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가 가봉으로 건너가 가봉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일하는 박상철씨에게 그의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만둣국을 배달할 때만해도, MBC <무한도전>이 이렇게 큰 일을 낼 줄은 미처 몰랐다. 





평소 한국 음식을 접하기 어려운 해외 동포들에게 고국 음식을 전달해주는 데서 오는 감동의 차원을 넘어, 요즘 그 어떤 역사, 시사 프로그램도 보여주지 못한 제대로 된 역사 보여주기를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대륙에 음식 배달을 떠난 <무한도전-배달의 무도>(이하 <무한도전>)이었지만, 이 중에서도 <무한도전>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배달 지역은 단연 아시아였다. 아시아 중에서도 여러 나라가 있었지만 <무한도전>이 택한 곳은 가깝고도 먼 일본. 그리고 <무한도전>은 음식 배달만 떠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까지 알리고자 한다. 





지난 주 유재석, 하하의 우토로 마을 방문에 이어, 지난 12일 방영분에서 하하가 서경덕 교수와 찾아간 곳은 하시마섬. 최근 일본 근대화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섬이 사실 일제시대 강제징용당한 조선의 어린 소년들의 한이 설어있는 지옥섬이라는 것을 안 순간, 이제야 그 끔찍한 진실을 마주한 후손들은 말문이 막혀버린다. 


자신들의 선조가 저지른 부끄러운 역사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본의 태도가 울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이제야 하시마섬을 알았다는 것. 그리고 ‘강제징용’이라는 사실을 쏙 뺀 채 기어코 하시마섬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일본을 막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조상님들께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이다. 





만약 <무한도전>이 하시마섬을 찾아가, 그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여주지 않았다면, 하시마섬에 얽힌 이야기는 여전히 아는 사람만 분통터트리게 하는 공공연한 비밀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하시마섬을 재조명하면서, 하시마섬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일본의 태도 또한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인식시킨다. 이것이 방송의 힘이요, 응당 해야할 일인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부분의 방송이 1945년 8월 15일 이후에 있었던 일을 집중 조명하며, 남북분단과 한국 전쟁의 비극을 딛고 조국 근대화를 성공시켰다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만을 이야기하는 사이, <무한도전>은 광복 이전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강제징용의 진실을 널리 알리며, 빼앗긴 땅과 주권을 도로 찾았지만, 완전한 독립은 이루지 못하고 그 상처와 후유증이 여전히 진행 중인 광복 70주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된 역사를 배워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 아무리 부끄러운 역사라고 할 지 언정, 다시는 그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기는 것. 광복 7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우리가 잘 몰랐던, 하지만 꼭 알아야할 역사를 각인시켜준 <무한도전>이 그 어느 때보다 고맙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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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영화 <침묵의 시선>에서,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정권 대학살 당시 형을 잃은 아디는 자신의 형을 죽은 가해자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수십년 전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을 자랑스러워하던 가해자들은 그 때의 일을 거론하는 아디의 질문에 “어디까지나 지난 일”임을 운운하며, 더 이상 묻지 말 것을 강요한다. 





프로그램 10주년, 그리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외 동포들에게 음식을 배달해주는 특집을 기획한 <무한도전-배달의 무도>(이하 <무한도전>)은 지난 5일 방영분에서 가봉, 칠레, 미국, 남극세종기지에 이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당했던 후손들이 모여사는 우토로 마을로 발걸음을 향한다. 일본에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곳곳에 거주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토로 마을을 찾아간 이유는 명확했다.


우토로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된 군국주의의 피해자들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들에게 보상과 사과는 커녕, 불법 점거를 이유로 주민들에게 강제 철거 명령을 내린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한국 시민단체와 몇몇 시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도와준 덕에 어느정도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개발의 논리에 밀려 2년 뒤면 우토로 마을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한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한 이후에도, 돈이 없어서 조국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우토로 마을 주민들에게 우토로 마을은 그들의 또다른 고향이며, 삶의 터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토로 마을 주민들은 일본 정부의 차별과 냉대 속에서도 조국 대한민국을 잊지 않으며, 지난 70년간 꿋꿋이 척박한 환경을 지키고 일구어 살아왔다. 


일제에 의해 고향을 떠나 강제 노역에 종사하였지만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평생 가난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야했던 우토로 마을 주민들은 1963년 오시마 나기사 감독작, <잊혀진 군대>의 상이 한국인 병사들을 연상시킨다.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정당화시키는데 열중하지만, 정작 진상 규명 앞에서는 “지난 일”을 운운하며 회피하는 일본의 태도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침묵의 시선> 속 대학살 가해자들과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죽음과 전쟁의 상처는 있지만 책임은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피해자들은 은연중 강요된 침묵을 지켜야만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했다고 한들, 일본의 진정한 사과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일제 식민잔재가 말끔히 청산되지 않은 탓에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민족이 겪은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이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의 폭발적인 흥행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하물며 일제 군국주의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며, 그 이후에도 한국, 일본 어느 곳에서도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채 힘겨운 나날들을 이어나가야했던 우토로 마을 주민들의 과거를 그저 가슴아픈 지난 일로만 흘려보낼 수 있을까. 


이제 2년 뒤면 그동안 살았던 우토로 마을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드리기 위해 마을을 찾은 <무한도전> 유재석과 하하는 주민들 대부분의 고향인 경상도, 전라도 음식을 직접 만들어 주민들에게 대접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일제 식민지배가 만든 아픈 역사의 산증인 우토로 마을과 주민들을 기억하게 한다. 





역사 교과서가 응당 가르쳐주어야했으나, <무한도전>으로 인해 더욱 자세히 알게된 이야기. 이제야 알게 되어서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게 만드는 우토로 마을과 다음주 <무한도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거론될 하시마섬은 결코 잊어서는 안되며, 평생 기억하고 되새겨야할 역사다.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도 회피하지 않는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시의적절한 물음을 제시한 <무한도전>은 광복 70주년 꼭 필요한 의미있는 특집을 보여주었고, 잊지 못할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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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1960-70년 당시 정부는 외화 획득과 우방들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서독, 월남(현 베트남), 중동 등지에 대대적인 인력 수출을 단행하였다. 그 이후에도 사업, 유학 등 각각의 이유로 수많은 한국인들이 고국을 등지고 머나먼 나라로 향했다. 당시 정부는 <대한뉴스>를 통해 낯선 이국땅에서 한국 특유의 근면 성실함으로 국위 선양과 조국 근대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해외 근로자, 장병, 동포들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해외 근로를 장려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다른 형태의 인력수출이 있었다. 1954년 전쟁 고아를 해외로 보낸 이래,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는 해외 입양 사업이다. 


2주 전 MBC <무한도전-배달의 무도>에서 정준하가 찾아간 가봉 대통령 경호실장 박성철씨, 그리고 다음주 방영 예정인 서독 광부, 간호사가 60-70년대 정부가 적극 장려했던 인력수출의 케이스라면, 지난 29일 방영한 미국 해외 입양아 케이스는 조국 근대화의 찬란한 영광에 가려진 대한민국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낸다. 


이역만리 타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그리운 고국의 맛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세상 어떤 진귀한 요리도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비할 수가 없다. 그런데 <무한도전-배달의 무도>는 단순히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을 배달해주는 차원을 넘어, 이런저런 이유로 고국을 떠났지만, 그곳에서 성실히 새로운 터전을 일구어 살아가는 교포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사연 어머니 혹은 아내가 준비한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먹방과 쿡방의 뭉클한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유재석이 방문한 미국 편은 허를 완전히 찌른 반전을 선사한다. 출산을 앞둔 사연의 주인공 선영씨를 위해 그녀의 친어머니가 만든 음식들을 전달한 유재석은 한국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른다는 선영씨에게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겠다면서, 문 밖으로 그녀를 유인한다. 


전편의 정준하, 박명수가 그랬던것처럼 방송에서 도통 볼 수 없었던 유재석의 쿡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에 눈시울을 붉혀야만 했다. 사정상 선영씨를 찾아갈 수 없어  <무한도전>을 통해 대리 배달을 부탁했던 선영씨의 가족들이 선영씨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딸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그녀의 양아버지와 함께 오손도손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무한도전>은 그 어떤 쿡방, 먹방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던 감동을 채워준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전히 애타게 친부모를 찾는 입양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동시에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 중인 입양 현실에 주목한다. 





입양아들과 양부모들이 함께 한국 문화를 배우는 모임에서 만난 한 소녀는 한국에 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나는 유재석의 질문에 친부모와 위탁모를 만나고 싶다하면서 금세 속상해하며 울먹인다. 그리고 유재석은 아이들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밥을 만들며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OECD 가입국임에도 여전히 아동수출대국으로 불리우는, 부끄럽지만, 결코 피해서는 안되는 이야기.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다수 방송이 일제히 일제 지배와 전쟁 폐해를 딛고 근대화에 성공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찬란한(?) 미래를 논하는 사이, <무한도전>은 머나만 이국땅에서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사람들과 이 나라가 품어주지 못한 아이들의 아픔 속으로 들어간다. 





다음주에 방영할 서독 광부, 간호사들과의 만남. 그리고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늦었습니다.” 한 마디로 서문을 연 하시마섬의 숨겨진 강제징용의 비극까지.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공식적인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진짜 역사를 찾아가는 <무한도전>의 여정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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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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