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41회를 맞은 서울독립영화제 2015(이하 서울독립영화제)가 지난 4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망의 막을 내렸다.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던 지난 26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 유통, 배급지원사업에 반대하는 독립영화감독 120인의 선언이 있었던 만큼, 이날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은 한층 무거운 분위기에서 치루어졌다. 독립 영화와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에게 있어서 그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게된 올해, 이번 서울독립영화제는 외연을 확장하기 보다, 독립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전년도보다 전체 관객수와 유료 관객수가 모두 증가하는 괄목한 성과를 보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는 국내외 포함 110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 박홍민 감독의 <혼자>,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 김진도 감독의 <흔들리는 물결>, 박근범 감독의 <여고생> 등 지난 10월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들이 경쟁장편에 선정 되었으며, 오멸 감독의 <눈꺼풀>, 강석필 감독의 <소년, 달리다> 등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수상작들을, 개봉 전 특별 장편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경순 감독의 <레드마리아2>,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 이희원 감독의 <홀리워킹데이>,박소현 감독의 <야근 대신 뜨개질>, 오민욱 감독의 <범전>, 김희정 감독의 <설행, 눈길을 걷다>, 윤솔지 감독의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등 올해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에서 초청된 작품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여배우는 오늘도>(2014)에 이어, <최고의 감독>을 연출한 배우 문소리의 2번째 작품이 특별 상영되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이었던 임상수 감독의 <뱀파이어는 우리 옆집에 산다>도 특별단편 섹션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올 한 해 주요 영화제를 통해 수상하거나 주목받은 해외 신인 감독들 작품으로 구성된 ‘해외초청’ 섹션 또한 이번 서울독립영화제가 자랑하는 특별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총 7편의 상영작 중,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트윈스터즈>를 제외하곤 모두 국내 첫 프리미어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다


향후 한국영화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영화인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취지에 걸맞게, 그동안 서울독립영화제는 젊고 재능있는 감독 외에도, 한국영화에 새로운 활력소를 안겨줄 신선한 얼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였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출연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드높인 젊은 배우들이 뉴페이스들이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을 흐뭇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 중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은 특별단편 섹션에 소개된 홍기원 감독의 <타이레놀>에 등장한 배우 변요한.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로 ‘독립스타상-배우부문’을 수상한 변요한은 수많은 독립 영화 출연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공중파 드라마 주연으로 진출한 독립영화의 스타 중의 스타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변요한이 출연한 <타이레놀>은 특별단편 섹션에 속한 작품임에도 불구, 관객들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관객상을 수상하였다. 


<흔들리는 물결>에 출연한 배우 심희섭도 <1999, 면회>(2012)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독립 영화 팬들에게 있어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얼굴 중 하나다. 최근 관객수 500만을 돌파한 <검은 사제들>에서 아주 짧은 등장에도 불구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정하담의 주연작 <스틸 플라워>도 유독 젊은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영화계에 있어서 잠재력 있는 신인 여배우를 미리 만날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로 다가온다. 


한편, 지난 4일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에서 발표된 영예의 대상에는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가 차지하였다. (2015/12/02 - [영화전망대] - 스틸 플라워. 불안과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결연한 삶의 의지.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보여주다   ) 

<스틸 플라워>는 주연을 맡은 정하담이 ‘독립스타상-배우부문’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았지만, 아쉽게도 감독, 배우 포함 <스틸 플라워> 주요 스태프들이 마라케시 영화제에 초청받아,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대신 다음주 10일 개봉 예정인 <그들이 죽었다> 백재호 감독이 박석영 감독 대신 수상 소감을 전하였다. 최우수 작품상에는 권만기 감독의 단편 <초능력자>, 우수 작품상에는 김수정 감독의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이, 심사위원상은 박홍민 감독의 <혼자>와 오민욱 감독의 <범전>이 공동 수상하였다. <범전>은 특별상인 ‘독불장군상’도 수상하여 2관왕에 올랐다. 


단편과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골고루 본상 수상 목록에 포함되었던 이번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들의 공통점은 독립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투철한 실험 정신과 시대 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고의 영화보다 최선의 몸짓을 선택하고자 했다.”는 심사평대로,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스틸 플라워>는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한 소녀의 숭고한 의지가 담겨진 극 영화다.  2관왕을 수상한 <범전>은 기존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되는 미학적 실험이 돋보이면서도,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 간 철거 직전의 현장을 성실히 담아낸 귀중한 기록물이다. 90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기이한 악몽을 꾸는 것 같은 <혼자>는 독특한 비주얼 아티스트로서 박홍민 이름을 명확히 기억하게 한다. 


그 어느 해보다 힘겨운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올해에도 예년과 변함없이, 신진 영화인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자리로 제 역할을 하였던 ‘서울독립영화제2015’는 지난 4일 폐막식을 끝으로, 다음 영화제까지 순회 상영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서울독립영화제 2015 수상작 목록

 

본상

대상 - <스틸 플라워> 박석영

최우수 작품상 - <초능력자> 권만기

우수 작품상 - <파란 입이 달린 얼굴> 김수정

심사위원상 - <혼자> 박흥민, <범전> 오민욱


특별상

새로운 선택상 - <밸리 투나잇> 곽승민

새로운 시선상 -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 남순아

독립스타상 - <여름의 끝자락> 윤금선아, <스틸 플라워> 정하담

열혈스탭상 - <사돈의 팔촌> 촬영 장현상

독불장군상 - <범전> 오민욱 

관객상 - <할머니의 먼 집> 이소현, <타이레놀> 홍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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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추운 겨울, 무거운 배낭과 트렁크를 짊어진 채,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소녀 하담(정하담 분)은 갈 곳이 없다.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데, 집도, 전화도 없어 신원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거절당하기 일쑤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이후에도 하담이 마음 놓고 정착할 공간은 하늘 아래 어디에도 없다.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공개된 <스틸 플라워>는 <들꽃>(지난 11월 개봉)으로 데뷔한 박석영 감독의 두 번째 데뷔작이다. <스틸 플라워>는 <들꽃>에 이어 박석영 감독 거리소녀 2부작 이기도 하다.


박 감독의 데뷔작 <들꽃>이 가출한 10대 소녀들의 위태로운 일상을 그려냈다면,  <스틸 플라워>는 정처없이 거기를 헤매는 20대 여자의 이야기이다.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되지 못한 하담은 당장의 생활을 이어가게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고, 일거리를 찾고자 분주히 돌아다닌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업소에 끌러갈 위협에 시달 렸던 <들꽃>의 소녀들과 달리, <스틸 플라워>의 하담에게는 다행히 그런 위험은 존재하지는 않아보인다. 그러나 하담의 삶은 상당히 위태롭고,  보는 이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그녀에게는 보호자도 없고, 집도 없고, 그녀의 발을 보호해줄 수 있는 온전한 신발조차 없다. 세상은 혼자 떠돌아다니는 소녀에게 따뜻한 위안처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소녀 하담을 궁지에 몰리게 한다. 그나마 하담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길을 지나다 우연히 알게된 탭댄스의 세계다. 


희망 없고, 갈 곳 없는 소녀의 불안하고 황폐한 내면을 보다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거친 핸드 헬드가 보는 이의 시선을 어지럽게 한다. 카메라는 거리를 배회하는 하담의 뒤만 묵묵히 따라갈 뿐, 그 외의 어떠한 개입도 이뤄지지 않는다. 때문에 <스틸 플라워>는 극영화이면서도, 정하담이라는 실제 지금 이순간에도 부산 변두리를 어슬렁 돌아다닐 것 같은 소녀의 하루를 담은 르포로 보여지기도 한다. 


<스틸 플라워>는 <들꽃>과 마찬가지로, 우연히 가출 소녀들을 발견한 박석영 감독이 그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스틸 플라워>는 박석영 감독이 만들어낸 거리 소녀의 이야기로만 국한되지 않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들의 불안한 삶을 그리고자 하는 영화다. 하담은 진심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알바 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힘들게 일자리를 구해도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그만두어야했다. 세상 어느 곳에도 마음 편히 발붙일 곳이 없는 하담에게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탈출구 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담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지기는 커녕, 악화 되기만 하는 상황에 주저앉을 법도 하다. 그럴수록 하담은 거친 파도에 온 몸으로 맞선다. 세상이 아무리 우리를 힘들게 할 지라도, 무소의 뿔처럼 꿋꿋이 맞서 나가야 한다는, 오늘 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거친 이미지의 힘에 빌려 말하고자 하는 수작이며,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마무리를 완성한다. 동시에 짧은 등장에도 불구, <검은 사제들>에서 강한 잔상을 남긴 신인 정하담의 이름을 명확하게 기억하게 하는 영화다. 서울독립영화제 2015에서 대상 및 배우상(정하담)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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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2015/10/10 - [영화전망대] - 20회 BIFF 내맘대로 결산 1.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낸 거장들과 명작들에서 이어집니다 



<카쉬미르의 소녀>,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20세기 프로젝트>, <사울의 아들> 등 향후 영화계를 빛낼 예비 거장들을 미리 만나다 


영화제가 가진 가장 큰 힘을 지목하라면, 기존 영화 상영시스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해외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다양하고도 참신한 프로그래밍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우뚝 솟은 부산국제영화제답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데뷔작이 대거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이 중에서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작품 <카쉬미르의 소녀>(2015)는 ‘발리우드’로 통하는 인도에서도 역대 흥행수익 2위를 기록한 대형 화제작. 이탈리아 출신 피에로 메시나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 데뷔작이자 줄리엣 비노쉬의 열연이 돋보이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또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다. 


<카쉬미르의 소녀>,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관객들 사이에서 열띤 지지를 받았다면, <20세기 프로젝트>, <사울의 아들>은 보다 새롭고 신선한 영화를 갈망하는 씨네필, 혹은 예비 영화인들을 위한 맞춤 영화다. 


라즐로 네메스의 데뷔작임에도 불구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사울의 아들>은 4:3이라는 독특한 화면 비율에서부터, 여러 실험 기법이 돋보이는 문제작이며, 쿠바의 노쇠한 원자력시설을 배경으로 3대의 갈등을 다룬 <20세기 프로젝트>는 파운드 푸티지라는 새로운 영화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현 대한민국에도 적지않은 시사점을 주는 작품이다. 입양아 출신인 사만다 푸터먼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룬 <트윈스터> 또한 향후 눈여겨봐야할 데뷔작 중 하나다. 


20년 부산이 선택한 한국 영화. <지슬>, <한공주> 명맥 잇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1999, 면회>, <한공주>, <셔틀콕>, <족구왕>, <꿈보다 해몽>, <거인>, <소셜포비아>, <한여름의 판타지아> 등 한국 영화의 미래로 손꼽히는 수많은 작품들을 발굴해온 부산국제영화제는 젊은 영화인들에게는 기회를, 관객들에게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알리는 매개의 장으로 충실히 이행해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한국영화 신작 중에서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영화는 22일 개봉에 앞서, 부산에서 선공개된 <돌연변이>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한 청년 구직자가 생선 인간이 된다는 독특한 극적 설정이 돋보인다. 2013년 제66회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세이프> 각본을 맡은 권오광 감독의 데뷔작이며 박보영, 이광수, 이천희 등이 주연을 맡았다. 


작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조수향)을 수상한 데뷔작 <들꽃>에 이어 2연속 부산 초청이라는 초청을 쾌거를 안은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는 거리 위 소녀들의 위태로운 삶을 리얼하게 담아낸 수작이라는 평. 여주인공 정하담을 둘러싼 반응 또한 뜨겁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받은 이후 로테르담, 벤쿠버 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된 <물고기>(2011) 박흥민 감독의 신작 <혼자>, 한성천, 황보라가 주연을 맡은 김병준 감독의 <소시민>, 인기 아이돌 EXO 수호가 첫 주연을 맡아 부산을 들썩이게한 <글로리데이>까지. 올해도 탄탄한 작품성을 가진 수작들이 눈길을 끄는 만큼, 과연 <지슬>, <한공주>의 명맥을 잇는 스타 독립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한국 신진 감독들의 약진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고자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2015/10/10 - [영화전망대] - 20회 BIFF 내맘대로 결산 1.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낸 거장들과 명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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