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 고등학생 사이에서 '붕중주스'라는 것이 은밀히 유행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몸을 '붕붕' 띄워준다고하여 붙인 이 정체불명 액체는 에너지 드링크에 과립형 비타민을 섞여 제조한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어느 마트에서나 편의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붕붕주스'는 카페인이 대량 함유되어있기 때문에 이 '붕붕주스'를 마시면 마치 '환각제'를 흡입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식약청과 언론을 줄곧 '붕붕주스'의 위험성을 알리고, 청소년들에게 이 '붕붕주스'를 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붕붕주스'의 인기는 도저히 멈출 줄 모른다. 


그렇다면 요즘 중, 고생들은 마트에서도 팔지 않는 이 '붕붕주스'를 구태여 손수 만들어 마시는 것일까. 청소년들 사이에서 '붕붕주스'는 '마법의 묘약'과 같다. 마시고 나면 깨어있는 상태임에도 불구 잠시 정신을 잃는 부작용이 간혹 있긴 하지만 한번 마시면 3일 체력을 하루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런데 왜 중,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정체불명의 음료가 필요했을까. 


지난 18일에 방영한 KBS <학교 2013>의 주요 에피소드는 '붕붕주스'로 요약될 수 있다. 서울 시내 학교에서도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하는 승리고에서도 '붕붕주스'를 즐겨마시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같은 반 급우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는 '붕붕주스' 효력에 혹한 학생들은 곧바로 '붕붕주스' 제조에 들어간다. 


서울대를 목표로, 승리고등학교 내에서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송하경(박세영 분)도 마시는 즉시 엄청난 체력을 준다는 '붕붕주스'를 외면할 수가 없다. 특수목적고에 떨어지고 승리고에 입학한 게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불행이라고 여기는 송하경은 어떻게해서던지 서울대에 가기 위해, 반 친구들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강남 대치동에 특목고 학생들만 다닌다는 학원에 다닐 정도로 대학 입시에 남다른 공을 들인다. 


간혹 변기덕(김영춘 분)처럼 평소 공부에 별반 관심없지만 벼락치기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붕붕주스'를 먹는 경우도 있다. 아마 이런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그 몸에도 좋지 않은 '붕붕주스'를 그럼에도 마시는 이유는 비교적 동일하다. 성적이 우선인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몇 날 며칠 잠도 안자고 시험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독약'을 꿀꺽 마시는 것이다. 


결국 시험을 더 잘보려는 욕심에 붕붕주스를 마신 송하경은 그 부작용으로 복도에 졸도한다. 그런데 붕붕주스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료를 마시고, 정신을 잃는 경우는 드라마 속 꾸며진 과장된 설정이 아니라, '붕붕주스'를 생활화한다는 요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풍경일뿐이다. 


극 중, 남몰래 특목고생들만 다니는 학원까지 다니는 하경의 서울대 입학을 향한 굳은 의지는 '꼭 저렇게까지 살면서 좋은 대학을 가려할까.'하는 일종의 회의감을 들게 한다. 그러나 송하경은 어린 나이에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가는 법을 일찍이 터특했을 뿐이다. 말로만 학력을 철폐한다고하나, 결국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름난 명문대 출신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보다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은 세상. 그래서 강남 대치동에서 잘나가는 학원 강사를 하다가 고액 과외가 탄로나 잠시 승리고에서 교사 노릇을 하게된 강세찬(최다니엘 분)은 학생들에 언제나 현실을 주입시킨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가라는 정인재(장나라 분)의 말이 지극히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들릴 정도다. 


그러나 그 좋은 중, 고등학교 6년을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에 모두 바치면서 명문대에 들어갔다고해도, 그들의 고통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그 지긋지긋한 대학 입시만 끝나면 모든게 해결될 줄알았는데, 명문대 입시는 그나마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통로로 진입할 수 있는 문턱만 간신히 넘었을 뿐, 대학생이 되도 학생들은 어쩌면 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처절하고 피터지게 공부하여야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우연히 '붕붕주스'를 마시게 된 학생들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어쩔 수 없이 '붕붕주스'를 꿀꺽 마신다. 심지어 각종 야근에 지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붕붕주스'는 단기간에 체력을 보강하는 음료로 각광받는 추세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모든 것을 다 누리는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붕붕주스'와 같은 정체불명의 환각제를 청소년, 대학생들에게 권하는 시대로 만든 것이다. 


내 옆에 앉아있는 동료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아 명문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붕붕주스'를 들이켜 마시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 '불량식품'이라고 강하게 규제들어갈 수 있을까. 게다가 이 음료는 애초 시중에 팔지 않기 때문에 판매 금지 시킬 방법도 묘연하다. 그저 과거처럼 어른들 말씀 잘 들어 공손히 '붕붕주스'를 멀리하는 청소년들의 의식변화만을 기대해야할 판국이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을 제치고 높은 성적을 거둔 학생만이 대우받고, 또 그나마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어있는 사회에서 일종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는 '붕붕주스'는 끊을래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다. 오늘 하는 투표가 '붕붕주스'를 마시는 학생들의 위험한 행보를 막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구태여 '붕붕주스'를 마시지 않아도 숨통 트이며 살 수 있는 사회에 아주 약간의 기대를 걸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그저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굳이 '붕붕주스'를 마시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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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니엘의 출세작은 인기리에 종영한 MBC <지붕뚫고 하이킥>이었지만, 그는 KBS <그들이 사는 세상> 양언니에서부터 될성 부를 나무였다. 유재석, 성시경, 뽀로로와 함께 안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로 분류되어왔지만, 안경 하나만 있으면 그는 어느 꽃미남 스타 부럽지 않은 훈남이었다. 


특히나 최다니엘 특유의 선한 인상은 여성팬들의 호감을 불러일으켰고, 또래 연기자 치고 준수한 연기력은 한 번에 활활 타오르진 않지만, 서서히 위력이 배가되는 차세대 배우로 입지를 탄탄히 붙이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오늘날 최다니엘을 있게한 작품은 <지붕뚫고 하이킥>, 그리고 영화 <시라노 연애 대작전> 등 로맨틱 코메디 장르였기 때문에, 그는 줄곧 달콤하면서 로맨틱한 이미지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청춘스타 덤에 오르게 한 로맨틱한 이미지로 밀고가는 대신, 그의 선한 얼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강렬한 역할을 연이어 맡게 된다. 


악인으로 전혀 매치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최다니엘 특유의 호감 얼굴은 오히려 극 후반 더 큰 반전을 예고하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하게 된다. 고작 2회 가량 특별 출연이지만 여주인공 이연희보다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 SBS <유령>에서부터 시작해 최근에 개봉한 영화 <공모자들>까지. 이제 겨우 2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상당히 탄탄하면서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쌓아올렸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보지 못했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부터 <공모자들>까지 최다니엘이 거쳐온 과정은 배우로서 매우 바람직하고 훈훈한 필모그래피였다. 그는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쑥맥인 순진남에서부터 시작해서 칼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냉혈한까지 그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고, <지붕킥>에서 얻은 인기는 '운'이 아니었음을 스스로의 연기로 입증해왔다. 


최다니엘 특유의 선한 얼굴이 호감도를 높이는 주요 원동력이였겠지만, 이제는 굳이 안경을 안써도 충분히 멋져 보이는 그의 연기력이 앞으로도 계속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고 싶은 진짜 '배우'로 만든 셈이다. 


하지만 <공모자들>에서 최다니엘의 연기에 깊은 감명을 받은지 얼마 채 되지도 않아, 배우로서 좋은 인상이 앞섰던 그의 이미지에 금이 갈 뻔한 기사를 접하게 된다. 왜 굳이 방송에서 언급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를 지지하던 수많은 여성팬들의 등을 돌릴 수도 있었던 아슬아슬한 반응이었다. 







지난 31일 방영한 SBS <고쇼> 최다니엘이 방송에서 잠깐 언급한 과거 화려했던(?) 연애사를 언급한 기사를 접한 이들은 연달아 최다니엘에게 실망이라는 반응이다. 최다니엘이 워낙 '선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그 배신감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기사에 나열된 바에 따르면 이미 남자친구가 있던 여자를 자신의 애인으로 만들기 위해 삼각관계 및 적극적인 구애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저돌적인 연애 고백담은, 대중들에게 보여진 최다니엘의 이미지가 어떻기 전에 상당히 부담스럽고 놀랍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남자친구 있는 여자를 좋아했다는 고백과, 삼각관계 끝에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고쇼>에서 최다니엘의 이야기 전말을 들어보면 끝내 데이트에 성공한 여인은 학교 선배와 최다니엘이 동시에 좋아했던 것이였을 뿐, 결과적으로 그 당시에 최다니엘과 데이트에 성공한 여성은 임자없는 몸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방송은 보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방송에서 언급한 이야기만 적어놓은 기사만 보고 최다니엘이 남자친구 있는 여자와 삼각관계를 이루었고, 그 여자를 가로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대중들은 당연히 최다니엘을 비난할 수 밖에 없다. 엄연히 다른 이야기임에도 연달아 붙어놓아 기자마저도 오해를 살만한 소지를 남겨두었던 <고쇼>의 편집도 한몫했다. 


본의아니게 오해를 살 만한 이야기 전개로 남자친구 있는 여자를 건드린 천하의 바람둥이(?)로 전락할 뻔한 최다니엘이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공모자들> 홍보 차로 출연했는데, 오해만 남겼던 예능 출연. 최다니엘에게는 그간 힘겹게 쌓아올린 호감 이미지가 무너질 뻔한 아슬아슬했던 사건으로 기록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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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쿠버 올림픽 'G세대'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지난 벤쿠버 올림픽에서 예전 선배들과 달리 당차고,  매사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20대 초반 금메달리스트들에서 비롯된 이 단어는, 한마디로 승자가 모든 걸 다 독식하는 약육강식 사회에서, 학벌, 외모, 직업 모든 면에서 잘나가는 엄마 친구 아들(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에 딱 들어맞는 드라마 캐릭터는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지훈이다. 부유한 집안 환경에, 대한민국 최고 수재들만 들어간다는 서울대 의대 졸업에, 대한민국 최고 전문직으로 손꼽히는 의사 직업에, 게다가 훈남이기까지한 이지훈은 그야말로 된장녀(?)들이 꿈꾸는 이시대 최고 이상형이다.



서운대에 중소기업 취직도 못하는 주제에(?) 명품만 밝히다가, 결국 집안의 몰락으로 알바를 전전하게 된 정음이나, 부모 잘못만나서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못하고 월 60만원 받고 남의 집 식모로서 근근히 살아가는 세경이나, 부잣집 아들이다만, 공부를 못해서 지천꾸러기가된 준혁이나, 될 것 같지도 않은데 10년째 가수준비란 명목으로 백수로 살아가는 광수나 그런 놈이 뭐가 좋다고 동거까지하는 인나같은 인생을 볼 때, 지훈이같은 분은 감히 그런 애들과 섞일 수도 없고, 섞여서도 안되는 고귀한 태생의 귀족 나으리였다.

하지만, 지훈이가 사랑한 여자는 서운대에 내세울거 외모밖에 없는 전형적인 88만원 세대 정음이였고, 그와 교감이 맞았던 인물은 고교 중퇴 식모 세경이였다. 아마 지훈이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알면 까무라칠 일이다.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그런 류의 여자들과 만날 수 있나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지훈이와 정음이를 만나는 것보고 할줄아는게 남자꼬시는 것 밖에 없는 된장녀가 남자 하나 잘 물었네라고 비이냥거리기까지한다. 분명 먼저 접근한 쪽은 지훈인데 말이다.



아무튼 정음이 먼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이별선언을 했음에 망정이지, 만약 계속 사귀고 있었다면, 현경이 아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을 거다. 그리고 행여 지훈이 세경을 사랑한다고 했다면, 아마 세경이는 신애와 함께 길거리에 쫓겨났겠지. 그만큼 지훈이는 잘나고 또 잘났다. 겉모습만 보면.

그러나, 필자가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정서적으로 결핍되어보였던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지훈이다. 부잣집 아들에 의사라는 직업까지 갖춘 엘리트가 뭐가 불쌍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트콤은 언제나 황정음, 신세경 위주 스토리 전개였고, 하다못해 나머지 조연들도 각자 자신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에서도 제일 잘나보이는 지훈에게 초점을 맞춘 에피소드는 필자 기억으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언제나 지훈은 정음과 세경이가 주축이 된 에피소드에만 주요 배역으로 나올 뿐이였다. 심지어 지훈의 아킬레스건인 폐쇄 공포증이나, 야멸차게 떠난 첫사랑편도 늘 항상 황정음과 함께 스토리를 진행시켰고, 그 목도리관련 에피소드와 이지훈의 과거 모습찾기에는 신세경이 있었다. 결국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지훈 캐릭터는 이시대 여자들이 꿈꾸는 잘난 남자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였던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지훈이가 그렇게 잘나가기까지의 과정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정음이와 세경이를 통해 아 이 사람이 이래서 성격이 까칠해졌구나, 이래서 엄마같은 사람이 그리웠구나, 이래서 책만 많이 읽었구나. 이 사람이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지, 한번도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아픔은 겪었는지 어떻게 치열하게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까지 갈 수 있었는지에 관한 건 알지 못했다. 그저 그는 겉만 보면 성격이 좀 까칠하고 외곬수인것만 흠인 신으로 불리운 엄친아일뿐 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소위 'G세대'라고 불리는 엘리트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 그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련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금메달따고 언론이 공개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아 집안환경이 그닥 좋지않았구나 발목부상으로 은퇴까지 생각했구나. 쇼트트랙 대표팀에 탈락하고 전향해서 7개월만에 금메달을 땄구나 그저 이런 류의 이야기만 접할 뿐이다. 그나마 이것도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지, 메달을 따지못한 선수들의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 요즘들어서 금메달도 노메달도 소중하다면서 박수를 치긴치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누군가를 이겨서, 승자가 된 사람들일뿐이다. 금메달 딴 사람이나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하는 사람이나 피나게 노력을 한 것 같은데 말이다. 비록 그들이 흘린 땀의 차이는 있겠다만.

이미 어릴 때부터 경쟁에 익숙한 G세대와 88만원 세대는 이 승자가 모든 걸 다 독식하는 룰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다못해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반장,부반장이 될 권리마저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에게만 주어진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1등만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지금의 10대, 20대는 그래서 이들은 이 숨막히는 룰에 살아남아 G세대가 되기 위해서 발버둥친다. 이제 대학교에서 혼자 밥먹는 학생을 찾아보는건 어렵지 않다. 이제 그들에게 선후배 관계니 끈끈한 동료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대학교다닐 때 얼마나 많은 스펙을 쌓아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그만이다. 결혼식 할 때 하객이 걱정되긴 하다만, 요즘은 돈으로 하객 친구까지 살 수 있다. 그나마 지붕킥 이지훈은 친구들이라도 있었고, 대학교 때 LP판을 돌아다니면서 음악이라도 들을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 대학생들은 겉으로 웃고있어도,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라는 압박에 시달린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신분의 사다리를 한계단 올라가는 것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것뿐이다.

결국 이들에게 동기니, 선배니 후배니, 다 그저 넘어트려야할 경쟁상대일뿐이다. 물론 진짜 절친한 친구들이 잘되면 내가 잘된것같이 기뻐하는 경우도 있다만, 일단 내가 잘되야 친구도 있고 후배도 있는거다. 지금같이 모두가 대기업, 공무원, 교사 등 원하는 직업이 한정되어있는 경우에는 특히 심하다. 그런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내 밑에 누군가가 있어야하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양보하면, 결국 내가 비정규직 근로자가 된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고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거다. 뒤를 돌아볼 틈은 없다. 가끔 나보다 못한 스펙을 가진 애들이 안타깝고, 부모 잘못만나서 고생하면서 사는 동갑내기들이 불쌍하긴 한데, 그저 그 때뿐이다. 그저 그들에게 허락된 건 어떻게하면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어떻게하면 일등 신랑감, 신붓감이 되나 그뿐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또 알지도 못한다. 그저 이시대의 낙오자이고, 불쌍한 애들뿐인거다.

지훈이는 정음이를 통해, 서울대가 아닌 서운대의 설움과, 그들의 취업난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갖췄지만, 자기 중심적 사고에 까칠한 성격까지 갖춘 전형적인 G세대 지훈이 사람다워진건, 지훈이와는 정반대의 인물 정음이를 만나고 나면서부터이다. 물론 지훈이와 같은 G세대가 보면 정말 반듯하게 살아온 인물이 아직 약지못해서 왠 시덥지 않은 여자애를 만나서, 똑같이 한심하게 흘려간다고 혀를 끌끌 찰 수도 있겠다만, 결국 지훈이는 정음이와 세경이를 통해 자신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그녀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을 이해하게되고, 그럼으로서 자신만이 아닌 뒤를 돌아볼 여유까지 생기게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지훈이 정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학교를 숨기고 싶어하는 서운대생의 비애를, 기합을 받아가면서 책을 팔아야함에도, 그저 직장을 다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이를 악물고 버터야하는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지훈이 세경을 알지 못했다면, 그저 그가 앞으로 이 시대의 진정한 주류가 되어,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활동인지, 동정의 차원인지, 아님 이미지 개선 차원인지, 표 의식때문인지, 그들 위주의 체제를 바꾸기 싫어서 그런지, 암튼 실제 세경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급식비 못내는 저소득층 자녀의 목에 급식카드를 걸어주고, 그저 기자들 데리고 가서 선물이나 주면서 그들과 기념촬영하다 오는 것뿐이다.




물론 실제 지훈이같은 잘난 남성들도 연애할 때는 정음이같은 여자애를 만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인지, 아님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든지, 결국 결혼할 때는 자기와 비슷한 조건의 여성을 찾더라. 그에 비해서 단지 한날 젊은날 불장난의 상대가 아닌 진심으로 정음을 사랑하여 그녀에게 반지를 들고 청혼까지 할려고했던 이지훈은 정음의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X자식이 아니라 정말 멋진 남자인셈이다. 그러나 우리 김피디는 끝까지 이지훈이라는 남자를 멋있게 그리지 못했다. 그저 그는 이 시대에서 최고 불쌍하다는 88만원세대 정음이와 저소득층 세경이를 구제하는 백마탄 왕자님이 아니라, 그저 그녀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얻고, 그녀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어장관리남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지훈은 어느 누구에게도 따뜻한 관심 못받은채, 평생 공부만 하다가, 그 꽃을 제대로 피우지도 못한채, 사랑의 결실도 이루지 못한채, 자신을 흠모하고 있던 자기네 집 이제 갓 20말 넘긴 고교 중퇴 식모와 저승으로 떠나버렸다. 어쩌면 젊은날에 즐길 수 있는 즐거움 다 버리고, 이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주고, 미친 척하고 이 피터지는 룰에서 혼자 살아남았더니, 기다리는 건, 이제까지 겪었던 룰보다 더 조여오는, 고차원의 정글이고, 그들이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겪은 외로움과 고통은 보듬어주지 않은 채, 그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펙이니, 집안환경이니, 외모 등 겉모습으로만 그들을 평가하고 또 마음에 의해 움직이는 사랑이 아닌 외향상 조건만 보고 그와 비슷한 상대만 짝지워주면서, 서운대생,저소득층과는 또다른 계급을 만드려는 우리 주류 사회를 비꼬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고려대 경영학과를 자퇴한 김예슬의 말처럼 G세대도 88만원 세대도 남이 나 때문에 피해를 보던지 간에, 내가 그들의 위로 올라가야 잘 살 수 있다는, 이 시대가 낳은 피해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의 사다리 맨 끝에 있었던 세경이 그나마 지금 20대들 중에서는 최고 지점에 있는 지훈에게 한 "내가 올라가면 내 밑에 누군가가 있을 것 같아서요" 대사는 가슴깊이 와닿는다. 결국 지금 G세대든, 88만원세대든, 그들 앞에 놓여있는 현실은 내가 이기나, 니가 이기나, 너가 이기면 나는 88만원세대,, 너가 내 밑을 깔아줘야 내가 G세대인셈이다. 그나저나 왜 김병욱 피디는 88만원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정음을 차갑기만 한, 서울대 출신 의사선생님 지훈을 따스한 남자로 만든 연인이나, 제일 밑바닥에 있는 세경을 그의 운명으로 만들었는지, 왜 지훈은 그녀들과 있을 때 한층 멋있게 보이고, 그녀들에게 구제받은 캐릭터가 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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