 저승사자로 보일정도로 섬뜩한 신세경의 모습이 두고두고 비난을 자초하는데 큰 일조를 한 듯도 합니다. 

뭐 이제 그 험한 엔딩을 겪고 면역이 된 <하이킥> 시청자이기 때문에 진짜 이적 부인은 윤계상이다 혹은 모두다 죽는다 정도의 상상 그 이상의 공포스럽다 못해 경악스러운 사상 최악의 결말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진짜 모두 다 죽는 결말이라면 <지붕킥>은 애교 수준인 전국민적인 항의. 심지어 그동안 꾹 참고 스뎅킴을 옹호했던 이들의 거센 분노도 받아들일 각오는 하셔야 겠군요.

 


하지만 결말은 김병욱PD가 원하는 대로 내놓은다고해도, 그 결말을 이루는 과정만큼은 <짧은 다리의 역습>이란 부제가 아깝지 않게 진짜 짧은 다리를 가진 세상의 수많은 이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9일에 방영한 115화에서 그 어떤 <하이킥3> 등장인물보다 짧은 다리를 가진 진희의 본격적인 역습 시작 예고처럼 말이죠. 또한 하선과 지석 사랑 또한 역시나 저나 수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이별로 끝난다 하더라도,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었음으로 여운있는 마무리를 지었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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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에서 밀본 정기준(윤제문)분에 의해서 살해되던 광평대군(서준영 분)을 모시고 있던 궁녀들이 모두 밀본이라는 누명을 받고 하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광평대군과 궁녀 소이(담이 신세경 분)를 구출한 이후 임금 이도 세종(한석규 분)을 곁에서 모시고 있던 겸사복 강채윤도 함께 하옥되어 관노로 격하될 위기에 처합니다. 그저  밀본이나 신하들 눈에는 이도가 광평대군을 잃고 미쳐서 이성을 상실한 것으로만 보여집니다. 

허나 이것은 역시나 이도와 소이를 비롯한 4명의 나인. 그리고 강채윤과 조말생(이재용 분)이 만들어낸 흡족한 연기였습니다. 과거 수십 년동안 백정 가리온으로 살며 유주얼 서스펜스급 반전을 선보인 조선의 카이저소제 정기준이 깜빡 속을 만한 장면이었죠. 어떻게해서든지 한글 반포를 하고 싶어했던 이도는 암도진창(기습과 정면 공격을 함께 구사한다) 전법을 통해 아버지 태종 이방원 때부터 곁을 지키고 있던 조말생의 도움을 받아 나인들과 강채윤을 모두 궐 밖에 내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광평대군의 죽음은 이도가 그동안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로서 억누러왔던 광기를 모두 분출하는 가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도는 그 전날 펼쳐진 정기준과의 정면 대결에서부터 약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도는 분명 백성들을 위해, 그들이 좀 더 무엇을 할 수 있는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이도를 보고 정기준은 "넌 백성을 사랑하지 않아."라는 일침을 가합니다.

 


정기준과 같이 당대 사대부들에게 백성이란 그저 어버이처럼 한없이 보살펴주고, 보듬아주는 존재에 불과할 뿐입니다. 정기준에게 백성은 뭔가 하고 싶은 의지도 없고, 오직 세끼 식사만 해결되고 외적의 침입에서 자유롭고, 세금을 덜 내면 족할 존재입니다. 또한 백성은 아직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기 스스로의 방어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에게 글자를 주어, 그들의 욕망을 분출하게 하면 혼란이 오고 세상의 질서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요. 

백성을 위해 만든 글자가 결국은 백성들에게 큰 해가 된다는 것을 광평대군의 죽음으로 절실히 깨닫는 순간 이도는 이성을 상실합니다. 그 때 이도를 잡아준 것은 다름아닌 조선에서도 가장 천한 신분 노비출신인 똘복이입니다. 아니 똘복이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먼저 한글 창제를 반대했습니다. 그도 정기준처럼 백성들이 글자를 알면, 오히려 안다고 죽일 것이고, 백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개 노비 출신에 불과한 담이가, 단순히 왕의 과업을 돕는 것이 아닌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접한 새롭고 너무나도 쉬운 글자는 이도에게 닫혀있던 똘복의 마음을 눈녹듯이 말끔히 녹여버립니다. 그 뒤 강채윤은 담이와 그녀가 모시는 이도의 곁에서 묵묵히 그들을 지켜주는 것이 담이에 대한 연모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합니다.  

똘복이는 태종 이방원이 무자비로 휘두르는 칼에 의해 억울하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힘없는 백성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배층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억울하게 당하지 않기 위해 더욱더 강해져야했습니다. 늘 백성은 임금과 사대부들이 시키는대로만 움직이고, 그들의 횡포에 놀아나는 억울한 존재라고만 믿고 있었던 똘복에게, 진정으로 백성을 짐승이 아닌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의 욕망을 분출하도록 도와주는 이도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이고 싶은 이도에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믿고 따르는 리더가 자신의 정적의 한마디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백성인 똘복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만든 글자가 알고보니 백성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고, 백성들은 이 글자를 책임질 의지조차 없어"라고 자책하는 이도에게 똘복은 이도의 정신을 확 깨는 중요한 한 마디를 남깁니다.

 


"백성은 천년 전에도, 수백년 전에도 늘 책임을 져왔습니다.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해서 자기네들 먹을 거 못먹어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었습니다. 그렇게 백성들은 늘 고통으로 책임을 져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자로) 더 큰 책임을 넘긴다고해도 우리는 상관없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도 죽을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글자 하나 떠넘긴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우리도 책임 좀 떠 안고 하고 싶은 것 좀 가지겠다는게 그게 그렇게도 잘못되었습니까?" 

네. 강채윤이 진정으로 새 글자와 이도를 받아들인 것은, 그 글자가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나중에 자신이 담이와 함께 알콩달콩 살면서 나오는 또다른 백성. 그리고 그 백성이 또 잉태하는 백성 그 후손들이 줄줄이 책임을 떠안고 하고 싶을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백성들은 그 이전 글을 알지 못해도 늘 국가에 대해서 조세라는 책임을 떠안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제 아무리 새 글이 널리 알려진다해도, 수만자의 한자와 온갖 정보가 머리에 입력되어있는 사대부들을 이길 수는 없겠죠.  그런데 거기서 백성들이 새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에 눈을 뜨고, 늘 국가에 의무를 가지고 있었던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데 그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도는 똘복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이제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글을 반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새 글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것들. 백성들의 욕망 분출이니 백성들을 위한다는 위선 이 모든 것을 다 잊고 오로지 자신의 백성들만 생각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뒤 자신이 만든 새 글에 대한 책임은 그 뒤 백성들이 짊어지고 가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져왔듯이, 비록 당장은 글자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련도 겪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결국 백성들은 자신들의 글에 책임지고, 각성하여 진정한 자신들의 욕망을 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드디어 이도가 진정으로 백성들을 믿고 그들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맡길 수 있게 된 것이죠.

분명 정기준의 말도 맞습니다. 백성들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짊어주면, 진정으로 국가와 백성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사리사욕만 챙기는 자질없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우를 범할 수도 있고,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백성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글자덕분에 다시 한번 각성하고, 그 암울한 세상을 자신의 의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연합하여 극복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세종은 비록 백성들이 잘 몰라,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겠지만, 결국은 백성들이 다시 올바르게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깨달은 것입니다. 

분명 이도도, 정기준도 진정으로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도는 다수의 백성의 힘을 믿었고, 정기준은 백성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믿지 못하였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준은 조선과 백성이 아닌 오로지 상위 1%의 기득권 안주를 위해 백성들의 알 권리를 막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적까지 서슴없이 죽이는 부적합한 지도자라는 오해를 받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정기준도 참 불쌍합니다.  비록 21c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백성의 힘을 무시하는 오만한 지도자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관점에서는 그게 바로 진정으로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 백성들에게는 정기준의 백성을 사랑하는 방식(진짜 백성을 위해서 이도의 한글 창제를 반발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이 유효할지 몰라도,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기준의 애국심은 국민의 의지와 힘을 무시하는 '닭'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서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정기준을 속여 기습적으로 백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이도와 나인들, 그리고 강채윤의 일갈에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왕 혼자 의지가 아닌 똘복과 담이. 조선에서 가장 천한 취급을 받던 백성들이 자신과 똑같은 신분의 백성에게 글을 널리 알리고픈 의지가 함께 이루어진 쾌거라 보는 시청자을 더욱 뿌듯하게 합니다. 거기에다가 주군을 위해 잔혹한 행위도 서슴지 않고 벌이던 냉혈한 윤평(이수혁 분)마저 그 누구보다 글자를 제일 잘 아는 백성 소이에게 마음이 사로잡혀 버렸으니 정기준은 한글 아는 사람 다 죽여버리겠다고 하기 전에 내부 단속부터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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