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전망대

김복순같은 선생님이 그립다.

반응형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공부의신'의 주인공 변호사 강석호(김수로 분)는 학창시절 폭주족이였다. 어쩌면 담임선생님보다 학생부 선생님하고 더 친했을지 모르는 문제아였지만, 지금은 부모들도 손,발 다 들게 한 아이들을 천하대에 보내겠다는 일념하에 잠도 안재우고 공부시키는 독사(?)가 되어서 학교에 돌아왔다.


어느 누구하나 자칭 문제아였던 그에게 따뜻한 관심하나 보여주지 않았고, 그저 할일없이 오토바이만 타고 돌아다녔을 강석호를 지금과 같이 번듯한 인물로 만들어준 분은 다름아닌 김복순 선생님. 김복순 선생님때문에 공부의 맛을 알게되고,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직종을 가진 사회인으로 성장했지만,그가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오합지졸 5명을 천하대에 보내겠다고 그들과 함께 숙식을 하면서 그들을 독려하는건 다 몇십년전에 김복순 선생님에게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고스란히 그 후배들에게 줄려고하는 것이다.

(사진출처: 빛무리님 블로그 http://qlcanfl.tistory.com)


사실 학교에서 학창시절 강석호와 같은 인물은 대부분 선생님들의 관심 밖의 인물이다. 물론 학교에 종종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일진이랍시고 같은 반 학우들을 괴롭히기도하고, 수업시간만 되면 맨 뒤에서 자거나 거울이나 보고 히히덕거리는 그들이 신경쓰이기는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 때뿐이다. 학생부 선생님빼곤 그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보여주는 선생님은 많지 않다. 아 그 애들 잘되라는 취지에서 때리거나 혼내면, 나중에 보복이 무섭거나, 학생 폭행죄로 신고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아무튼 이차저차 보기 싫은 선생님들은 그냥 자기네들이 굳이 관심을 안가져줘도 알아서 공부 잘해서 졸업식 할 때 쯤 플래카드로 특목고 000 서울대 000로 학교를 빛내줄 아이들만 챙겨준다.  오히려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져줘야할 애들은 졸업식날 알몸으로 퍼포먼스하는 애들이나 황백현 같이 결손가정 출신의 다소 삐뚤어지게 나간 알고보면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학생들인데 말이다.

(이건 차마 올리기도 민망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필자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은 요즘 넷상에서 떠돌아다니는 알몸졸업식의 사진을 보고 심하게 충격을 받은 듯 하다. 그건 그들하고 꼴랑 10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때도 졸업식날 밀가루 뿌리고 계란 투척하였다. 하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 것 같다. 하지만 예나지금이나 모든 학생들이 졸업식날 밀가루를 뿌리고, 그동안 교복이 싫고 학교에 억압되어 있었다고해서 교복을 찢고 알몸으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소수의 아이들만 그럴뿐이다. 하지만 어디가나 그 돋보이는 소수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것 처럼보인다.

아무리 학생들이 점점 싹수가 노래지고, 문란해진다고해도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건 아니다. 제도권내에서 그 관행을 묵묵히 인정하면서, 요렁껏 공부해서 대학가서 문제 안 일으키고, 평범하게 사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그동안 이런 아이들에게만 맞춰져있을 뿐이다. 하긴 괜히 소수의 별난 학생들(?) 때문에 다수까지 관리를 못하는 건 다수의 착한 학생들에게는 억울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학교다닐 때나, 아마 지금도 선생님들의 포커스는 굳이 선생님들이 신경안써줘도 과외 잘 받아서 혹은 머리가 좋아서 스스로 좋은 대학 가는 애들이다. 반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애는 그냥 무시고, 인서울이나 지방 거점 국립대 못가는 애들은 그저 대강대강이였다. 이말에 발끈하시는 진정한 참교육을 추구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겠지만, 필자가 고3일 때는 그랬다. 필자는 아직도 기억난다. 필자를 비롯하여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해있던 애들에게는 쩔쩔매면서. 그 나머지에게는 울게만들었던 담임 선생님을 말이다. 그건 필자 고3담임뿐만이 아니라, 다른 담임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늘 언제나 그나마 대학이라고 부를 만한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관대한 선생님들. 그래서 그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소수의 문제아들이 교복을 찢고 그 과정에서 후배들을 폭행하는 과정이 그들 사이에서는 정당화 되는 요상한 시대가 된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필자도 그냥 공부잘하는 애들만 예뻐해주고, 혹은 그저 교사라는 직업 마인드로 수업만 제공하신 선생님들보다, 진짜 반에서 문제있는 학우를 혼내기도 하고 혹은 그 아이를 유독 챙겨줬던 중2때 담임선생님이 더더욱 생각난다. 이제는 성함마저도 가물가물한 선생님. 물론 그 학우는 끝내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아마 그 친구가 나보다 그 선생님을 더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공부의 신'이 가뜩이나 심각한 명문대 지상주의 풍토를 더더욱 조장한다고 막장드라마고 비판하기도한다. 물론 처음 몇 회와 조금 과장된 설정만 보면 그런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하지만 꿈과 희망도 없었던 자신을 이토록 올바른 사회인으로 만들어주셨던 김복순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오열한 독사 강석호의 눈물을 보고, 과연 그가 진짜 천하대 못간 한풀이로 후배들을 못살게구는것이 아니라, 천하대라는 다소 어렵고도 달콤한 목표를 미끼로 후배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그러는게 아닌지.

찔려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강석호가, 은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오열하는 것을 보고 현재 잘난 아이들은 잘난 아이들대로 평범한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대로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학교 교육, 그리고 이시대 강석호들이 벌이고 있는 알몸 졸업식에 대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묻고 싶은 따름이다. 강석호의 오열을 보고 필자도 슬퍼진건 단순히 김수로가 연기를 잘해서 그런건 아니다. 정말 김복순 선생님처럼 이시대 소외된 학생들을 말로만 아닌, 진심으로 따뜻하게 안아주고 그들을 바르게 잡아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지. 필자는 운이 없게도 그런 선생님(?) 통틀어서 딱  몇 번 본 것 같다. 그래서 김복순 선생님이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로그인이 필요없는 추천은 보다 많은 분들이 이글을 보시게 하실 수 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