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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전망대

하이킥. 저소득층에게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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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른 시트콤은 안봐도 유독 '지붕뚫고 하이킥'을 챙겨보게된건, 다름아닌 기득권층은 그닥 반기지 않은 우리의 슬프고도 감추고 싶은 적나라한 현실을 웃으면서도, 심도있게 보여줬기 때문이죠. 특히나 제가 애정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는 제가 속한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황정음과 부모의 사업실패로 고등학교마저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한채 힘겹게 살아가는 신세경이였습니다. 어쩌면 이 두 캐릭터는 지금 제대로 버림받은 사회적 약자이지요. 그나마 황정음이 속한 88만원 세대는 대학이라도 나왔기 때문에 88만원이라도 벌 수 있고, 하다못해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나마 중소기업 정규직이라도 될 수 있는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신세경이 속한 저소득층 자녀들이죠.




제 아는 분 중에 신세경처럼 고등학교 졸업장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분이 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도 장애우이신터라 언니와 오빠는 남들이 다 받는 정규교육마저 포기해야했습니다. 물론 오빠같은 경우에는 마음만 먹으면 공고는 졸업할 수 있었죠. 하지만 워낙 집안환경이 좋지 않았고, 또 그런 현실이 싫었던 오빠는 방황을 했어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자리를 구할려고 했지만, 그 오빠의 학력은 고등학교 중퇴.


그나마 그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저희 부모님이 저희 아버지가 다니시는 회사에 취업을 시킬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 오빠는 저희 아빠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급격히 위축이 되었다고합니다. 한마디로 자신이 다니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직장이라는거죠. 참고로 저희 아빠 회사는 그저 그런 중소기업 회사일뿐입니다. 보통 대졸자들 같은 경우에는 대기업 몇 번 떨어지고 오는 직장이에요. 그나마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갈 수 있는 전문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는 하다만, 저희 오빠가 일하려고했던 자리는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였어요. 하지만 오빠는 그마저 할 수 있는 자신감마저 없었죠.

누가 그 오빠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단지 오빠는 부모 잘못만나서, 학교 제대로 못나온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야속하게구네요. 아마 오빠는 어릴 때부터 집안환경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받고, 선생님들한테도 무시를 당했을 거에요. 고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으니, 그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이나 아르바이트로 한정되어있고, 그마저 최소한 전문대졸 이상의 88만원 세대들이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니, 고등학교 졸업이하 학력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그나마 제가 아는 언니처럼 10년째 한 가게에서 일해도 월 100만원 남짓 받고, 어느 부잣집에 월 60만원 받고 쪽방에서 자는건 감지덕지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학벌도, 집안도 정말 별볼일 없는 그들은 사회적 관심사마저도 88만원세대에게 밀려버립니다. 이유는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이 많이 돌아간다는거죠. 저소득층이 되면 임대아파트에서도 살 수 있고, 자녀들 급식도 무료로 해결할 수 있고(물론 가난을 인정받아야만 먹을 수 있죠) 기타 공공근로사업근로자에 우선 투입될 수 있다는거죠. 네 겉으로 보면 아주 훌륭한 복지국가 맞네요.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우리는 도움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다'라는 낙인이 찍혀야 받을 수 있죠. 그나저나 그 아이들은 무슨 죄입니까? 부모가 가난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밥먹는 것까지 눈치봐가면서, 우리집 가난하다면서 선생님, 친구들에게 광고까지 해야하죠. 한창 감수성이 민감할 나이에는 밥먹는 것보다 자존심과 상처를 안받는게 중요한데,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어릴 때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마네요.

예전에 김병욱 PD가 '자신은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즐겁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남기셨더군요. 어쩌면 그의 대답은 이와같은 슬픈 결말의 복선이 아닐까 싶어요. 말그대로 실제 세경이들이 아무 걱정없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건 지금으로서는 매우 불가능해요. 그나마 시트콤이니까 세경이가 아버지따라 이민을 가서, 나중에 준혁이랑 재회하는 장면으로 실제 세경이들을 위로해주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그 희망마저 갈갈이 찢어버리셨네요. 하긴 실제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알게모르게 큰 상처를 주는건, 어찌보면 세경이가 교통사고로 죽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일지도 몰라요.

결국 세경이를 다시 살려내는 길은 단순히 세경이가 돈많은 의사인 지훈이와 결혼하거나, 앞으로 이순재 식품 후계자가 유력한 준혁이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구성원이 직접 그들을 위해서 발벗고 나서는 길밖에 없어요. 아마 김병욱PD가 이 슬픈 결말을 통해서 하고 싶은 메시지이겠죠. 하지만, 지금 제 심정은 너무나도 비통하고, 뒷통수를 완전 세게 맞은 느낌입니다. 아무리 제가 신데렐라 스토리를 싫어한다고해도, 이렇게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시니컬한 스토리는, 드라마에서라도 판타지를 충족하고픈 시청자들을 제대로 외면하는 행위죠. 왠만하면 앞으로는 김병욱 시트콤은 보고 싶지 않군요. 하지만 만약 또 이런 하이시트콤을 들고 나오신다면 또 보겠죠. 그 땐 아예 새드 엔딩을 생각하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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