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를 보여주기로 악명높은 MBC 주말 드라마였지만, 그래도 엄정화와 구혜선이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에 나름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BC 막장드라마 역사를 새롭게 쓰는 졸작으로 남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10% 중후반을 기록했던 높은 시청률 정도? 하긴 김장겸의 MBC는 무슨 소리를 듣던간에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일 것 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청률을 떠나, 드라마 초반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를 하여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구혜선이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드라마 제목 그대로 너무한 드라마 였다. 제작진의 드라마 제목 작명 센스가 빛나는 순간이다. <당신은 너무합니다>. 진짜 "너무합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드라마라니. 그래도 시작은 좋았다. 엄정화가 오랜만에 드라마를 컴백하는 그 자체만으로 좋았다. 그래도 엄정화가 주연으로 참여하는 만큼, 막장은 아니기를 바랐다. 비록 극중 가수로 성공한 유지나(엄정화 분)가 무명 시절 버렸던 아들을 찾는 설정은 식상 했지만 그래도 엄정화니까 다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MBC 주말 드라마 막장 공식은 영원한 가요계의 여왕 엄정화조차 피할 수 없다. 엄정화의 열연이 무색하게 <당신이 너무합니다>는 개연성 제로, 작위성으로 가득찬 희대의 막장드라마를 선사했다. 엄정화를 사랑하는 오랜 팬으로서,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잘나가는 그녀가 왜 이런 드라마에 출연했는지 원망스러울 정도다. 


제작진의 캐스팅에 응한 엄정화도 이런 드라마로 끝날 지는 꿈에도 생시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위치의 톱가수인 유지나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을 것이고, 성공을 위해 자식도 버릴 정도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유지나의 팜므 파탈적 면모에 끌렸을 것이다. 실제 드라마 초반만 해도 유지나는 정해당(원래 구혜선 분, 장희진으로 교체)의 오랜 남자친구를 가로챌 정도로 악녀 기질이 다분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모창가수로 활동하는 정해당을 살뜰이 챙겨주는 살뜰한 면모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유지나는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 하는 짜증나는 캐릭터로 전락하게 된다. 그나마 유지나는 드라마 초반 주목이라도 받았지, 구혜선으로 장희진으로 교체된 정해당은 주인공임에도 불구, 존재감 없는 쩌리 캐릭터가 되었다. 여성을 투톱 주연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 정작 주인공들이 묻혀버리는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시종일관 주목을 받았던 이는 모든 사건의 악의 축 박성환(전광렬 분)이다. 박성환 역을 맡은 전광렬의 연기가 워낙 특출난 탓도 있겠지만, 개연성은 없고 자극적인 전개만 난무한 드라마에서는 원래 가장 나쁜 캐릭터가 주목받는다. 


황당한 이야기 전개는 기본이요, 임성한 작가가 울고갈 정도의 등장인물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모두 있었던 드라마. 그런데 그동안 제작진 스스로도 너무했다고 생각했는지 지난 27일 방영하는 마지막회에서는 뜬금없이 등장인물 모두 '급' 해피엔딩을 맞는 결말을 보여준다. 이 또한 참으로 너무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속수무책 저질러 놓기만 해놓고서 마지막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하호호, 화해의 제스처만 보여주면 다 끝나는 것인가. 하긴 우리나라 대부분의 드라마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드라마 시작부터 마지막 직전까지 시청자들의 분통을 자아냈던 악당들도 마지막에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면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좋으니, 앞으로도 이런 발암 드라마가 계속 양성되겠지. 그나저나 끝까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비호감' 주인공이 되어버린 엄정화는 어찌합니까. 연기면 연기, 퍼포먼스면 퍼포먼스 만능 엔터테이너인 엄정화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정말 너무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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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주말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가수 겸 배우 엄정화의 드라마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지난 12월 정규 10집 앨범 ‘The Cloud Dream of the Nine’을 발표하며 가요계 디바의 귀환을 알린 만큼, 엄정화가 오랜만에 참여하는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또한 여러모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가수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로도 성공한 엄정화가 왜 굳이 이런 작품을 선택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드라마이다. 극 중 엄정화가 맡은 유지나는 엄정화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섹시 디바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톱스타다. 다만, 유지나에게는 오래 전 보육원에 버린 어린 아들이 있었고,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매일 밤 잠을 설친다. 여기까지는 ‘여성의 모성’을 유독 강조하는 주말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극적 설정이다. 그런데 그 이후가 좀 놀랍다. 


유지나는 우연히 유쥐나라는 가명으로 자신을 따라하는 모창가수 정해당(구혜선 분)의 딱한 사연을 알고 그녀를 전폭 지원해주기로 한다. 지난 4일에 방영한 첫 회에서는 정해당의 사돈댁 연봉선(이재은 분)의 오지랖 때문에 불미스러운 오해가 생겼지만, 곧 두 사람은 화해를 하고 합동 공연을 하는 훈훈한 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는 해당의 오랜 남친 조성택(재희 분)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고, 10년 연인 해당에게 슬슬 권태감을 느끼던 성택 또한 지나의 유혹에 슬슬 넘어가기 시작한다. 결국 지난 5일 방영한 2회 말미에 지나는 해당에게 성택과 헤어질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임자있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자의 고뇌는 엄정화의 노래 가사에 자주 등장 하는 소재 였다. 1996년 발매한 엄정화 2집 수록곡 ‘하늘만 허락한 사랑’에서 친구의 연인을 사랑하게 된 여자는 우정과 사랑 중에서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사랑을 택한다. 친구를 등진 선택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릴 것을 잘 아는 여자는 우리 사랑은 하늘만이 허락할 것이라고 애인과 자기 스스로를 위로한다. 


엄정화의 최대 히트곡으로 평가받는 4집 타이틀곡 ’Poison’ 은 남자의 양다리 때문에 상처받은 여자의 비애를 다룬다. 그 이전에 발매한 3집 타이틀곡 ‘배반의 장미’에서 엄정화는 바람둥이 전 남친과의 이별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자로 분하며 90년대 최고 섹시 디바로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엄정화는 ‘초대’, ‘몰라’ 등을 통해 여자의 사랑, 욕망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뮤지션으로 주목받았다. 


그런 엄정화가 설령 오래 사귄 애인이 있다해도 사랑 앞에서 거침없는 여성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결코 낯선 장면이 아니다. 하지만 유지나가 조성택을 두고 정해당과 대립 구도를 세우는 모습이 다소 촌스럽게 보여진다. 극중 지나는 미혼모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성공한 연예인으로서 삶을 누리고 있다. 4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 여전히 섹시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지나는 매사 당당하고 타고난 아름다움을 내세워 연하남 성택을 유혹한다. 반면, 해당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빚내서 어렵게 낸 음반은 쫄딱 망하고 실질적 가장이 되어 삼류 모창가수를 전전하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이다. 이렇다할 직업 없이 해당의 매니저 역할을 자청하는 성택까지 살뜰이 챙기는 해당은 흡사 조강지처를 보는 듯하다. 


시청자들이 반감을 가지는 요소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오랜 세월 남친(남편)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던 조강지처의 헌신을 짓밟은 악녀는 뻔뻔하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어떤 조건이면 조성택이란 남자랑 헤어져줄 수 있냐. 저 남자 나 줘요. 나 아무래도 저 남자랑 한 번 살아봐야 겠어. 그러니까 저 남자 나 줘요.”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부부나 다름없이 살아온 해당과 성택 사이를 갈라놓은 지나는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다. 자신이 성택을 좋아하니까 자신을 위해 해당이 당연히 성택을 포기해야한다는 식이다. 그러고보니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지 않은가. 사실 여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작년 여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모 감독과 모 배우의 불륜설 기사에 등장했던 한 마디. “그러니까 남편 관리 좀 잘하시지 그랬어요.”




하지만 성택을 두고 벌이는 지나와 해당의 신경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전망이다. 성택 역을 맡은 재희가 드라마 초반 잠깐 등장하고 사라지는 특별 출연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신, 유지나가 오래 전에 버린 아들로 추측되는 이경수(강태오 분)가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한 때 연적이였던 두 사람이 결국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로 정리되는 것인가. 자신의 친딸을 의붓아들의 아내로 들이는 중년 여성 이야기 혹은 원한관계에 있던 여자들이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만나는 설정은 더러 있었는데, 한 남자를 두고 아웅다웅 싸우던 여자들이 훗날 생모, 아들의 연인으로 만나는 스토리는 신선함까지 느껴진다. 


‘한국의 마돈나’라는 칭호 답게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고혹적인 섹시한 매력을 물씬 풍기는 엄정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개이지만, 이런 내용을 보여주려고 굳이 엄정화를 캐스팅 했나 시청자입장에서는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두 주인공간에 애증과 연민이 얽히고설키는 인생사를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시간을 보여주겠다는 드라마 기획의도와 달리, 2회까지 방영한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엄정화의 호연과 매력 외에 기존 MBC 주말드라마와 어떠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는 ‘막장 드라마’에 가까워 보인다.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단 2회만에 ‘막장 논란’에 시달린 것은 엄정화를 뻔뻔한 불륜녀로 설정해서 만은 아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유지나가 왜 해당의 남자친구 성택에게 빠졌는지, 성택 또한 오랜 여자친구를 등지고 지나를 택했는 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단 2회만에 이들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초스피드 전개를 택한 것은 좋지만, 다수의 시청자들의 정서를 건드리는 설정이라면 그래도 왜 지나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없었는지 관해 세심하게 그려지는 작업이 필요했다. 




물론 아무리 설득력있게 보여지려고 노력한다고 한들, 남의 남자를 뺏는 장면이 다수의 시청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까. 모 감독과 불륜설이 불거진 이후, 그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로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어도 그 여배우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대한민국이다. 모 감독과 모 배우의 불륜설에 열을 올리는 대한민국 다수의 사람들에게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유지나는 남의 남자를 가로채는 악녀일 뿐이다. 과연 유지나가 초반 악녀의 오명을 벗고 당당한 싱글 중년 여성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까. 향후 진행될 전개 상, 버렸던 아들의 존재를 뒤늦게 알고 모성애로 모든 것을 용서받는 신파 캐릭터로 빠지지 않으면 다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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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IMF 이후 힘든 나날을 보내는 동안, 행여나 세기말 우리가 사는 지구가 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HOT, 젝스키스, 신화, SES, 핑클 등 잘생기고 예쁜 오빠, 언니들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던 소녀들은 16년 후, 젝스키스에서 가장 수줍음 많던 장수원 오빠가 마치 자로 반듯하게 잰 거 같은 로보트 연기를 선보일 것이라는 걸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흥이 나는 SES 슈는 90년대 말 깜찍한 요정 슈만 기억하던 뭇 남성팬들에게 어,머,니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한다. 하지만 슈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에 한숨을 쉬는 이들도 어느덧 부모 혹은 삼촌, 이모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 참 가는 세월이 야속하다. 





지난 3일, 지난주에 연이어 방영한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무한도전-토토가>)는 김종국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맹활약하는 힘센 능력자뿐만 아니라, 터보의 김종국으로도 기억하고 있고, 여배우 엄정화, 이정현도 좋아하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엄정화, 이정현을 그리워하는 세대들을 위해(같은 맥락으로 지누션의 션을 사회봉사자로만 보지 않는) 특별 기획된 가요쇼였다. 90년대 인기있었던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다는 <무한도전-토토가> 특집 특성상 자연스레 현 30-40대들이 학창 시절, 혹은 청년 시절 즐겨듣고 좋아했던 노래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중년의 문턱에 들어선 세대들이 그들이 청년이었을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들으면서, 옛 추억을 더듬게 하는 시도는 많았다. 2000년대 초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브랜드화된 ‘7080’ 콘서트도 그랬고, 2010, 2011년 방영하여 전국에 ‘세시봉’ 열풍을 일으킨 MBC <놀러와-세시봉편>도 있었다. 1995년 당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부르며 스스로를 ‘X세대’라고 규정했던 70년대 태생들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니, 그들이 20대 때 즐겨들었던 노래로 20년 전 아름다웠던 시절을 반추하는 것도 이전 세대들과 비교했을 때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런데 단순히 90년대 대중가요의 가사와 멜로디를 공유하는 7080년대 태생들만의 향수 자극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2014년 말,  2015년 정초부터 대한민국 대중문화계를 들썩이게한  특급쇼로 각광받는 <무한도전-토토가>의 대히트에는 복고, 추억 그 이상의 현상이 있는 것 같다. 이는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제작과 흥행에도 비춰졌듯이, 현 대한민국 대중문화 트렌드를 만들고, 이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세대가 90년대 청춘을 보낸 이들이라는 점도 있다. 


그리고 아이돌 시장 중심의 획일화된 현 음악시장을 향한 일종의 피로 누적이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인기를 끌었던 90년대 음악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는 해석도 있다.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빠른 비트가 돋보이는 ‘잘못된 만남’이 수록된 김건모의 3집이 무려 260만 장이 팔리는 대기록을 수립하던 와중에도 지금은 애석하게도 고인이 된 고 신해철이 이끄는 록그룹 넥스트가 당당히 대중음악계 주류를 차지하고, 90년대 말 10대 소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HOT가 당시 가요계 전체를 휩쓸 기세였음에도 불구, 중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던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가 가요 대상을 받았던. 1990년대는 쿨의 하우스 댄스, 조성모의 발라드, 넥스트와 부활의 록, 지누션의 힙합은 물론, 아이돌 노래와 트로트 모두가 비교적 사이좋게 공존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물론 90년대와 비교했을 때, 2010년대 대중가요는 더 많은 장르가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한층 더 세련되어졌다. 그런데 90년대 대중 음악을 접했던 현 30, 40대 대다수는 그럼에도 불구 20여년 전 노래들과 비교해서 들을 노래가 없다고 한다. 늘어나는 나이 탓에 조카 혹은 자녀들 세대에 맞는 음악을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는 푸념일 수도 있고, 원래 나이가 들 수록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속성상 찬란했던 시절 자신과 함께 했던 노래들이 그립고, 더 찾게되곤 한다. 





그러나 어느덧 중년이 된 70년대 초중반들은 그렇다쳐도, 이제 겨우 30대에 접어든 80년대 생들은 20여년 전 유행했던 노래들을 들으면서 옛 추억을 감회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아직 청춘이고, 그동안 쌓인 추억보다 쌓을 추억이 더 많은 나이들 아닌가. 그런데 놀랍게도 97년 당시 HOT와 젝스키스 팬으로 극렬하게 나뉘며, 피튀기는 양대산맥을 형성했던 80년대 초반 태생들은 이미 지금보다 더 어리던 3년 전, tvN <응답하라 1997>로 1997년 이전 자신들의 사춘기 시절을 소환시킨다. 


90년대 중후반부터 크게 확산되었던 팬덤 문화를 통해 90년대, 2000년대를 돌아보고자했던 <응답하라 1997>이 1997년대 부산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것은, 1996년 데뷔한 HOT와 이듬해 데뷔한 젝스키스의 각 팬들이 처음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상징적 의미도 크다. 하지만 1997년을 살았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1997은 마냥 10대들 스스로 만든 아이돌 문화를 뿌듯하게 기억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한순간에 꺽어버린, 그리 기억하고 싶은 악몽같은 한해였다. 





세상물정 아무런 걱정 없이 오빠들 1위에 목숨걸던 철없던 소녀들이 행여나 우리가족 모두 거리에 나앉이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세기말. 그녀들에게 오빠들의 노래, 그리고 그 당시 TV, 라디오, 거리에 흘려나왔던 신나는 음악들은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는 최고의 특효약이었다. 이는, 90년대 중반부터 섹시스타였던 이본, 엄정화, 1997년 이후 가요계에 등장한 SES, 핑클, 이정현, 김현정, 소찬휘 등에 열광하던 당시 젊은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IMF 후폭풍으로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90년대 말에는 우리나라가 다시 좋아지고, 국민 모두 잘 살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90년대 대중문화 최고의 아이콘이었던 김건모가 그동안 받은 수많은 트로피에서 순금을 빼서 금모으기 운동에 쾌척하는 모범을 보였고(정작 김건모 본인은 2014년 12월 20일 방영한 <무한도전-토토가>에서 당시 자신은 금을 완전히 헌납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지만), IMF가 터진 2년 뒤 1999년에는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유례없이, 이선희, 김건모, 신승훈 등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민 모두 힘을 모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하나되어’를 목놓아 부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다행스럽게도 외환관리 위기는 극복했지만, 대다수 서민들의 삶은 97년 직후보다 더 팍팍하다. 특히나 한창 예민하던 사춘기를 보내던 97년 당시, 다니던 일터를 평생 직장으로 알던 아버지들이 속수무책으로 해고되는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는 지금의 30대들은 IMF 이후 계속 좁아지고 불안정해지는 고용 시장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계약 연장은 커녕, 계약 기간 보장조차 장담못하는 비정규직도 많고, 운좋게 정규직이 되어도 치솟는 물가에 대학 등록금로 쌓인 대출이자 때문에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겁다. 그래서 현 30대 초반을  ‘88만원 세대’, ‘삼포(연애, 결혼, 육아 포기)세대’로 규정하기도 한다. 


허나 80년대 초, 중반 태생, 즉 30대 초중반들만 힘든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할 당시 IMF 직격탄을 맞은 70년대생들도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어렵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노동 시장이 앞으로 더 유연화되어질 것을 예고하는 2015년. 어떻게든 다니는 일터에서 잘리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거리고, 실날같은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계약직의 설움을 꿋꿋이 이겨내는 이 시대의 미생들에게, <무한도전-토토가>는 터보의 ‘트위스트 킹’의 신나는 멜로디에 맞춰 세상 속에 답답했던 일 잠시나마 벗어던지고 함께 춤을 출 것을 권한다. 





"매일 지친 하루의 두려움, 나를 힘겹게 할 때면 사랑하는 연인들의 입맞춤보다 더 짜릿한 춤을 춰봐”


1996년  ‘트위스트 킹’ 발표 당시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2014년, 터보 당사자들은 물론, 김정남, 김종국 터보 원년 멤버를 기억하는 팬들이 두 사람이 터보의 이름으로 18년 만에 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격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19년 전에도 그랬듯이, ‘트위스트 킹’은 음악만 들어도 몸을 절로 흔들게 하는 파이팅 넘치는 댄스 음악이다. 여기에 터보 탈퇴 이후 힘겹게 살았지만 <무한도전-토토가>로 보란듯이 건재함을 과시한 김정남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19년 만에 ‘트위스트 킹’을 다시 듣게된 이의 지친 마음이 교차되는 순간, 어느덧 ‘트위스트 킹’은 1997년 이후 쭉 고된 나날들을 이어갔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잘 살아온 청춘들을 힘차게 위로하고 응원하는 노래로 다가온다. 


비단 ‘트위스트 킹’ 뿐만 아니라,  우리가 90년대 그 시절 사랑했고, 가장 화려했던 황금기를 같이 보냈고, 함께했기에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한 가수들을 오랜만에 보고,  그들의 노래와 춤을 따라 부르고, 몸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시간들. 





<무한도전-토토가> 덕분에 되돌아갈 수 있었던 90년대 추억여행은 유독 따뜻하고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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