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에도 SM 엔터테인먼트는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구가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지난 1월 1일 발매한 소녀시대의 새 앨범은 시중에 나오자마자, 즉각 주요 음원차트를 휩쓸며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고, 지난해 SM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SM C&C는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김병만 등 정상급 예능인에 이어 장동건이라는 최고의 인기 배우를 SM 가족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을 거둔다. 이 정도면 가요계에 이어 예능, 드라마, 영화까지 SM이 완전 정복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하지만...


지난 2012년에도 이어 SM 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사업 아이템인 가요 부문을 들어보면, 그리 SM의 전망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소녀시대는 여전히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이 시대 최고의 인기그룹이지만, 이번에 SM이 야심차게 내놓은 소녀시대의 ‘I Got a boy’는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1위, 음원 차트 상위권 랭킹과 별개로 유례없는 대중들의 혹평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소녀시대가 작곡 경력 3개월 박명수의 ‘강북멋쟁이’에 밀렸다는 (??)우스개 소리 까지 나돌 정도다. (여기서 <무한도전>과 박명수, 정형돈이 소녀시대 못지않게 잘나가는 스타라는 점은 별개의 논점이다.)





그래도 소녀시대는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으로 건재하니까 그럴러리 하자. 다행히 작년에 소녀시대 내에서도 가창력이 출중한 태연, 티파니, 서현으로 구성된 유닛 '태티서'가 비교적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으니. 하지만 지난해 SM이 야심차게 내놓은 ‘EXO-K’의 예상치 못한 부진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SM에게는 뼈아픈 실패다. 그런데 지난해 데뷔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비단 EXO-K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가요계 전반적 트렌드다.  물론 EXO-K는 SM이니까 다음에 발매한 신곡만 좋고, 해외 진출 성과만 좋으면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다. 


허나 지난해 SM 소속 인기 아이돌, 배우가 드라마, 영화에 진출했지만 모두 아쉬운 결과만 남긴 것은 어찌 할건가. 2012년 초반, 영화 <페이스 메이커>와 <파파> 모두 흥행 실패한 고아라를 선두로 <겨울연가> 제작진, 방영도 하기 전에 일본에 거액 수출한 화려한 이력, 한류 프린스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의 만남에도 불구 평균 시청률 5~7%에 맴돌았던 <사랑비>. 그리고 <난폭한 로맨스>의 제시카. 그리고 <패션왕> 유리, <유령>의 이연희,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설리와 민호.....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위에 거론된 SM 아이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출중하고도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인 최시원의 <드라마의 제왕>까지 끝내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물론 <드라마의 제왕>이 예상 외로 높은 시청률 확보에 실패한 것은  최시원 탓이 결코 아니지만(오히려 최시원은 맡은 바 잘했으니까), 이 정도면 네티즌들 사이에 우스개 소리로 지나치던 ‘SM의 저주’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SBS에서 방영하는 <야왕>의 유노윤호 같은 경우에는 아직 시작이기 때문에 아무 말 하지 않으련다. 


고작 EXO-K와 소녀시대, 그리고 작년 한해를 빛낸 SM 연기자 실패 사례를 두고 이런저런 이유로 분석하려고 드는 자체가 우스워 보이는 것 안다. 하지만 그 어느 아이돌에 비해서 거대한 팬덤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작 SM이 대중성 확보에 연이어 실패를 거두는 것은 ‘SM 가수 팬이 아닌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SM만의 독특한 세계관 강조’다. 





전형적인 SM 분위기 대신 유로팝 이미지가 강했기에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샤이니와 f(x)와 달리 EXO-K는 HOT,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를 잇는 전형적인 유영진 이사님 스타일이다. 심지어 누가 SM 아이돌 아니랄까봐, SM 선배 중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도 더러 갖췄다. 일부에서는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이라고 하나, 정작 다음 네티즌 사이에서는 혹평이 난무한 ‘I Got a boy’도 참신한 시도와는 별개로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SM의 과잉 자의식 강조와도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다. 


과거 소녀시대 ‘소녀시대’, ‘GEE’, ‘소원을 말해봐’, 슈퍼주니어 ‘Sorry Sorry’, 샤이니 ‘링딩동’, ‘루시퍼’ 등 SMP 팬이 아닌 대중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노래를 발표하며 드디어 SM만의 유별난 색깔을 벗나 싶더니 연이어 다수의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기들만의 세계관을 열심히 쌓고 있는 SM. 게다가 아이돌 팬이 아닌 다양한 연령대의 지지층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연기에서도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 SM. 하지만 SM을 살릴 구세주는 의외로 가장 가까이에 핵심 인사에 있었다. 바로 한 때 SM을 먹여 살렸다는(?) 보아 이사님이다. 





올해 가수 데뷔 13년차 보아를 말할 것 같으면, 그녀는 SM 아이돌은 물론 카라, 빅뱅 등 아이돌들의 활발한 일본 진출 교두보를 연 장본인이다. 보아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일본 진출 성과와 별개로 일찍이 길을 닦아 놓았던 SES의 희생정신이 있었지만, 보아가 거둔 일본에서의 성공은, 국내 시장 외에 새로운 시장개척이 필요했던 SM의 숨통을 틔우는 것은 물론, 본격적인 해외 진출 러쉬를 이루게 하였다. 


솔직히 보아가 일본에서 대박을 치던 시점, SM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HOT는 일찌감치 가고, SES도 가고, 신화마저 SM을 나가려고 하던 그 때. 설상가상 데뷔 전 소문만 무성하던 ‘블랙비트’는 막상 데뷔하니까 대중들의 반응은 미지근 그 자체였고, 연이어 데뷔한 밀크, 신비..2004년 아이돌의 새로운 전성시대 막을 열었던 동방신기도 나오기 전, 2003년이야 말로 아직까지는 SM 아이돌 역사에 있어서 가장 흑 역사가 아니었나 싶다. 





비록 야심차게 준비한 블랙비트, 밀크, 신비가 예상 외 부진을 거두긴 했지만, 그래도 SM은 살만했다.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효녀 보아가 계속해서 엄청난 엔화를 회사에 벌어다 주었으니까. 비록 HOT, SES, 신화도 SM을 떠날 시점이었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대박을 친 보아가 SM의 자존심을 세워줬기에 SM은 굴하지 않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10년 뒤, 오직 보아와 플라이 투 더 스카이만 건재하던 2003년과 달리, 지금의 SM에는 보아도 있고, 슈퍼주니어도 있고 소녀시대도 있고, 샤이니도 있고, f(x)도 있고, 장동건, 강호동, 신동엽, 김하늘 등 연예계 거물급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SM은 연예계는 물론 대중문화 전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다. 


하지만 비대해진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예전같이 SM 팬심 하나로 모든게 다 이뤄지지 않는 EXO-K의 부진과 소녀시대 새 노래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 그리고 SM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당당히 주연을 꿰찼음에도 불구, 거듭되는 연기자로서의 영역 확보 실패는 연예계 최고 공룡 대국 SM의 미래를 조금씩 어둡게 한다. 또한 지난해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에 참여했음에도 불구, YG와 JYP과 다르게 단 한명의 참가자도 선택하지 않은 사례는, “역시 SM은 비주얼만 본다‘는 SM 순혈주의에 대한 대중의 오해만 확산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SM은 변함없이 이번 <K팝스타 시즌2>에 당당히 심사위원 일원으로 참가했고, 이번에도 SM을 대표하여 나온 인물은 보아다. 가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경력을 쌓았지만 나이도 어리고, 더군다나 SM에서 공식적인 프로듀싱을 맡은 경험이 없는 보아가 각 회사의 대표인 양현석과 박진영과 어깨를 겨눈다고 할 때, 고개를 갸우뚱 거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SM 얼굴 마담이라고 칭하기에 지난 시즌1은 물론, 이번 시즌2에서 보여주는 보아의 심사 능력은 예리하면서도 동시에 먼저 데뷔한 선배로서 진심으로 유망주들을 걱정하는 따뜻한 인간애가 품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2에서 보아는 똑 부러진 심사뿐만 아니라 보란 듯이 그동안 숨겨왔던 프로듀싱 능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프로듀서로는 도가 튼 양현석의 칭찬대로, 초보 프로듀서임에도 불구, 빠른 시일 내에 성수진을 완벽하게 프로듀싱에 성공한 보아의 능력은 향후 제작자로 나설 그녀의 미래를 궁금케 한다. SM 또한 일찌감치 보아의 프로듀서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그녀를 SM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신 있게 <K팝스타>에 내보내겠지만. 


훗날  ‘I got a boy’가 어떠한 평가를 받을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실상은 SM의 야심작 소녀시대의 ‘I got a boy’가 <무한도전>의 박명수와 정형돈 에게도 밀린다는 현실. (엄연히 말하면 소녀시대 팬덤이 <무한도전> 팬덤에 밀렸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 연기도, 노래도 대중성 담론 형성에 실패했는데, ‘SM’ 타이틀 하나로 버틴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 터져 나오는 상황. SM만의 정체성을 확보하여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색이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데 정작 대중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신들만의 ‘벽’을 쌓는다고 오해만 양성하는 SM에게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진짜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진짜 진짜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 





농담 반 진담 반인지 지난 20일 <K팝스타2>에서 YG의 양현석 대표는 지금 당장 보아를 SM 부사장 및 프로듀서로 임명해야한다고 하였다. 예상 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프로듀싱 능력을 과시한 보아에 대한 선배의 칭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의 SM 상황을 놓고 보자면  YG 양현석 대표의 말이 농담처럼만 들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2003년에도, 그리고 2013년에도 보아는 SM의 대표 아티스트 이상으로 절실히 필요한 존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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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흔히들 영화를 감독 예술이라 하고, 드라마를 작가 놀음이라고 한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겸하기도 하지만, 관객들은 감독 이름만 기억하지, 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거의 없다.


반면 드라마는  <마의> 이병훈PD, <더 킹 투 허츠> 이재규PD, <풀하우스> 표민수PD 등 스타PD 외에는 연출을 맡은 PD보다 작가의 이름이 더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수현 작가가 대본을 쓰는 모든 드라마이다. 김수현 작가의 파트너로는 정을영PD, 곽영범PD가 있는데, 시청자들은 김수현의 부모님 전상서, 천일의 약속이라고 하지, 정을영의 부모님 전상서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같은 맥락으로 요 근래 인기리에 방영하는 KBS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도 주연배우 송중기, 문채원 다음으로 대중들에게 거론되는 이름은 이경희 작가다. 심지어 최근 종영한 SBS <신의>도 유명한 김종학PD가 연출했지만 주목받는 이는 송지나 작가다. 아예 각각 박경수, 박지은 작가 이름만 기억되는 <추적자>,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좀 뜬금없는 서두이긴 하지만, 그만큼 드라마에 있어서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 까지는 아니라도 막강한 편이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현실감이 녹아있는 대사가 필수인 드라마에서 일일이 글로서 제작진, 배우들이 시각적으로 표현해야하는 그 모든 것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역할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영상물이 작가 혼자서 만드는 업적일까? 


그건 아니다. 연출가와 배우에게 상세하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작가의 몫이지만, 결국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은 현장에서 촬영하는 제작진과 배우의 공이다. 제 아무리 작가가 맛깔나게 대사를 대본에 입력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대사를 입으로 쳐야하는 배우가 형편이 없으면 죽은 문장이나 다를 바 없다. 


반면, 훌륭한 연출가, 배우라면 제 아무리 밍밍한 대사와 지시도 생동감 있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 드라마, 영화라는 영상 매체의 묘미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는 극본과 연출에 높은 완성도를 기하기보다, 스타성 있는 배우 캐스팅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게다가 요즘은 한류 열풍으로 인해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는 배우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흔하진 않고, 대놓고 이뤄지진 않지만 배우의 요구에 따라 드라마 전체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연예계의 정설이다. 


어디 배우뿐만 아니겠는가.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 김(김명민 분)처럼 완성도 없는 드라마는 용서해도, 돈 안 되는 드라마는 용서가 안 된다는 제작자님이 가세하면, 주인공이 우아하게 죽어가는 와중에도 제작비를 댄 오렌지 주스 회사의 제품이 돋보이는 대본을 써내려가야 한다. 그래서 요즘 드라마 작가들은 작품 완성도 못지않게, 한류 스타님들을 돋보이게 하면서, 동시에 PPL이 드라마에 잘 녹아들도록 고민해야한다. 이래저래 작품 외적으로 작가들을 힘들게 하는 것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나 <드라마의 제왕>에서 이고은(정려원 분)처럼 변변한 공모 수상경력조차 없는 신인작가라면 드라마 제작사는 물론이고, 방송국 드라마국 고위 간부에게 퇴짜 맞기 일쑤다. 결국 앤서니에게 해고 통보를 받은 이고은은 만취 상태로 최절정 한류스타 강현민(최시원 분)을 찾아간다. 


참고로 강현민은 안하무인 톱 남배우지만 이고은의 작품 열정에 반해, 제국 프로덕션 오진완(정만식 분) 대신 이제 갓 만들어진 앤서니의 월드 프로덕션을 택한 바 있다. 강현민 앞에서 술에 취한 이고은은 사정이 생겨 작품을 못하게 되었지만, 자기에게는 진짜 소중한 작품이다. 부디 엄마 잃은 그 작품 끝까지 애정가지고 사랑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류 스타와 까다로운 앤서니 김이 만족할 만한 좋은 작품을 써놓고도 인지도가 없어 작가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 이고은을 보아하니 딱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스타 지상주의, 방송국의 입맛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방송계 현실을 생각하면 내세울 작품 없는 신인 작가 이고은이 받는 설움은 드라마 속 가상 설정만은 아닌 것 같다. 


마침, 최근 <골든타임>이란 히트작을 기록한 최희라 작가가 월간 방송 작가와 가진 인터뷰에서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를 두고, ‘완장 찬 돼지’라는 표현이 나왔다는 이유로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작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해당 잡지에서는 이번 문제의 인터뷰가 최희라 작가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편집되어 논란이 불거졌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해당 인터뷰를 기고한 기자가 얼마나 해당 배우 혹은 최 작가에게 얼마만큼의 억하심정이 있었기에 그런 무지막지한 단어까지 나올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만약 인터뷰 상에서  ‘완장 찬 돼지’로 일컬어지는 배우가 <드라마의 제왕>의 강현민 수준으로 인기에 도취해 안하무인에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였다 치자. 당연히 작가와 스태프 입장에서는 화가 나고 그보다 더 심한 육두문자가 머릿속에 아른 거릴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인터뷰에서 겨냥한 것처럼 보이는 배우 이성민은 오히려 이성민 때문에 <골든타임> 봤다는 시청자들이 다수를 이룰 정도다. 


어디까지나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 크기에,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에 있어서 작가의 역량은 속된 말로 무지무지 중요하다. 때문에 최근 성공리에 막을 내린 MBC <골든타임> 같은 경우에도 중증외상이란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불구, 리얼하게 풀어낸 최희라 작가의 남다른 글 솜씨 덕이 크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골든타임>의 성공이 과연 최희라 작가의 내공으로만 이루어진 쾌거일까? <골든타임>이 초반 부진을 뒤로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현실감 있는 병원 세태 고발로 한 몫 하지만, 최인혁 역을 맡았던 이성민의 남다른 존재감을 꼽는 이가 대다수다. 


애초 <골든타임>에 있어서 최인혁은 이선균이 맡은 이민우 다음의 서브 주연에 불과했다.작가 머릿 속에서 짜여진 <골든타임>의 기획 의도대로라면 최인혁은 민우가 진정한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스승의 역할을 하는 조력자급이다. 그런데 극 중 가장 생동감 있는 캐릭터였던 최인혁은 주연 이민우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 막판 <골든타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이성민 이었다. 


이선균의 절제미 넘치는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워낙 이성민의 연기가 훌륭했던 탓에 수많은 시청자들은 인혁 앓이를 시작했고, 더 나아가 ‘시즌2’를 요청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최희라 작가의 의도를 잘못 게재한 월간 작가 기자의 실수로 일파만파 파장을 일고 있는 인터뷰에 따르면 최 작가는 ‘완장 찬 돼지’와 같은 어느 한 배우 때문에 시즌2를 망설이고 있단다. 


해당 잡지 기자의 어마어마한 실수로 게재된 인터뷰 때문에 <골든타임>이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골든타임>을 잊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게다가 <골든타임>의 시즌2를 요청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는 팬들은 대부분 ‘인혁 앓이’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월간 작가 기자의 세심하지 못했던 인터뷰가 빚은 후폭풍은 봇물 치듯이 밀려온다. 


문제의 해당 인터뷰에 따르면, 물론 최 작가는 직접적으로 어느 한 배우를 지목하여 그를 ‘완장 찬 돼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 작가가 이번 인터뷰에서 이성민과 송선미가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연기를 해 분량을 뺐다는 이야기를  거론한 점,  이번 사건 이후 인터넷 상에서 떠돌아다니는 지문, 지시 없이 오직 대사만 있는 대본과 방영 이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실제 영상을 비교해보면 누구를 지칭하는 지 대충 짚을 수 있다. 





대중들이 봤을 때 오늘 날 <골든타임>의 위상을 안겨준 장본인이 누구라는 점을 떠나서, 자신이 쓴 작품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한 배우를 향해 공식적인 매체에서 ‘완장 찬 돼지’라는 극도로 혐오감 느끼는 단어까지 나왔다는 것은 놀랍기 그지없다. 


설령 진짜 그 배우가 <드라마의 제왕>의 강현민 혹은 그의 실제 모델인 어깨 힘주는 몇몇 한류 스타님들처럼 ‘완장 찬 돼지’처럼 행동하고 작가 눈엔, 아니 기자 눈엔 그렇게 보였다 치자. 하지만 공식적인 매체에 그와 같은 단어가 나왔다는 것은 적어도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한 배우에 대한 예의조차 없어 보인다. 


글쓴이의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으로 <골든타임>을 애정 있게 즐겨보았고, 배우 이성민, 그리고 최희라 작가를 좋아하는 대중으로서 이번 사건에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마침 당일 <드라마의 제왕>에서 어떻게든 자기가 쓴 작품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진짜 ‘완장 찬 돼지’에게 진심으로 사정하는 이고은 작가를 보니 서글픈 마음이 앞선다. 


아무튼 이번 해프닝과 <드라마의 제왕>으로 얻은 뼈아픈 교훈이라면....드라마는 작가만의 놀음, 일부 한류 스타와 제작사가 휘두르는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장난감이 아니라 작가, 제작진, 배우,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매스컴에 거론되는 그 배우가 정말로 인기에 취한 ‘완장 찬 돼지’ 라면 드라마 끝나자마자 다시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소극장 연극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이번 인터뷰로 크게 상처받았을 그 배우 분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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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흔히들 한국의 드라마를 두고 배용준의 <겨울연가> 그 이전 그 이후로 나눈다고 한다. 확실히 일본에서 <겨울연가>의 공전의 히트 이후, 내수용으로 인식되던 드라마는 수많은 지구인들이 찾는 문화 상품이 되었고, 배용준과 이영애 등 한류스타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웬만한 중견기업이 해외 수출로 벌어드는 외화 그 이상이다. 


자연스레 노는 물이 달라지다보니, 드라마 규모도 나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류'스타들의 출연료는 이제 할리우드 스타들 못지 않게 천정부지로 솟아오른지 오래고 한류 드라마 위상을 높아기 위해 블록버스터급으로 제작하다보니 드라마 한 편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백, 천 억원 단위의 숫자가 오간다. 


그 많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드라마 제작사들은 돈을 메꿀 수 있는 광고 섭외에 열의를 올리고, 그 광고가 드라마 안까지 침투한지 오래다. 아니, 아예 제작비 지원을 명목으로 간접광고로 들어온 상품이 드라마 전체를 잡아먹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드라마, 시트콤 전체를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엔딩을 선사한 MBC <지붕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주인공은 신세경과 최다니엘이 아니고 '카페00'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드라마 몰입도를 방해하는 지나친 PPL에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 여전히 드라마들은 PPL에 대한 깊은 애정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들 또한 좋아서 주인공이 죽는 장면에 '오렌지 주스'를 넣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렌지 주스 홍보에 들어가는 3억원을 위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 이미 작가에 의해 완성된 대본까지 통편집, 수정할 수 있는게 드라마의 세계다. 작품의 완성도는 차후의 문제다.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드라마의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대본을 발로 썼나?"라는 시청자들의 따끔한 지적보다, 제작비용도 제대로 건지지 못할 것 같은 저조한 시청률이다. 


SBS 새 월화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의 주인공 앤서니 김(김명민 분)은 드라마 성공률 93.1%를 자랑하는 드라마 외주제작사 제국 프로덕션 대표다. 수준 낮은 드라마는 참아도 돈이 안되는 드라마는 절대 참을 수 없다는 앤서니 김은 한류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 사나이다. 2002년 월드컵, 2008년 한미 FTA 반대 집회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이슈가 있지 않는 이상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은 모조리 성공시키는 앤서니 김은 공중파 방송국 드라마 국장들조차 벌벌 길 수 밖에 없는 강렬한 절대 반지다. 


하지만 앤서니 김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제국의 영광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쪽대본과 열악한 촬영환경에 시달리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었다. 회당 몇 천만원은 기본으로 받는 한류 스타님들과는 달리, 대다수 스태프들이 드라마 촬영으로 벌어들이는 액수는 한류스타들이 회당 받는 액수만도 못하다. 앤서니 김이 제작하는 드라마 <우아한 복수> 대본을 맡은 홍작가 보조 작가로 일하는 이고은(정려원 분)은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앉은 쾡한 눈으로 각종 업무에 시달리지만, 은행 대출로 쪼달리는 생활비를 해결해야한다. 





드라마의 제국에서 가장 극과 극의 대척점에 서있는 앤서니 김과 이고은이 만난 것은, 역시나 '돈'과 '드라마'이다. <우아한 복수> 의 마지막 회 방영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지 않는 촉박한 시점. 엔딩 장면에서 PPL로 협찬 받은 '오렌지주스' 문제로 홍작가와 설전을 벌이던 앤서니 김은 대신 보조작가인 이고은에게 다음 작품 드라마 작가로 데뷔시켜주겠다며, '오렌지 주스'와 어울러진 엔딩으로 수정할 것을 요청한다. 홍작가가 대본 수정하러 오는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앤서니 김의 과도한 뻥이 있었지만, 앤서니 김의 작가 데뷔 제안에 고은도 솔깃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앤서니 김의 뜻대로 오렌지 주스가 들어간 엔딩은 성공리에 촬영을 마쳤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제 시간에 무사히 방송국에 테이프를 전달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앤서니 김은 촬영장 근처에서 퀵서비스로 대기하던 사나이에게 수고비로 천만원을 줄테니 대신 1시간 안에 마지막 엔딩 테이프를 서울의 방송국으로 운반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퀵서비스를 믿을 수 없었던 앤서니김은 고은을 대동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뒤를 따라 나선다. 아니나 다를까, 무리하게 서울로 향해 달려간 퀵서비스는 결국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앤서니 김이 챙기는 것은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이 아니라....그의 품 안에 있는 마지막 엔딩 촬영본이다....





작품을 위해 아버지도 버려야한다는 철학으로 드라마에 임했던 앤서니 김의 93.1% 흥행 불패 영광 뒤에는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숨어 있었다. 말도 안되는 PPL로 자신의 작품을 망치기 싫었던 작가의 불타는 예술혼도, 앤서니 김의 거짓말과 작가 데뷔를 위해 스승을 배반하고 앤서니 김의 부탁을 들어준 보조작가의 순수한 꿈도,  1000만원 더 벌겠다고 사지의 길로 뛰어든 한 집안의 가장도, 모두 앤서니 김의 드라마 욕심으로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다. 단순히 돈으로 보상될 문제가 아니다. 성공을 위해 온갖 악행을 자행하는 앤서니 김의 주변은 당연히도 적으로만 채워져있다.  단지 앤서니 김의 돈냄새를 맡고 꼬리 흔들고 달라 붙어 있을 뿐. 지금까지는 제국 프로덕션 앤서니 김 황제의 충실한 2인자인 오진완(정만식 분)도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앤서니 김의 등에 비수를 꼽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들의 희생으로 앤서니 김은 막판 시청률 30.1%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앤서니 김은 흥행 불패의 신화를 이어나가게 되었지만, 그의 성공을 위해 죽어나간 퀵서비스 기사에 의해 잃어버린 '절대반지'는 앞으로 만만치 않은 고행을 치루게 될 앤서니 김의 순탄치 않은 운명을 예고한다. 실제로 앤서니 김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다가 죽은 퀵서비스 기사의 소식은  일파만파 퍼졌고, 앤서니 김의 제국은 오랜 영광에 제대로 금이 갈 위기다. 여기에 오랫동안 앤서니 김에게 칼을 갈던 오진완은 그를 배신할 만발의 준비를 마친지 오래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애꿏은 가장까지 죽음으로 내몬 앤서니 김의 몰락은 자업자득, 인과 응보다. 하지만 불과 <드라마의 제왕> 1회 만에 그토록 사랑하던 '오렌지 주스'와 함께 무너진 앤서니 김의 몰락이 통쾌하다기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는 것은 무엇일까. 





퀵서비스 기사가 천만원 더 벌기 위해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기 전부터, 앤서니 김은 드라마 성공을 위해 이미 자신의 영혼을 돈에게 팔아버린 지 오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보다 강한 독설을 뿜어내고 과도한 돈 욕심을 드러내는 앤서니 김 캐릭터는 오히려 돈을 무지하게 밝힌다는 그 점에 있어서 강마에보다 현실적이고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이미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로 인해 기본적인 사회 질서까지 흔들리는 시대. 도저히 정상적인 루트로는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현실에서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절대 반지 대신 돈을 쫓는 골룸이 되어버린 앤서니 김의 인생역경을 단순히 가상의 드라마 외주 업계 사장의 이야기로만 국한할 수 없는 이유다.  믿고 보는 김명민에, 드라마뿐만 아니라 극도로 자본화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담긴 흥미로운 대본과 짜임새있고 속도감있는 연출까지. 간만에 또 본방사수하여 볼 만한 드라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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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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