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의사 남편과 별거 이후, 보험 설계사를 하며 딸을 키우고 있는 아줌마(장영남 분)에게 딸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존재이자, 삶의 희망이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 딸이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울분에 찬 아줌마는 딸에게 모진 상처를 낸 범인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강력반 형사(마동석 분)는 절차상 문제를 운운하며 딸에게 더 큰 정신적 고통만을 안겨줄 뿐이다. 행여나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까봐 두려운 남편(배성우 분)은 되레 딸의 사건을 은폐하기위해 아줌마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어느 누구도 아줌마와 딸을 도와주지 않는 상황. 결국 아줌마 스스로 말로만 공정한 사회에서 그녀만의 방법으로 자신들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던 그들과 세상을 향해 단죄하고자 한다. 





장영남 주연 영화 <공정사회>는 고 박경리 단편소설 <불신시대>를 연상시킨다. <불신시대>의 진영처럼 부조리한 현실에 모든 것을 잃은 아줌마는 어느 누구에도 마음 터놓고 지낼 곳이 없다. 그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가간 남자들은 그들이 가진 권위와 질서를 운운하며, 아줌마를 벼랑 끝으로 내몰게 한다. 어느 누구도 아줌마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 스스로가 직접 범인을 처단하는 설정은, 작년 11월 개봉한 <돈 크라이 마미>와 많이도 닮았다. 


<돈 크라이 마미>가 그랬듯이, <공정사회>는 여자 혼자서 자식의 몸과 가슴에 대못을 박은 가해자를 사적복수로 응징할 수밖에 없는 과정에서의 공감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복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공정사회>는 끊임없는 교차편집과 플래시백을 활용한다. 일련적 서사구조가 아닌 7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흩어진 파편 조각처럼 재배열되는 40일 동안의 끔찍한 사건과 악몽은 딸의 사건 이후, 오직 가해자와 사건을 무방치한 제2의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아줌마의 혼란한 심경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거듭 이어지는 플래시백 등장에도 혼란스러움없이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아줌마, 아니 여전히 무언 중에 일어나고 방치되는 강력범죄에 떨어야하는 우리들의 아픔을 보여주고자한 진정성있는 연출력도 눈에 띤다. 


물론 아줌마의 복수과정에서 다소 현실감이나 개연성이 부족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말로만 공정한 사회에서 현실에서는 속수무책 당할수밖에 없는 약자들에게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아줌마의 '변신'을 통해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자 한 것만이라도 이 영화는 제 몫을 해낸 셈이다. 


한국 영화 아카데미 교수이자, <색즉시공>, <해운대> 등 유명 히트작에서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린 이지승 감독은 5천만 원이라는 저예산과 불과 9회차 촬영 만에 제법 울림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진심으로 성폭행 피해자 가족의 입장이 되어 온몸을 날려가며 열연하여 작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장영남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장영남뿐만 아니라 마동석, 황태광, 배성우 등 악역을 맡은 출연진의 연기가 관객들을 저절로 울분으로 치솟게 한다. 


작지만 울림은 큰 영화 <공정사회>. 그 누구보다 착실하고 성실했던 아줌마의 변신은 적어도 '공정사회'에서만큼은 그 세계가 정해놓은 법체계 테두리는 벗어났을지언정 유죄는 아니다. 


한 줄 평: 작지만 큰 울림. 가슴 깊숙이까지 차오르는 진한 울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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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얼마 전 영화 <돈 크라이 마미>라는 영화가 개봉하였다. 미성년자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자살한 여고생 딸의 원한을 갚기 위해, 가해자들을 직접 응징하는 엄마의 사적 복수를 다룬 <돈 크라이 마미>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요즘 들어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인 성폭행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시킨다는 것만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 <돈 크라이 마미>가 좋았던 시절은 정확히, 개봉 전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제대로 나기 전까지다. 소재는 좋았으나, <돈 크라이 마미>는 완성도에서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했던 모 아이돌의 연기까지....요즘 여론 분위기 상 보통만 만들어도 충분히 호평받고 흥행할 수 있었던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혹평 세례에 시달린다. 미성년자이기에 처벌이 미약하고, 그래서 추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더더욱 <돈 크라이 마미>의 최악의 완성도가 아쉬운 이유다. 


그런데 의외로 개봉 전 부터 남보라의 힘들었던 피해자 연기를 운운하며 시끄러웠던 <돈 크라이 마미>와는 달리, 정작 성폭행의 심각성을 제대로 일깨워주는 곳은 따로 있었다. 그것도 성폭행같은 중범죄가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공중파 멜로드라마에서다. 1,2회까지만 해도, 스타 아역 여진구, 김소현을 앞세워 21세기 <소나기>를 재현했던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는 갑자기 3회 들어, 수많은 시청자들을 멘붕으로 이끈 충격적인 장면으로 전환시킨다. 


그 이후 <보고 싶다>는 14년 전 일어난 성범죄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와 가족 이야기를 줄곧 언급하였다.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지 14년이 지났지만, 강상득에게 몹쓸 짓을 당한 이수연(윤은헤 분)을 포함, 그 장면을 목격한 한정우(박유천 분) 모두 그 때 그 충격에서 한 발자국도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한정우는 수연을 겁탈한 강상득(박선우 분)을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 괴롭힐 요량으로 재벌3세 타이틀을 벗고 아예 형사가 되었다. 그리고 살던 대궐같은 집까지 버리고, 수연 엄마와 함께 살며 친엄마 이상으로 따른다. 딸이 겁탈 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의해, 바로 실종되어 14년 동안 딸 얼굴조차 보지 못한 수연 엄마 김명희(송옥숙 분)의 심정은 어떨까. 그래서 엄마 명희는 그토록 바라던 수연을 만났음에도 불구, 과거를 기억하기 싫다는 수연을 위해 기꺼이 수연을 못본 척 하겠단다....


그런데 여기에 수연, 정우, 그리고 명희와 똑같은 아픔을 짊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피해자 가족이 등장한다. 그 동안 정우가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사람좋은 청소부 아줌마였을 뿐인 배우 김미경은 지난 10회 마지막 장면을 통해 그녀가 강상득 살해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졌다. 사실 강상득이 살해당하고 난 이후부터, <보고 싶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강상득이 수연을 겁탈하기 이전 동종 범죄가 있다는 사실을 들며, 수연 엄마와 비슷한 아픔을 안고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청소부 아주머니가 강상득을 죽인 범인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하였다. 그리고 10회 마지막 장면 직전에 청소부 아주머니의 딸인 보라의 중학교 시절 교복이 나왔을 때, 이미 청소부 아주머니 딸 보라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의견이 분분하기도 하였다. 





역시나 예상대로 청소부 아주머니의 딸 보라는 강상득에게 겁탈을 당했고, 보라는 영화 <돈 크라이 마미>처럼 자살을 한다. 영화 <돈 크라이 마미>의 엄마는 딸이 죽자마자 무려 가해자 3명을 단숨에 죽였지만, 보라 엄마는 천천히 가해자들과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경찰서에서 와신상담(?) 하였다. 


참으로 즉흥적이고, 우연남발적으로 가해자들을 찔려 죽이던 <돈 크라이 마미>엄마와는 달리 <보고싶다>의 보라 엄마의 범행은 참으로 치밀하기까지하다. 물론 <돈 크라이 마미>, <보고싶다> 모두 현실에서는 실행 불가능한 상황 설정이다. 다만, 시청자들이 하지 못해 참고 있는 울분을 대신 풀어줄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드라마,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스토리일뿐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고조시켜야할 중요한 장면에서, 정작 피해자 가족에게 복수를 당해야하는 가해자의 참으로 인상깊은 명연기로, 복수극에서 희대의 코미디로 전락해버린 <돈 크라이 마미>와는 달리, 성폭행  피해자 가족 이야기가 주요 플롯이 아닌 <보고싶다>는 피해자 엄마 역을 맡은 김미경의 섬뜩한 모성애 연기로  피해자 가족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울분과 눈물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그저 평범한 엄마이자 선한 시민. 그리고 왜소한 체격을 가진 보라 엄마가 건장한 체격의 사내 2명을 연달아 살해한 범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끔찍한 범죄를 당한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는데, 정작 딸을 죽음으로 몰고간 범인들은 낮은 형량을 받고 풀려나오면 그만이다. 그마저도 미성년자이거나, 힘 좀 깨나 쓰는 집안의 자식이라면 그마저도 처벌히 가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강상득을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챈 한정우를 기절시키고 섬뜩한 미소를 지어낸 보라 엄마는 그 이후 강상득 이외에 자신의 딸을 성폭행을 한 또다른 범인이 미국에서 곧 귀국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각 공항으로 항한다. 그리고 보라 엄마는 짐을 나르는 택시 기사로 둔갑하고, 딸을 성폭행한 진범을 자신의 차에 태운다. 뒤늦게 보라 엄마의 범행 계획을 알아챈 정우가 황급히 청소부 아줌마를 만류했지만 이미 보라 엄마가 운전하는 차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상태다. 


차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보라 엄마는 강상득, 한정우에게도 그랬듯이 성폭행범을 기절시킨다. 기어코 본인 손으로 자신의 딸에게 몹쓸 짓을 한 성폭행범을 살해한다. 그리고 딸을 위한 모든 복수를 마무리한 보라 엄마는 연쇄 살인범으로 그 자리에서 공개 검거된다.



 


보라 엄마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 보라 엄마는 한정우를 줄곧 사윗감으로 지목하였고, 만날 딸 밥해주러 가야한다고 발걸음을 재촉하던 적이 있다. 이미 보라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딸 보라가 죽은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라 엄마는 보라를 자신의 가슴 속에서 떠나 보내지 않았다. 14년동안 그 때 그 악몽에서 빙빙 맴도는 한정우처럼 보라 엄마는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몬 그 범인들을 한 시도 잊을 수가 없다. 


결국 연쇄살인범으로 구속된 보라 엄마. 그리고 자신을 취재하려온 기자들 앞에서 꺼낸 보라 엄마의 한 마디 


"내 딸이 죽었다. 그놈들은 성폭행이 아니라 살인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행범상 보라 엄마는 이미 형을 살고 나왔거나, 무죄 판결을 받은 성폭행 가해자들을 살해한 진범일 뿐이다. 자신이 일하던 경찰서 취조실에 갇히게 된 보라엄마에게 그녀와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수연 엄마 명희가 찾아온다. 


두 엄마는 서로 말없이 한참을 바라본다. 오랜 침묵 끝에 보라 엄마는 명희에게 "이상하다. 이러고 있는데 마음은 편하다"고 말문을 꺼낸다. 의외로 김명희는 눈물을 흘리며 보라 엄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보라 어머니,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이러면 안되는데 고맙습니다"





"나 대신 해준건 고맙고, 나 대신 벌 받는거 같아 미안하고.......그래도 죽이지는 말지. 죽이지는 말지"라며 보라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오열하는 명희.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보라 엄마. 


그녀들은 이미 인간이길 포기했던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에게 딸을 잃은 피해자들이다. 하지만 한 명은 그 범죄자들을 살해한 범인으로, 그리고 한 명은 그토록 기다리던 딸을 만났음에도 불구, 과거를 기억하기 싫다는 딸을 위해 애써 딸을 다시 가슴 속으로 묻는 엄마로 만나게 된다. 이제 우리나라 사법 체계는 보라엄마에게 가해자들을  죽인 죄를 엄중히 물을 것이다. 오히려 보라를 성폭행한 범인들에게 내린 형량보다 더 높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보라 엄마와 비슷한 피해자임에도 불구, 형사이기 때문에 보라 엄마를 감옥에 보낼 수 밖에 없는 정우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리고 보라 엄마와 동병상련 아픔을 겪고 있는 명희는 같은 피해자 가족 입장에서 지난 세월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고 끝내 성폭행 가해자들을 죽인 보라 엄마의 손을 꼭잡고 위로한다. 





애써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상처받은 내면을 감싸고 있던 두 엄마의 만남과 눈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드라마 속 보라 엄마, 명희 외에도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에게 딸을 잃은 가족들의 눈물을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지금도 이어지는 성폭행 범죄에 대해 공포 분위기만 조성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뿌리채 뽑을 수 있는 근원적인 처벌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말이다. 


*여러분들의 성원으로 너돌양이 2012 Daum View 블로거 대상 문화연예 후보에 올랐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http://v.daum.net/award2012/p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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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일단 소재는 좋다.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성폭행 범죄가 늘어나는 시기. 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들은 별일 없다는 듯이 거리를 활보하고, 모든 고통과 피해는 모조리 당한 자의 몫이다. 게다가 그녀들은 가해자들에 의해 또다른 성폭행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밤길이 무서운 시대. <돈 크라이 마미>는 이 시대 모든 딸들에게 바치는 엄마의 눈물겨운 복수극이다. 


미성년자 범죄에 유한, 아니 성폭행 범죄에 한없이 약한 이 나라의 사법부에 대신하여 엄마 유림(유선 분)이 직접 가해자를 응징하는 <돈 크라이 마미>는 핵심 내용은 ‘사적 복수’다. 


예고편 그대로, 성폭행을 당한 딸 은아(남보라 분)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은아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에게 직접 복수를 결심한 엄마의 계획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된다. 사람들의 뒤통수치는 놀라운 반전도 없고, 예상했던 내용 그대로다. 충격적인(?) 결말을 둘러싼 반응도 분분하다. 애초 이 영화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는데 주력할 뿐이다. 





때문에 이 시대 모든 성폭행 피해자를 대신한 딸의 눈물과 엄마의 오열은 그들의 말 못할 울분을 대신 토해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감나는 스토리 덕분이라기 보단, 진짜 피해자 입장이 되어 연기 아닌 현실을 그려낸 배우 남보라와 유선의 공이 크다. 특히 딸을 가슴에 묻고 은아의 사진을 보고 절규하는 엄마 유선의 눈물은 , 그럼에도 증거물 부족으로 가해자를 법정에 세울 수 없는 아이러니함에 대한 분노를 극대화 시킨다. 


하지만 웬만한 완성도만 보였어도, 높은 반항을 얻을 수 있었던 <돈 크라이 마미>는 다소 의외이면서도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구멍을 가지고 있다. 


남보라와 유선이 1시간 내내 힘들게 쌓아왔던 분노와 울분의 감정선이, 엄마 유림과 성폭행 가해자 조한(동호 분)이 조우하는 순간, 산산조각 무너진다. 딸이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그걸 빌미로 협박하여 다시 성폭행한 범인을 잡기 위해 엄마 유림이 조한을 칼로 위협하는 씬은 영화의 절정이자 동시에 긴장감을 유도해야한다. 





하지만 정말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집중을 다해 극 중 동호를 협박하는 유선과는 달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떠는 기색조차 없이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어설픈 발성으로 “살려주세요.”를 외치는 동호의 목소리는 도저히 어떤 긴장감도 소름 돋는 서늘함도 느낄 수 없다. 그저 벽과 같이 아무런 감정없는 상대역을 앞에 두고 어떠한 흐트러짐 없이 겁에 질려있는 상태로 가해자에게 칼을 겨누는 엄마가 될 수 있는 유선의 신들린 연기가 감탄스러울 뿐이다. 


연기 경험 없는 아이돌이, 유명세를 빌미로 드라마,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꿰차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다행히 요즘 들어 기성 연기자 못지않은 연기 돌도 많이 늘었다고 하나, <돈 크라이 마미>에서 유키스 동호가 선보인 신개념 발 연기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의 몰입도 까지 방해할 정도로 엄청나다. 


동호가 맡은 조한이라는 아이는, 선하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자신을 좋다고 따라다니는 은아를 같이 어울리는 불량배들과 함께 겁탈할 정도로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다. 말수가 적고 여타 가해자들과 달리 검은 발톱을 숨길 줄 아는 조한은, 유림 모녀를 파국으로 이끈 가장 중요한 인물인 만큼 결정적으로 엄마 유림과 대면하는 순간, 순수한 얼굴을 지으며 ‘어디 네까짓 게 날  찌를 수 있겠어.’ 하며 유림을 조롱하는, 그야말로 관객들의 분노를 야기하는 악마가 되어야한다. 





하지만 영화 속 파렴치한 성폭행 가해자 조한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유키스 동호만 존재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 흥을 깨는 동호를 보고 있지만, 올해 초 MBC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 초반 연기논란을 딛고 배우로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는 남보라의 진가가 다시 보여 질 정도다. 


동호의 아쉬운 연기가 <도가니>, <부러진 화살> 못지않은 파급력을 기대 했었던 <돈 크라이 마미>의 완성도를 방해하긴 했다. 하지만 <돈 크라이 마미>는 동호 연기뿐만 아니라, 결말, 완성도 등 모든 부분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돈 크라이 마미>는 실제 피해자들과 혼연일체가 되었던 유선과 남보라의 열연만으로도 지금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 


명불허전 유선과 일취월장 남보라가 성폭행 피해자과 가족들의 눈물을 잠시나마 닦아줌은 물론, 동호와 작품까지 살린 셈이다. 아무쪼록 신인 여배우로서 힘든 결정이었음에도 불구, 진정성 있는 연기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대변한 남보라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한 줄 평: 유선과 남보라의 진정성에 뜨거운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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