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리에 납치 -> 영문도 모르고 예정된 여행지로 끌려가는 출연자들 -> 하지만 진심으로 여행을 즐기는 출연자들. 얼마전 종영한 tvN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을 제외하고 <꽃보다 청춘>은 늘상 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지난 19일에 방영한 <꽃보다 청춘 Afica>(이하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도 나영석PD를 위시한 제작진이 tvN <응답하라 1988>로 빵 뜬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 등 쌍문동 4인방을 납치하기 위해 <응답하라 1988> 포상휴가지도 나PD가 직접 정할 정도로 많은 공을 들었다는 것을 강조 한다고 한들, 기존의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보여 줬던 '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응답하라 1988>의 주역들이 대거 이번 여행 방송에 동참 했다는 것이다. 아쉽게 이동휘는 스케줄 관계상 참여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마지막까지 덕선 남편으로 자웅을 다투던 류준열과 박보검이 모두 <꽃보다 청춘>에 출연한 것은 신의 한 수다. 그리고 류준열이 평소 배낭 여행을 즐기고, 숨겨둔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제작진으로서는 큰 행운이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하는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는 여행에 대한 사전 준비가 거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여행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출연자가 필요하다. <꽃보다 청춘>의 시발점 이었던 페루편에서는 윤상, 유희열, 이적 모두 영어에 능통한 편이었고, 진짜 몸만 떠났던 라오스 편에는 평소 여행을 많이 떠났다는 유연석이 여행 경험이 전무하다싶은 손호준, 바로를 이끌었다. 그리고 아프리카 편에서는 류준열이 다른 멤버 들을 이끌고 나미비아 사막으로 향하는 여행을 진행시킨다. 





나영석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납치 기술 때문에 해당 출연자 입장에서는 잠시 멘붕이 올 수도 있으나, 어찌되었거나 <꽃보다 청춘>은 꾸밈없는 여행을 통해 그간 출연자들이 숨겨 왔던 매력을 대방출 하여,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생 프로그램'이다. 쉽게 범절할 수 없는 천재 뮤지션 이미지가 강했던 윤상이 <꽃보다 청춘 페루편> 이후 MBC <무한도전>, tvN <집밥 백선생>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고, 손호준이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 이후 tvN <삼시세끼 어촌편>, <집밥 백선생> 등에서 맹활약하는 예능 유망주가 되었다. <꽃보다 청춘>은 아니지만,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원로 배우들이 프로그램 이후 한동안 CF 스타로 활약한 것만 봐도 나영석 PD의 <꽃보다>, <삼시세끼> 시리즈는 섭외만 들어온다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기회다. 


이번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통해 그 기회를 잡게된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은 이미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배우들이다. 굳이 <꽃보다 청춘>이 아니더라도, <응답하라 1988> 특수 때문에 이들을 찾는 이들은 많고, CF, 차기작도 물밑듯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응답하라 1988>의 성공에 기대는 경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충분히 뜬 연예인들도 더 유명하고 인기있는 스타로 만들어주는 것이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이 가진 힘이다. 아마 <응답하라 1988>로 인기를 얻게된 출연자들은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통해 더 큰 호감을 얻게될 것이고, 이들이 바빠지기 전에 재빨리 낚아챈 <꽃보다 청춘>은 <응답하라 1988>의 버퍼 효과를 마음껏 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돋보이는 최초의 수혜자는 뛰어난 영어 실력을 기반으로, <꽃보다 할배>의 영원한 짐꾼 이서진, 라오스에서 다른 멤버들을 엄마처럼 살뜰이 챙기는 유연석 못지 않는 여행 내공을 보여준 류준열이 되었다. 첫 회에서부터 몸에 배인 예의바름과 순수함으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바른 사나이  박보검을 필두로, 다른 멤버들도 이후 진행되는 여행기를 통해 류준열 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화제를 얻겠다. 그럼에도 졸지에 다른 멤버들을 챙기게 된 준 프로 가이드 류준열이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여행이 꽤 재미있게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남은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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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생각지도 못한 복권당첨으로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김성균, 라미란 부부의 유일한 근심거리는 큰 아들 정봉(안재홍 분)이다. 





대학 입시에 연이어 실패해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취미 생활에만 열중하는 정봉이만 보면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성균과 미란은 정봉이를 다그치거나, 혼줄을 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모든 것을 달관한 것 같은 라미란의 쿨한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또 수제비로 간신히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가난했던 집이 정봉이가 산 복권으로 부자가 되었으니, 이 들 가족에게 정봉이는 집안을 일으켜 세운 구세주요, 은인같은 존재다. 그래서 정봉이 공부를 안하고 취미 생활에만 몰두해도 그럴러리 넘어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 가족에는 정봉의 6수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연이은 대입실패도 그간 정봉이 겪었던 일에 비하면 한낱 지나가는 바람 뿐이다. 그렇다. 정봉이는 어릴 때부터 심장병을 앓아왔고, 그 이후도 계속 크고 작은 수술을 몇 번 받아왔다. 1987년에 판막을 교체하는 대수술을 받은 정봉이는 지난 28일 방영한 <응답하라 1988> 8회에서는 인공심박동 교체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연이은 대입 실패에도 불구, 왜 그렇게도 김성균, 라미란 부부가 계속 시험을 보게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도 들어가고 대우받고 살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존재하는 시절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삼수도 아니고, 6번의 실패에도, 그것도 공부할 마음이 별로 없는 정봉이에게 계속 학력 고사 준비에만 매달리게 하는 것은 부모나 정봉이나 모두에게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몇 년 전과 달리, 집도 잘 살고, 김성균이 운영하는 가전제품 대리점도 잘 되고 있는만큼, 차라리 그 쪽으로 정봉이의 진로를 바뀌어보게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응답하라 1988> 8회를 보고, 왜 그리 성균과 미란이 아무리 해도 되지 않는 정봉의 대학 합격에 왜 그리 목을 메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들이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니까, 대학에 들어가서 그래도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그래서 성균과 미란은 매년 이어지는 정봉의 불합격 소식에도 불구, 언젠가는 그들의 귓가에 들릴 지도 모르는 큰 아들의 대학 합격 소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이 누구나 붙잡아도, 사연없는 사람은 없듯이,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사람들 또한 저마다의 속 사정이 있다. 김성균, 라미란 네 처럼, 가난도 벅찬데, 아들의 병마와 힘겹게 싸웠던 사람들도 있었고, 은행원이라는 제법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빚보증을 잘못 서서, 몇 십 년 째, 반지하방 생활을 면치 못하는 성동일, 이일화 가족도 있다. 선우,진주 엄마 김선영과 택이 아빠 최무성은 각각 남편과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매 회 볼 때마다 <응답하라 1988>이 감탄스러운 순간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느 누구도 소외되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쌍문동 골목 아이들 중에서 동룡(이동휘 분)이 등장하는 분량이 현저히 낮다는 아쉬움이 제기 되지만, 지금은 덕선(혜리 분)의 유력한 남편 후보로 급부상한 최택(박보검) 또한 드라마 초기만 해도 출연 분량이 적었으니, 회가 갈 수록 동룡이의 비중 또한 점점 커지지 않을까. 


한편, 성덕선-김정환(류준열 분)-최택 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 이외에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우(고경표 분)와 성보라(류혜영 분)의 관계도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반듯한 모범생 선우가 쌍문동 최고의 폭군(?) 보라를 남몰래 연모하는 이유가 그와는 정반대인 거친 매력때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들었다. 하지만 선우가 보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차가움 속에 숨겨진 따뜻한 면모 때문이라고 한다. 





사연인 즉슨, 이렇다. 시간을 거슬러 2년 전으로 올라가, 선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선우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의 나이 고작 16세. 장례식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일찍 아버지를 여읜 선우를 위로하고 격려 했지만, 그 많은 말들 중에서도 선우의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위로는 보라가 전한 따뜻한 말 한 마디였다. 


그 때 선우가 기억한 보라는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소녀였다. 하지만 2년 뒤 성보라는 많이 변해있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서울대를 갔다는 집안의 자부심,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리지만,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시대의 소명, 그 와중에도 어려운 집안 형편에 보탬이 되도록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타야한다는 일종의 책임감, 아직 스물한살에 불과한 가녀린 소녀가 짊어져야 할 짐은 의외로 무거웠고, 그 때문에 성보라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오는 강철 여인이 되어야했다. 





성보라의 전 남자친구(박정민 분)는 이별을 통보하는 성보라에게 "여자로서 최악이라는." 막말을 퍼붓는다. 보라 친구와 바람을 핀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 그는 너무나도 당당했다. 자신이 이렇게 애걸복걸 하면서 사과를 하는데 왜 받아주지 않느냐는 식이다. 사과는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피해자가 그 진심을 받아들어야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는 법이다. 그런데 요즘은 나 사과했다. 그러니 잊어라 이런 말들이 너무 많이 들린다. 아니, 요즘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되레 역성을 드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아무튼, 보라의 전 남자친구는 분명, 사과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 좋아하던 남자친구, 친구에게 배신감을 느낀 보라의 쓰라린 좌절까지 일으켜 세울 수는 없었다. 결국 비가 쏟아지는 12월의 어느 날, 우두커니 앉아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보라를 위로한 건, 그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선우다. 


유독 <응답하라 1988>에는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그리고 그 곡을 리메이크한 이적의 노래가 많이 들린다. 그리고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와는 다르게,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 대신, 가족의 이야기를 최대한 담아내고자 한다. 





여전히,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주목받는 메인 이벤트는 덕선의 남편 찾기와, 한술 더떠 이제는 보라의 남편이 누군지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응답하라 1988>은 젊은 여주인공들의 남편이 누구인지보다, 1988년 쌍문동 골목길을 살았던 가족들의 일상을 통해, 2015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돋보이는 드라마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특유의 남편 찾기도, <응답하라 1988>에서는 드라마의 흥미를 돋우는 하나의 재미요소일 뿐이다. 


물론, 시간이 지날 수록 <응답하라 1988>이 성덕선, 그리고 성보라의 남편 찾기에 더 많은 비중을 둘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만 놓고 비추어 봐도, <응답하라 1988>는 지난 시리즈에 비해서 사람들간의 관계를 풀어내는 솜씨가 한층 더 깊어졌고, 더 나아가 청춘남녀에게 국한 되었던 세계관을 가족, 사회,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5년으로 확장 시키고자 한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가 방영 했을 당시에도, 살기 힘들었고, 그래서 대중들의 팍팍해진 정서를 과거 이야기로 위로받고자 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하지만 지금 <응답하라 1988>이 방영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전 시리즈가 방영 했을 때보다, 더 힘들고,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시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대중들은 섣부른 희망을 제기하는 드라마와 영화 대신,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작품들을 찾는다. 그에 반면, <응답하라 1988>은 1988년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지금 이 시국을 어떻게 견뎌내야하는지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그렇다고 "괜찮아, 잘 되거야." 식의 지나친 낙관론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걱정만 한다고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걱정말아요 그대'의 가사처럼 걱정만 하기보다, 우리 다함께 힘을 합쳐 노래하는 것.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은 그 첫 시작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제시한다. "괜찮아, 잘 될거야. 그러니 잊어라."가 아니라, 차갑고 냉정할 줄 알았던 의사(김태훈 분)의 진심이 담긴, 따뜻한 위로가 안겨준 잔잔한 감동처럼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점점 살기가 어려워지는 통에 각자도생을 꾀할 수밖에 없는 삭막한 세상. 그래도 그 유일한 해결책은 역시 "같이 살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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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88> 6회에는 러브라인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성덕선(혜리 분)의 열렬한 짝사랑을 받으며, 미래의 덕선(이미연 분) 남편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던 선우(고경표 분)가 덕선이 아닌 그녀의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에게 연정을 표하며, 일찌감치 남편 후보에서 제외된 것. 그리고 미래의 덕선 남편(김주혁 분)의 입에서 과거 덕선이 선우에게 고백 했다가 제대로 차였던 흑역사가 튀어 나오는 순간, 선우는 덕선의 남편이 아닌 것으로 완전히 판명되었다. 





이쯤 되면 그동안 덕선을 남몰래 흠모해온 김정환(류준열 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날 법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선우의 빈자리를 메우며 새로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그의 이름은 천재 바둑기사 최택(박보검 분). 그동안 바둑만 열심히 두었지, 그 외에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최택이 덕선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 


그렇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 관객수를 기록한 <명량>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뒤로 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너를 기억해>, 영화 <차이나타운> 등에서 줄줄이 멋있는 캐릭터를 꿰차고, 라이징 스타라면 누구나 거쳐간다는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MC까지 맡은 박보검은 그저 쌍문동 골목길 다섯 친구 중 하나가 아니었다. 남편 찾기에 유독 공을 들이는 <응답하라 1988>이 꽁꽁 숨겨두었던 복병 중의 복병이었다. 





원래 <응답하라 1988>이 생각한 주요 러브라인은 정환-덕선-택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였다. 하지만 여주인공 남편이 누구인지 알려줄듯 말듯 하면서 시청자 약올리는게 취미이자 특기인 <응답하라 1988>은 새로운 시리즈 시작과 함께 지난 <응답하라 1994>보다 한층 더 진화된 낚시 기법을 펼친다. 


애시당초 덕선의 남편과 거리가 영 멀었던 선우를 덕선의 첫사랑으로 분하게하여 바람잡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케 한 것이다. 게다가 선우는 다정다감한 성격에서부터 반듯한 외모까지,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를 떠올리게 하는 많은 공통점을 가졌기에 덕선의 남편 후보로 손색없었다. 일찌감치 선우가 덕선이 아닌 보라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덕선과 남편으로 이어질 수는 없어도 꽤 오랜 세월 덕선의 속을 애타게 하는 인물로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1988년 첫 눈 오는 날, 보라에게 용기내어 고백한 장면을 끝으로, 선우는 덕선의 남편에서 영구 탈락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러브라인의 혼선 속에 언니와 동생이 한 남자를 두고 싸우는 막장극은 일찌감치 선을 그은 셈. 이쯤 되면 시청자들을 제대로 낚은 데 성공한 제작진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 듯 하지만, 웬걸. <응답하라 1988>을 애청하는 대부분 시청자들에게 선우는 덕선의 첫사랑의 상대일 뿐, 그를 미래의 덕선 남편으로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덕선과 선우에게는 5회 오프닝에 등장한 라면집씬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스킨십과 관계 진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때 선우가 덕선의 어깨에 손을 올린 것 또한, 선우에게는 오랜 동네 친구에게 무심코 취한 일상적인 행동 이었을뿐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비해 덕선에게 유독 다정하게 군 것도,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본인 성격 탓이 가장 크겠지만, 혹시나 자신이 오랫동안 연모해온 보라와의 사랑을 이루는 데 있어서 그녀의 동생인 덕선이 다리를 놓아줄까봐, 그래서 더욱 덕선에게 친절하게 대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덕선과 심쿵한 장면은 모두 덕선을 짝사랑하는 정환의 몫이었다. 좁디 좁은 벽과 벽사이에서의 숨막히는 밀착씬,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곤욕을 치루는 덕선을 위해 흑기사를 자처한 정환의 팔에 진하게 튀어나온 힘줄 등등. 하지만 애시당초 정환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덕선은 정환에게 별반 관심이 없다. 네가 그러던지 말던지, 난 선우만 본다 이런 식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숨 죽이며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덕선이 정환이 아닌 선우를 선택한다고 한들, 수많은 시청자들 마음 속의 덕선 남편은 한 여자(덕선)만을 바라보는 츤데레 순애보 정환으로 확연히 기울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건들 거리는 몸짓에 2015년 덕선의 속을 살살 긁는 남편의 상태(그리고 정환의 아버지인 김성균처럼 내복차림으로 집안 활보)를 보아하니, 1988년, 세상만사 불평 불만으로 가득찬 시크 까칠 김정환씨와 제법 싱크로율이 맞아보인다. 그러니 덕선이 선우를 향한 처절한 짝사랑을 외치던 말던 간에 시청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덕선 남편으로 정환 당첨을 외칠 수밖에. 





하지만 덕선의 첫사랑으로 첫사랑 특유의 애틋한 감정만 일으켰을 뿐, 일찌감치 덕선 남편과는 영 거리가 멀었던 선우와 달리, 소리없이 러브라인의 중심에 훅 들어선 택이의 등장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그리고 뒤늦게 생각해보니, 유명 스타라는 점에서 택이는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칠봉이처럼 순애보라는 것도 꼭 닮아 있었다. 아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사람 가슴 훅 파고드는 것도 똑같다. 


그러나 뒤늦게 덕선에게 자신의 연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택의 변화에도 불구, 의외로 그는 덕선의 남편과 영 거리가 멀다는 제법 설득력있는 주장이 제기된다. 잘 알다시피 최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둑 천재 이창호 9단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이다. 택이와 달리 양친 부모가 모두 살아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아버지가 금은방을 운영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커 페이스라는 것도, 살아있는 돌부처 이창호 9단의 실제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창호 9단의 아내가 11살 연하라는 것이다. 설마 아내의 나이 차이까지 이창호 9단을 따라하겠나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 이창호 아내처럼 11살 차이는 아니지만, 띠동갑 차이가 나는 선우 동생 진주가 버젓이 한 동네에서 살아있기 때문이다. 디테일에 강한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인 만큼,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결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이런 뻔한 추리를 뒤집는 반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할 듯하다. 





어찌되었던 연적 선우가 사라져(?) 쾌재를 부르던(흐흐흐흐흐흐가 자동 연상될 정도) 정환의 기쁨도 잠시. 정환은 선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최택과 진짜 힘들고도 어려운 싸움을 이어나가야한다. 비록 최택이 바둑 외엔, 모든 것에 서툴고 어리숙하긴 하지만, 목표하는 바가 생기면 특유의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것으로 성취한다는 것. 그래서 뒤늦게 덕선과 정환 사이에 끼어든 최택이 무서운 이유다. 혹시 아나,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가 남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에 버금가는 명대사가 최택의 입에서 나올지도. 


아무튼 선우 가고, 최택이 그 자리를 꿰찬 <응답하라 1988>의 주요 러브라인은 이로소 확실히 정리되었다. 이제 정환과 택이를 두고 <응답하라> 시리즈 특유의 낚시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일만 남았다. 아, 아직 동룡(이동휘 분)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동룡이까지 가세해서 덕선이 남편은 누굴까요 알아 맞춰 봅시다 식의 낚시가 계속 이어 갈 것이다. 이렇게 정환으로 다소 싱겁게 마무리될 것 같은 혜리 남편 찾기는 최택이라는 다크호스가 등장함에 따라, 다시금 새로운 활력소를 찾게 되었다. 그럼에도 1988년 첫 눈 오던 날, 덕선의 흑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2015년 덕선 남편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그가 누구인지는 이미 정해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보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일찌감치 덕선 남편에서 탈락한 선우가 그렇다고 보라 남편이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환이 형 정봉이(안재홍 분) 또한 보라를 향한 남다른 감정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만큼, 한 술 더 떠 보라 남편 찾기까지 시작될 지도 모른다. 


고로, 쌍문동 골목길 아이들 중, 어느 누구도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닌 <응답하라 1988> 남편찾기에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이미 제작진의 고도의 노림수에 제대로 낚여 버린 우리 시청자들은 그저 이 상황을 즐길 뿐. 어찌되었던 자신들의 변함없는 뚝심(남편찾기)을 시청자들에게 기어코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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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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