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회식(개막식)은 단순한 이벤트 축제가 아니다. 개최국의 역사, 문화, 경제, 정치가 고스란히 집약된 국가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올림픽 개회식으로는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대회가 꼽힌다. 전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국가 답게 영국 출신 팝스타와 스포츠스타, 영화배우들이 총출동한 런던올림픽 개회식은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한 편의 뮤지컬과 같았다. 




<난타> 제작자로 유명한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이 총감독을 맡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이 겨냥하는 포지셔닝 또한 런던올림픽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한 편의 아름다운 뮤지컬이었다. 평창 올핌픽의 슬로건인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란 주제 하에 한국인들이 가진 열정과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개막식 무대들은 전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는 움직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지난 9일 오후 8시부터 10시20분까지,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평창 올핌픽 개회식을 요약하자면 평화, 사람, 기술이다.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듯이, 이번 평창 올핌픽 개회식 에서는 첨단 기술을 접목한 화려한 퍼포먼스 들이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한반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신화와 전통 문화가 결합한 공연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는 평이다. 현대 예술에 한국적인 색채를 녹여드는데 정평이 나있는 양정웅 개회식 연출자의 장기가 돋보이는 대목 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한 퍼포먼스 보다 돋보이는 것은 개회식에 메인으로 등장하는 ‘사람’이었다. 강원도에 사는 다섯 아이가(올림픽 오륜기를 상징)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담아낸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개회식의 주인공인 다섯 아이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또다른 주인공인 개회식 참석 관람객들과 끊임없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보통 올림픽 개회식의 선수단 입장은 식이 끝날 때쯤 진행되는게 관례로 여겨졌으나, 이번 평창 올림픽 개회식 에서는 추운 날씨 때문에 개회식 시간도 짧기도 했지만 선수단 입장을 아예 식 중간에 배치하여 올림픽 선수들도 함께 개회식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조치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역시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코리아’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는 장면이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 남북 단일팀 입장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평화를 앞세운 평창 올핌픽에 가장 걸맞는 코리아 선수들의 등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성화봉송 최종 점화 직전 주자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소속 박종아 정수현 선수가 참여해 남과 북이 함께 하는 평화 올림픽을 더욱 강조한다. 


성화봉송의 최종 주자는 예상했던대로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김연아였다.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 리스트로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을 제외하면 동계 스포츠 불모지에 가까운 대한민국에 동계 스포츠 붐을 일으킨 선수이면서, 평창 올림픽이 개최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김연아인만큼 평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평창 올림픽의 공식 시작을 알린 것이다. 피겨 여왕 답게 피겨 스케이팅을 타고 성화대 위에 깜짝 입장한 김연아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스케이팅 실력을 자랑하며 한 마리의 백조처럼 성화대에 불을 아름답게 지폈다. 


지난 9일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은 것 같은 불안한 행사로 보였다. 평창의 추운 날씨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천장이 뻥 뚫린 올림픽 스타디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평창 올림픽 진행 비리, 자원봉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군데군데 드러나는 운영상 문제점 등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대회 임에도 불구하고 자국민들의 무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일조 했다. 


그럼에도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기대 이상으로 대한민국의 문화와 전통, 첨단기술을 앞세운 화려한 퍼포먼스로 전세계인들의 눈을 사로 잡았고,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운영이 돋보인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될 만하다. 평화와 사람을 강조한 올림픽 개회식처럼, 앞으로 17일간 펼쳐지는 평창 올림픽 또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 대회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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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이 3주 연속 평창 올림픽 특집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이유는 분명해보인다. 이듬해 평창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물론 대한민국의 수많은 국민들은 2018년에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가에서 열리는 큰 행사임에도 불구, 큰 관심은 가지지 않는다. 1988년에 열린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시절처럼, 국가에서 열리는 큰 국제적 행사를 개인적으로도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크지만, 안타깝게도 평창하면 '최순실'로 시작되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자꾸 떠올려진다. 


그래도 막대한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행사인만큼, 이왕 하게 된 것. 잘 하면 좋지 않을까. <무한도전>이 극구 평창 동계 올림픽 특집을 제작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보다 효과적인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를 위해  평창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 코카콜라의 모델인 박보검이 특별 출연을 했고, 다음주에는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었던 김연아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 


게스트 출연이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무한도전>이 김연아, 박보검 등 초특급 스타 게스트를 섭외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평창 올림픽 특집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그 이전에도 <무한도전>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부터 평창을 알리기 위해 여러 특집을 기획했다. 지난 15일 박보검과 함께 탔던 봅슬레이가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무한도전>에서 기획한 봅슬레이 특집 이후 부터 였다. 그 방송 덕분에 봅슬레이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종목이 되었고,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은 어느덧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정상급 기량을 뽐내게 되었다. 


8년 전, 봅슬레이 특집을 대대적으로 방영한 만큼, 지난 15일 박보검과 함께 다시 탄 박보검은 예능적인 재미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은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보는 선수로 성장한 김동현이 깜짝 출연해 감동을 더하기도 했다. 8년 전 봅슬레이 특집처럼 짠내나는 감동은 덜했지만, <무한도전>에서 다시 보는 봅슬레이 타는 모습은 그 시절 그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한다. 


박보검의 바톤을 이어받아 다음주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김연아는 동계 올림픽의 열혈 홍보대사다. 김연아를 보고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선수들도 많고, 또 '김연아 키즈'로 불리는 한국의 피겨 스케이터들이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여러 국제적인 대회에서 괄목한 성적을 내고 있는 만큼, 김연아는 한국의 동계 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이기도 하다.




동계 올림픽의 상징적 존재 김연아가 출연하는 만큼, <무한도전> 평창 동계 올림픽 특집은 더 풍성하고 의미있는 방송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비록 최순실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는 평창 동계 올림픽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 시켰지만, 박보검에 이어 김연아가 함께하는 <무한도전>은 범 국민적으로 사그라들었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린다. 부디 다가오는 장미 대선에서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까지 <무한도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과 함께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활기찬 정부가 출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날에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Posted by 너돌양

한국 시간으로 2014년 2월 21일 새벽. 전세계인을 감동시킨 멋진 클린 연기를 펼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은메달에 머물려야했던 김연아를 둘러싼 반응들을 보면 몇몇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국내 언론보다 해외 저명한 언론에서 이번 김연아의 은메달에 대해서 강력하게 문제점을 제기한다는 점. 그리고 금메달보다 은메달인 김연아가 더 많이 이슈가 된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다시 은반 위에 선다는 소식만으로, 수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힘. 전세계가 인정하는 이 시대 최고의 피겨 여왕의 위엄은 실로 대단했다. 


김연아 은메달 보도 이후, MBC <무한도전> 김태호PD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러한 평을 남겼다. "러시아가 갈라쇼 imagine을 보여줄 가치가 있는 장소인지 모르겠다." 김태호PD의 말마따라, 한국 시간 23일 새벽에 열린 2014 소치 올림픽 갈라쇼의 주인공도 역시 이매진의 김연아였다. 금메달리스트의 위엄을 보여주고자 아름다운 천을 들고 나왔으나, 얼굴을 천으로 가리는 등 기상천외한 공연으로 전세계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특별한 갈라쇼 덕분에, 우아함의 정석을 보여준 김연아의 imagine이 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갈라쇼 이전, 김연아의 석연치 않은 은메달로 대한민국 온 나라가 들끓고 있던 지난 22일 저녁. 항상 자막을 통해 동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과 소통하곤 했던 <무한도전>의 촌철살인은 날카롭고 예리하였다. 노홍철, 정준하가 다이어트에 들어갈 정도로 남다른 공을 들었던 밀라노 패션쇼 행은 결국 취소되었다. 대신 하하의 자메이카 행은 이루어졌다. 


자메이카에서 우사인 볼트를 만날 멤버로 하하, 정형돈, 노홍철이 낙점된 가운데,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길은 국내에 남기로 결정한다. 유재석 빼고 <무한도전> 최대 오점으로 기록되는 '번지팀'이 한자리에 모인 탓에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유재석 빼고 '번지팀'. 그러던 중 박명수, 정준하 중에서 누가 가장 시민들에게 빰을 많이 맞나 대결까지 나온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우승 유력 후보로 지목받은 박명수. <무한도전> 자막 또한 그를 '이 쪽 방면에서는 김연아 급(?) 입지' 라면서 박명수를 소개한다. 빰 많이 많기 대회 우승 후보로 추앙받은(?) 박명수 겸허하게 한 마디를 한다. 세상은 일등만 기억한다고. 하지만 그 뒤를 이은 <무한도전> 자막은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될 수도."





박명수의 말마따라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었다. 전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선수들만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상위권에 드는 높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는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어야만 했다. 요즘은 시민 의식이 성장을 한 덕분에,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금메달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010 벤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다가 오랜만에 다시 은반 위에 오른 김연아의 은메달 또한 대단한 쾌거다. 김연아는 자신의 연기에 최선을 다했고, 흠잡을 데 없는 그녀의 원숙미에 피겨를 사랑하는 전세계인들은 앞다투어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김연아가 보여준 클린 연기에 비해 은메달이라는 결과는 턱없이 아쉬웠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 아쉬워서가 아니다. 공정성이 의심되는 판정으로 은메달에 머물 수 밖에 없었던 김연아의 명품 스케이팅. 현재 적지않은 전세계인들이 앞다투어 이번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결과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금메달을 차지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또한 그녀의 피겨 인생에 있어 최고로 좋은 연기를 펼쳤다고 하나, 김연아의 무대가 더 좋았다는 것이 전세계 피겨팬들의 입장이다. 그리고 지난 23일 갈라쇼는 올림픽 메달 결과와 정반대라는 상반된 평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듯이, 김연아의 아름다운 연기로 막을 내린다. 


정말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금메달보다 더 화려한 스포라이트를 받는 김연아의 존재감은 과정이 아닌 결과만 중시한 대한민국 사회에 적지않은 충격을 선사한다. 김연아에게 "너는 대한민국"이라면서 엄청난 부담감을 짊어주지만, 정작 그녀가 필요할 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던 조국 대한민국. 하지만 다시 은반 위에 올라선 김연아는 최선을 다해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다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벤쿠버 못지 않은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도 러시아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 수 밖에 없었던 이 시대 최고 피겨 여왕에게, 한 때 김연아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인연이 있었던 <무한도전>은 그녀를 응원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때로는 은메달이 더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는 것. 결과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닌 피겨 스케이팅 자체에 충실했던 삶을 살았던 김연아는 누가 뭐래도 이 세상 가장 위대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다. 





하지만 피겨 약소국의 선수로서 피겨 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김연아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와는 별도로, 김연아가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펼친 연기에 대한 재평가는 다시 이루어져야한다. 이미 올림픽 메달에 상관없이 살아있는 피겨의 전설로 등극한 김연아라고 하나, 만약에 이번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스케이팅 편파판정 의심이 사실이라면 공정성이 요구되는 올림픽 정신에도 크게 위반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갈라쇼만 보더라도, 은메달이 금메달보다 더 압도적인 실력을 보였다는 사실. 그래서 <무한도전>의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될 수 있다는' 자막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정정당당하게 은반 위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였던 연아퀸. 그녀와 동시대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밤이었다. 







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