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어릴 때 아역스타로서 큰 성공을 거두다보면, 의외로 성인이 되어서 연예인으로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어렸을 때 깜찍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대중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다보면, 사람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앙증맞던 얼굴만 기억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어릴 때 돈방석에 앉다보니,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아역 스타의 수입을 둘러싼 가족들의 불화와 한창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야할 때, 스타로서 격리된 삶을 살고, 그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수많은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오히려 아역 스타의 인생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로 이어져왔다. 


물론 어릴 때 큰 사랑을 받았고, 성인이 된 이후 어린 시절을 훌쩍 넘는 슈퍼스타로 훌쩍 성장한 마이클 잭슨, 크리스천 베일같은 연예인도 있다. E.T 소녀에서 지금은 사랑스러운 글래머의 대명사로 입지를 굳힌 드류 베리모어도 있다. 하지만 드류 베리모어에게는 다시 재기에 성공하기까지 엄청난 굴곡진 기간을 거쳐야했다. 지금도 크리스마스면 생각나는 영화 <나홀로 집에> 멕컬리 컬킨은.......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에도 70,80년대 tv, 영화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아역스타들이 여럿 나왔다. 이 중에 강수연, 손창민처럼 어른이 되어 톱스타로 성공한 경우도 종종 있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외모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소녀 강수연이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80,90년대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로 각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소재에 당대 힘없이 강자에게 당해야했던 여성의 한을 그려낸 훌륭한 작품에 강수연은 어린시절 풋풋한 소녀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오직 배우 강수연의 이미지만 강하게 주입시킨다. 그 이후 강수연은 아역 출신 배우가 아닌, 월드스타로 불리게 되고, 어떤 연기를 해도 전혀 이질적이거나 낯설지 않은 대배우로 성장하기 이른다. 


이처럼 아역스타 출신이 어릴 때 귀여운 얼굴에 갇힌 자신의 프레임을 깨고 온전히 성인 배우로 인정받는 것은 도통 어려운 일이다. 최근까지 활동한 아역스타 중에서, 어른이 되어도 스타성과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문근영 외에 많지 않다는 것도 전세계를 막론하고 생성되는 '아역스타 징크스'에 힘을 불어넣는다. 


어쩌면 유승호도 이 '아역스타 징크스'에 포함될 뻔했다. 물론 유승호는 의외로 고등학교 재학중일 때부터 성인 연기를 해왔고, 드라마, 영화를 오고가며 주연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집으로>의 앳된 마스크가 눈에 아른거리는 상황에서 제 아무리 훈훈한 미남으로 잘 커왔다고 해도 아직 학생에 불과한 유승호의 성인연기는 어서빨리 '어린 아이' 딱지를 떼고픈 사춘기 청소년의 조급증으로 보일 뿐이다. 





다행히 유승호가 출연한 작품들 대부분은 흥행 면에서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 이상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어왔다. 그러나 그 작품 속 유승호의 연기는 언제나 물음표였다. 유승호가 가장 빛날 때는 <욕망의 불꽃>에서 자기보다 8살 많은 서우와 농염한 부부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공부의 신>에서 고아성, 이현우, 티아라 지연 등 자신의 또래들과 함께 자기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할 때 였다. 


그러나 유승호는 안정적인 길을 찾기보다 언제나 색다른 모험을 하였다. 설령 대다수 관객들이 외면할 작품이던, 아직 청소년에게 벅찰 성인 연기던, <아랑 사또전>처럼 그의 인기에 비해 비교적 작은 역할이던 유승호는 되도록 다양한 작품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항간에는 소속사에서 유승호를 너무 많이 굴리는 것 아니나는 오해도 있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유승호는 꾸준히, 폭넓게 연기 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승호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MBC <보고 싶다>에서 <집으로>를 뛰어넘는 엄청난 포텐을 연달아 터트려주고 있다. 유승호가 맡은 강형준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해치려하는 아버지뻘 이복형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다리를 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이수연(윤은혜 분)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는 싸이코패스적 캐릭터다. 캐릭터 자체가 강렬하지만, 결코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주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없는 어려운 인물 유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되도 연기 경력이 웬만한 중견 배우 압도하는 유승호는 광기를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정을 유발해야하는 이 어렵고도 어려운 강형준을 그 거칠고도 불안한 눈빛과 대사처리로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한 때 자신과 수연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서서히 복수의 칼을 겨누는 무서운 면모를 가진 형준은, 자신의 유일한 사랑 수연이 자기가 아닌 한정우(박유천 분)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분노에 가득차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키스를 거부하는 수연을 바닥으로 밀어내면서 섬뜩한 눈빛으로 수연을 노려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연이 과거 가족들 품에 돌아간다면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어떻게든 수연을 붙잡아놓으려고 간청한다. 그래도 계속 이어지는 형준의 광기에 참을 수 없었던 수연은 그에게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이대로 수연을 놓아줄 형준인가. 형준은 자신의 비밀친구이자 한태준 밑에 침투시킨 내부스파이 윤실장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이수연) 죽여서라도 내 앞에 데리고 와."





결국 생존에 위협을 느낀 수연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자 형준은 오랜 기다림끝에 엄마와 다시 재회한 어린 아이처럼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 말라고 엉엉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사이 자신의 연적이자 훗날 한태준을 둘러싸고 최후의 대결을 벌일 한정우에게 야비한 표정을 흘기는 센스까지....제 아무리 10년 이상 배우로 활동한 유승호라고하나,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청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싸이코 속에 가련한 동정까지 품어내는 유승호의 연기는 확실히 물이 올라있었다. 





게다가 이미 외모는 어릴 적 동글동글 귀여운 티를 벗고 보기만 해도 탄성을 자아내는 조각 미남에, <보고싶다>를 통해 연기력, 스타성을 인정받았으니 이제 유승호는 본격 성인 배우로서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그런데 유승호는 이 모든 인기와 관심을 뒤로하고....내년 초 전격 군입대를 선언했다. 


대부분 남자 연예인들이 30세 전후까지 입대 시기를 최대한 미루는 와중에, 이제 막 꽃이 피어오르려고 할 때 군대를 선택한 유승호의 행보는 정말 이례적이다. 어쩌면 군대를 다녀와도 충분히 배우로서 잘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차라리 일찍 다녀오는 길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고싶다>에서 보여준 유승호의 가능성은 훗날 군 제대 이후의 배우 유승호의 앞날에 청신호를 켜게 한다. 





거기에다가 얼굴, 연기력 뿐만 아니라, 몇몇 아역스타들이 보여준 청소년기의 방황, 반항이 보이기는 커녕, 요즘 청년들과 비교해서도 반듯한 인성과 개념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이 남자 탐난다. 유승호야 말로 몸만 아니라, 정말 잘 커준 국민 남동생, 아니 이제는 국민 남친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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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지난 26일 방영한 MBC <보고싶다> 14회는 놀라운 충격으로 다가오는 3가지 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 시청자들의 등을 오싹하게 하였다. 


역시나 몇몇 네티즌들의 추리대로 14년 전 이수연(윤은혜 분)에게 몹쓸 짓을 한 강상득(박선우 분)을 살해한 유력 용의자로 강형준(유승호 분)이 강하게 올라와있는 상태다. 예전부터 해리 형준이 강상득을 죽지 않았나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형준뿐만 아니라 수연 또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14회에 강상득 형 상철마저 강상득과 비슷한 방법으로 살해당하자 형사인 한정우(박유천 분)은 강상득이 살해당하기 전 기절시킨 청소부 아줌마(김미경 분)을 찾아간다. 그리고 청소부 아줌마는 정우에게 강상득 살해범 찾는데 유력한 '힌트'를 제공한다. 





"똑 또각, 똑 또각." 참으로 독특한 발자국 소리 때문에 청소부 아줌마는 얼마전 하이힐을 신고 자신과 경찰서에서 만난 수연이 강상득을 죽인 범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언제나 킬힐을 신고다니는 수연의 발자국 소리는 분명 "똑 똑 똑 똑" 이다. 그런데 한 쪽 다리를 절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강형준의 발자국 소리가 "똑 또각 똑 또각"이다. 이로소 정통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무게있는 스릴러요소까지 다분한 <보고 싶다>는 14회만에 소름끼치는 방식으로 강상득을 죽인 범인을 어느정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죽은 줄 만 알았던 형준 엄마 강현주(차화연 분)이 놀랍게도 살아있었다. 자신을 정신 병원에 감금시킨 한태준(한진희 분) 때문에 정신이 온전치 않은 현주는 아들의 정체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한태준만 찾는다. 강형준을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태준은 현주를 자신의 집 안으로 들이는 모략을 꾸미고 집 전체 철통 방어 태세에 돌입한다. 그리고 태준과 미란(도지원 분)은 딸 아름(이세영 분)에게 강현주의 존재를 정우를 낳아주신 친 엄마의 언니라고 소개했나보다. 그런데 아름이 정우에게 현주의 존재를 알리면서, 우연히 정우 옆에서 태준의 집에 자신의 엄마 현주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된 형준은 강한 '멘붕'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형준이 강상득을 죽인 유력 용의자, 형준 모 강현주가 살아있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현주의 등장으로 어쩌면 정우와 형준이 삼촌과 조카가 아닌 친형제라는 설이 강하게 제기되기 때문이다. 첫 회부터 삼촌과 조카로 설정된 정우와 형준은 지난 14회까지 알고보니 형과 동생이라고 볼 만한 요소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정우 이모라는 부모의 말을 듣고, 현주를 보고 정말로 정우와 닮았다는 아름의 대사 이후, 갑자기 <보고싶다>는 족보가 뒤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급습한다. 만약에 현주가 정우, 형준 모두를 낳았다면 이보다 더 충격적인 막장스토리는 없을 것이다. 알고보니 정우도 태준 자식이 아닌, 할아버지 자식이었다면 모를까 태준 아버지의 후처였던 현주가 정우 할아버지, 정우 아버지 모두 다 취했다는 식이라면.....형준 모자에 대한 태준의 복수심은 동정을 얻을지도 모르나, 그동안 막장 요소 다분해도 요즘 보기 힘든 명품 드라마였던 <보고싶다>의 좋았던 이미지에 제대로 자살골 넣는 형국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딸에게도 현주의 정체를 속이고픈 태준, 미란의 말을 곧이 듣고, 좀 닮았다고 정우 이모로 간주해버리는 아름의 말만 듣고 정우가 현주의 자식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저 문희정 작가의 낚시질이기만 바랄 뿐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기 아들보다 어린 이복 동생을 해치려고 드는 못된 어른 때문에, 자라나는 아이들이 큰 상처를 받고, 복수를 시도하는 줄거리만으로도 이미 <보고 싶다>는 충분히 개연성있고 극적이다. 





지난 13회 강상철을 병원 지상으로 떨어트리면서 한 형준의 대사처럼 정우와 수연, 그리고 형준은 태준의 탐욕에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이다. 태어나는 순간, 자신을 해치려드는 태준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야했던 형준은 그 과정에서 다리를 절게되고 엄마 현주와 생이별을 경험한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제대로된 보살핌을 받아보지 못하고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에게서 스스로 몸을 피해야했던 형준은 자연스레 자신을 불행으로 치닫게 한 태준을 원망하고 복수를 꿈꾼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수연에게 강한 집착을 보인다. 이제 수연이 자신이 아닌 정우를 사랑한다고, 자신의 키스를 거부하는 수연에게 손찌검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만약 조이가 다시 이수연으로 돌아갈 경우, 태준이 자신을 찾아 죽일 수도 있다고 계속 자기 곁에 있으라는 용의주도함까지 펼친다. 형준의 말이 맞긴 하지만, 결국은 수연을 계속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형준의 집착이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다. 


반면 수연을 형준 못지 않게 사랑하는, 아니 더 사랑하는 것 같은 정우는 자신의 마음보다 수연의 마음을 존중한다. 14년 동안 수연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고 다닌 정우였건만, 막상 그토록 기다리던 수연이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나니, 정우는 다시 수연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조이 수연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벅찬 가슴을 추스리고 수연에게 더할나위없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어릴 때부터 '살인자의 딸'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수연에게 먼저 다가가 감싸안는 따스한 성품을 가진 정우이긴 하다. 그러나 돈 때문에 자신을 이용하고 버릴 수 있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고 집에 뛰쳐나오긴 했지만, 정우에게는 친부모보다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해줄 줄 아는 수연 엄마 명희(송옥숙 분)이 있었다. 정작 자기 자식은 14년 동안 행방불명임에도 불구, 자기 자식 아닌 정우와 은주(장미인애 분)을 사랑과 헌신으로 키워낸 명희다. 때문에 정우는 14년 전 수연을 지켜내지 못했던 죄책감에 이수연과 둘러싼 모든 것에 흥분하는 '미친토끼'가 되었지만 막상 수연을 찾고나니 그는 수연의 곁에 있고 싶어하면서도 그저 수연이 다시 돌아준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해한다. 울고 싶어하는 수연을 위해 일부로 자는 척까지 해주는게 정우다. 이게 바로 강한 집착으로 일관된 형준과 다른 정우의 사랑법이다. 





하지만 우리 시청자들은 왜 형준이 수연에게 강한 집착을 보일 수 밖에 없는지 이유를 알기에, 요즘들어 문득 드러나는 폭력성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처럼 <보고 싶다>는 물질적 풍족 유무를 떠나, 어릴 때 어른들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얼마나 극단적인 폭력성을 띄고, 어떻게 스스로를 불행에 몰고갈 수 있는지 심리학적으로 풀어내는 명품 드라마다. 한정우처럼 친아버지가 천하의 악질에, 평생 잊지 못할 큰 상처를 받았다해도, 명희와 같이 남의 자식도 친자식처럼 거두고 보살피는 좋은 어른을 만나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드라마가 <보고싶다>이기도 하다. 





만약에 형준도 재벌가 후처 자식이 아니라 평범한 집안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자기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과거 자신에게 악행을 벌인 누군가에게 복수의 칼을 겨누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청소부 아줌마처럼 법이 자신이 당한 억울한 피해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 한 말이다. 


이처럼 <보고 싶다>는 단순 멜로 드라마를 넘어 프로이트식 아동 심리학적 접근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 때문에 점점 타락해져가는 사회 속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상처받은 아이들을 통해 '상식'을 잃어버린 시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요즘같은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이 좋은 드라마가 자칫 '정우, 형준 친형제설'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등이 오싹거린다. 어디까지나 글쓴이의 진한 오지랖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적어도 문희정 작가는 엄청난 화제성을 위해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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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대한민국 미니시리즈 역사 사상 본격적으로, 그것도 어린 아이를 에이즈 환자로 설정하여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고맙습니다> 이제동PD의 신작 <보고싶다>는 역시 여타 멜로 드라마들처럼 편히 가지 않았다. 그래서 1,2회 때만 해도 여진구와 김소현의 풋풋한 순정 만화에 설레이던 시청자들은 그 뒤 일주일도 채 안되서 여중생이 성폭행 당하는 장면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다음날, 왜 굳이 이제동PD와 문희정 작가가 여중생이 겁탈을 당하는 장면이 나왔는지 설득력있는 이유를 가져다 주었지만, 도대체 얼마나 주인공들의 가슴 미어터지는 사랑을 다루려하기에, 저런 극단적인 설정까지 그려냈을까 싶은 의문을 품게 한다. 


예고대로 지난 21일은 그동안 아역으로서 각각 한정우와 이수연을 맡아온 여진구와 김소현이 박유천과 윤은혜로 바통터치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박유천은 이미 2회가 끝나기 직전 심금을 울리는 독백과 함께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어린 정우가 김형사(전광렬 분)집으로 이사 간 수연을 찾아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때였는데, 불연듯 어린 수연 옆에 등장한 어른 정우는 수연 앞에서 "웃어? 난 아파 죽겠는데 너무 화가 나서 미치겠는데..딱 오늘만 기다린다. 오늘만..오늘만..나 이러다 정말 돌겠다"고 울부짖는다. 그리고 지난 5회 분에서 14년동안 한결같이 수연을 찾고 있던 정우가 과거 수연이 살고 있던 집을 찾아가 배회하다가 지난 2회 때와 똑같은 장면이 등장한다. 





지난 2회 때는 왜 그리 어른 정우가 애타게 수연을 그리워하는지 그리 큰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름 이 두 꼬마 연인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14년 간 헤어져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그 당시 어른 정우의 독백을 본 소감은, '박유천 멋있다. 연기 잘한다. ' 그 뿐이었다. 그 박유천의 가슴 울리는 독백에 14년을 더 살아온 정우의 뼈에 사무치는 고통이 녹아내려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하지만 충격적인 일렬의 사건이 지나고, 여전히 수연을 잊지 못해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어른 정우의 독백을 다시 들어보니, 그 대사가 그리 슬픈 말인 줄 그 때는 미처 몰랐다. 그 당시 난생 처음으로 사귄 친구 정우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수연은 웃고 있었지만, 그 때 그 모습을 회상하는 어른 정우는 수연의 예쁜 미소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너무 화나고 미쳐버린 지 오래다. 


수연에게 몹쓸 짓을 한 성폭행범을 잡고, 더 큰 이유로 수연을 직접 찾기 위해 아버지와 의절까지하며 형사가 되었는데 도무지 수연을 찾을 길은 당췌 알 수 없다. 허구헌 날 수연을 찾으려 수연의 엄마가 살고 있는 집에 찾아오니, 수연 찾다가 사고사로 죽은 김형사의 딸 김은주(장미인애 분)가 정우를 짝사랑하는 것은 당연지사.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다 큰 어른들도 감당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고 헤어진 첫사랑 이야기가 다소 작위적일 수도 있는 그 후의 모든 플롯을 자연스럽게 엮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우의 한쪽 기억에서 웃고 있는 수연은 정우와 그 때 그 아픔을 잊고 행복해하고 있을까? 현재 정우의 아버지 이복동생, 고로 삼촌 강형준(유승호 분)과 함께 지내고 있는 수연은 겉으로만 보면 형준과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연인이다. 게다가 수연은 과거 다친 얼굴을 대대적으로 성형하고 조이라는 새 이름을 얻어 패션 디자이너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말못할 아픔을 겪은 수연과, 어른들의 욕심으로 다리를 절게된 형준은 보통 사람들은 감지도 할 수 없는 슬픔 한보따리 안고 사는 불쌍한 청춘들이다. 그리고 수연에게 있어서 정우도 처음으로 마음 준 친구이자, 첫사랑이다. 그리고 자신이 겁탈당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기도 한....





그러던 중, 수연을 납치한 형준의 이모 강혜미(김선경 분)가 형준의 자택 수영장에서 음주 후 수영하다가 돌연 사망하고, 혜미의 사망사건을 수사하려 형준의 집에 찾아온 정우는 자신의 삼촌이자 현재 수연의 연인은 형준과 조우한다. 그 때만 해도 그들은 서로가 누군지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지난 2회에서 수연의 부탁으로 정우가 어린 형준을 병원에 데려다 준적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그들은 딱히 서로의 얼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사건을 잠시 종결하고, 형준의 집 밖을 나가던 중, 웬 여자가 정우를 스치면서 가는데.... "비가 그친다, 그치지 않는다" 말을 반복한다. 아뿔사. 그건 어린 수연이 어린 정우와 비를 함께 맞으면서 읊조리던 말 아닌가. 비록 대대적인 성형 수술로 못 알아볼 정도로 딴 사람이 되어버린 수연이지만, 정우는 한 눈에 그녀가 자신이 14년동안 찾고 있는 수연임을 알아본다. 그리고 정우는 비를 쫄딱 맞으며, 수연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지만, 정작 수연은 정우를 발견하지 못한 채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 


어른 정우가 수연을 얼마나 못 잊어하는지는 노래방 씬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우가 찾아간 곳은 과거 수연과 자신을 납치한 상철이 운영하는 노래방. 그렇다. 상철은 과거 어린 아이를 납치하는 파렴치한 전과가 있음에도 불과 실형 몇 년 살고 노래방 운영하면서 아주 잘 살고 있다. 간간히 정우가 찾아가 상철을 괴롭히는 것(?)외에는 말이다. 


한정우는 그 노래방에서 '마법의 성'을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하여 부른다. 분명 박유천은 노래 좀 하는 아이돌 가수이건만, '엄청난 음이탈'을 일으키며 '마법의 성'을 부르는 뽄새가 영 이상하다. 결국 참다 못한 상철이 노는 날 데이트도 안하나고 핀잔을 주는데, 그 때 정우는 상철의 멱살을 잡고 "내 여자친구 찾아와."라고 울부짖는다. 그리고 이어 수연을 성폭행한 상득을 찾아가 집요하게 괴롭힌다. "넌 내가 죽인다"





비록 가슴 속은 여전히 정우를 잊지 못하고 있다고 하나, 새 얼굴, 새 이름, 새로운 남친을 얻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수연과 달리, 정우의 시간은 수연과 피치못할 사정으로 헤어지던 14년 전을 맴돌고 있다. 여전히 수연을 찾아 방방곡곡을 뛰어다니는 정우의 별명은 '미친토끼'가 되어버렸고, 과거 수연을 성폭행한 그 놈을 찾아가 분노를 폭발하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렇게 자신의 눈앞에서 몹쓸 짓을 당하는 수연을 구해지지 못한 죄책감에 울부짖었던 소년 정우는, 14년이 지나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 정우로 완벽하게 탈바꿈되어 있었다.





물론 감정 연기에 있어서는 웬만한 대배우들을 능가한다는 여진구를 따라올 자가 없지만 박유천이 그려내는 어른 정우도 여전히 첫사랑을 놓지 못하는 그의 깊게 패인 상처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도대체 이 드라마 얼마만큼 슬픈 사랑을 보여주려고 벌써부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쥐어 짜는 걸까. 박유천이 눈망울에 가득 고인 슬픔이 예사롭지 않았던 <보고싶다> 5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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