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가족, 이웃 이야기를 지향하는 드라마이다. 한 특정 캐릭터의 남편 찾기, 사랑 이야기보다,  1980년대 후반을 살았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전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여주인공 부모 정도로만 머물렀던 성동일, 이일화가 <응답하라 1988>에서는 당당히 극의 중심을 차지하는 메인 캐릭터로 부상하게 된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캐릭터들간에 주,조연이 딱히 나눠지지 않는다. 어떤 회에서는 엄마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갔다면, 지난 13회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쌍문동 아빠들이었다. 





그렇다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핵심(?) 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언제나 극의 메인을 장식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혜리 분)은 등장 인물 중 하나일 뿐이다. 덕선이 유력 남편 후보들과 알콩달콩 에피소드를 쌓아가는 장면이 여전히 비중있게 등장하고 있지만, 그 또한 <응답하라 1988>의 여러가지 흥미 요소 중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이야기로 보여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응답하라 1988>은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 드라마를 보고 싶었던 새로운 시청자층을 끌어들이는데 성공을 거두었지만, 정작 시리즈 특유의 러브라인에 열광 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나 이번 덕선의 유력 남편 후보로 등극한 김정환(류준열 분)과 최택(박보검 분)은 <응답하라> 시리즈 통틀어 역대급 남주로 불릴 정도로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던 남편 찾기였다. 





하지만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진전되어있어야하는 러브라인은 계속 답보 중이고, 심지어 극 초반만 해도 성덕선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던 김정환은 친구 최택을 위해 한걸음 물러서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덕선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최택은 곧 고백할 것이라는 말만 남긴 채, 오리무중이다. 


반면, 다른 러브라인들은 일찌감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속사포같은 관계 진전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다른 러브라인들이 마냥 순탄하게 흘려간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성덕선, 김정환, 최택과 달랐던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좋아하는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행동에 있었다. 





예전부터 보라의 주위를 맴돌고, 그녀의 사랑을 애원 했던 선우의 행보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중에서 가장 의외의 행보를 보인 것은 김정환의 형 정봉이(안재홍 분)이다. 10회까지만 해도, 심장병을 앓고 있고, 대학 입시에 연이어 실패하고 있음에도 불구,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오덕후의 모습을 보여주던 김정봉은 러브라인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래도 잡학다식하고, 운빨 하나는 최강인 만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가장 잘 살 인물로 예상되긴 했지만, 철저히 동네 중심으로 펼쳐지는 러브라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전까지는 전혀 교류가 없던 덕선 친구 장미옥(이민지 분)과 예상치 못한 우산 속 로맨스가 펼쳐지더니, 지난 19일 방영한 14회에서는 뜨거운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장미옥의 입원 때문에, 이들 커플도 가장 중요한 썸타는 시기에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봉이 미옥이 입원한 병원에 직접 편지를 들고 찾아간 뒤로 이들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1989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다른 러브라인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으며, 보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정작 시청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지를 받는 김정환-성덕선-최택의 관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유독 메인 러브라인에게만 가혹 하다는 것이 <응답하라>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하나, <응답하라 1988>은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러브라인의 진전도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는 초반까지만해도 사이다 같았던 김정환이 점점 답답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일부로 덕선을 피하고 있다고 하나, 김정환을 덕선 남편으로 응원하고, 그녀의 남편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시청자들에게는 회가 거듭할 수록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덕선 남편은 정환이니까, 일부로 <응답하라 1988> 제작진 측에서 정환이를 소홀히 다룬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환은 덕선의 유력 남편 후보이기 이전에, 드라마의 한 축을 이끄는 메인 캐릭터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여주인공 성나정의 남편으로 연적 칠봉이보다 더 가능성 높아보였던 쓰레기가 나정의 남편으로 꾸준히 지지를 받은 것은, 단순히 그가 어남쓰(어차피 남편은 쓰레기)라서가 아니라, 쓰레기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에 있었다. 쓰레기는 경상도 남자 특유의 까칠함을 보여주면서도, 따뜻한 가슴을 지닌 남자였고, 무엇보다도 성나정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칠봉이가 나정에게 다가갈 수록 쓰레기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정에게 돌진한다. 그것이 쓰레기가 성나정 남편으로서 아니라, <응답하라 1994> 남자 주인공으로 사랑받았던 이유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은 여타 캐릭터들에 비해서 확 줄어든 비중도 문제지만, 남자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헛발깃짓으로 소비하는 일이 대다수이다. 반면 최택은 덕선에게 말만 못할 뿐이지, 덕선을 향한 자신의 애정을 무한대로 과시한다. 심지어 덕선이 없다면 죽을 수 있다는 명언도 남기고, 곧 덕선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것이라는 예언도 남긴다. 


초반, 덕선 남편으로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던 정환과 달리, 유독 초반의 비중이 낮았던 최택을 위한 제작진들의 배려라고도 볼 수 있으나, 사랑은 누군가를 위해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자꾸 이런 상황이 지체되면, 초반 덕선의 남편으로 정환을 지지 했던 시청자들도 지쳐버린 나머지, 택이에게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 





덕선 남편으로 승기를 잡는데 있어서 여러모로 불리해진 정환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덕선은 정환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덕선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정환의 행보가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던 덕선의 남편 찾기가 이제 6회 남은 <응답하라 1988>의 메인 이벤트라고 하면, 그에 걸맞게 정환, 최택의 치열한 사랑 대결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지금같이 정환의 답답한 모습만 보여주면, '어남류'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성덕선 남편찾기 자체의 흥미가 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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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88> 6회에는 러브라인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성덕선(혜리 분)의 열렬한 짝사랑을 받으며, 미래의 덕선(이미연 분) 남편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던 선우(고경표 분)가 덕선이 아닌 그녀의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에게 연정을 표하며, 일찌감치 남편 후보에서 제외된 것. 그리고 미래의 덕선 남편(김주혁 분)의 입에서 과거 덕선이 선우에게 고백 했다가 제대로 차였던 흑역사가 튀어 나오는 순간, 선우는 덕선의 남편이 아닌 것으로 완전히 판명되었다. 





이쯤 되면 그동안 덕선을 남몰래 흠모해온 김정환(류준열 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날 법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선우의 빈자리를 메우며 새로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그의 이름은 천재 바둑기사 최택(박보검 분). 그동안 바둑만 열심히 두었지, 그 외에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최택이 덕선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 


그렇다.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 관객수를 기록한 <명량>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뒤로 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너를 기억해>, 영화 <차이나타운> 등에서 줄줄이 멋있는 캐릭터를 꿰차고, 라이징 스타라면 누구나 거쳐간다는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MC까지 맡은 박보검은 그저 쌍문동 골목길 다섯 친구 중 하나가 아니었다. 남편 찾기에 유독 공을 들이는 <응답하라 1988>이 꽁꽁 숨겨두었던 복병 중의 복병이었다. 





원래 <응답하라 1988>이 생각한 주요 러브라인은 정환-덕선-택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였다. 하지만 여주인공 남편이 누구인지 알려줄듯 말듯 하면서 시청자 약올리는게 취미이자 특기인 <응답하라 1988>은 새로운 시리즈 시작과 함께 지난 <응답하라 1994>보다 한층 더 진화된 낚시 기법을 펼친다. 


애시당초 덕선의 남편과 거리가 영 멀었던 선우를 덕선의 첫사랑으로 분하게하여 바람잡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케 한 것이다. 게다가 선우는 다정다감한 성격에서부터 반듯한 외모까지,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를 떠올리게 하는 많은 공통점을 가졌기에 덕선의 남편 후보로 손색없었다. 일찌감치 선우가 덕선이 아닌 보라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덕선과 남편으로 이어질 수는 없어도 꽤 오랜 세월 덕선의 속을 애타게 하는 인물로 남을 줄 알았다. 





그런데 1988년 첫 눈 오는 날, 보라에게 용기내어 고백한 장면을 끝으로, 선우는 덕선의 남편에서 영구 탈락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러브라인의 혼선 속에 언니와 동생이 한 남자를 두고 싸우는 막장극은 일찌감치 선을 그은 셈. 이쯤 되면 시청자들을 제대로 낚은 데 성공한 제작진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 듯 하지만, 웬걸. <응답하라 1988>을 애청하는 대부분 시청자들에게 선우는 덕선의 첫사랑의 상대일 뿐, 그를 미래의 덕선 남편으로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덕선과 선우에게는 5회 오프닝에 등장한 라면집씬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스킨십과 관계 진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때 선우가 덕선의 어깨에 손을 올린 것 또한, 선우에게는 오랜 동네 친구에게 무심코 취한 일상적인 행동 이었을뿐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비해 덕선에게 유독 다정하게 군 것도,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본인 성격 탓이 가장 크겠지만, 혹시나 자신이 오랫동안 연모해온 보라와의 사랑을 이루는 데 있어서 그녀의 동생인 덕선이 다리를 놓아줄까봐, 그래서 더욱 덕선에게 친절하게 대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덕선과 심쿵한 장면은 모두 덕선을 짝사랑하는 정환의 몫이었다. 좁디 좁은 벽과 벽사이에서의 숨막히는 밀착씬,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곤욕을 치루는 덕선을 위해 흑기사를 자처한 정환의 팔에 진하게 튀어나온 힘줄 등등. 하지만 애시당초 정환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덕선은 정환에게 별반 관심이 없다. 네가 그러던지 말던지, 난 선우만 본다 이런 식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숨 죽이며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덕선이 정환이 아닌 선우를 선택한다고 한들, 수많은 시청자들 마음 속의 덕선 남편은 한 여자(덕선)만을 바라보는 츤데레 순애보 정환으로 확연히 기울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건들 거리는 몸짓에 2015년 덕선의 속을 살살 긁는 남편의 상태(그리고 정환의 아버지인 김성균처럼 내복차림으로 집안 활보)를 보아하니, 1988년, 세상만사 불평 불만으로 가득찬 시크 까칠 김정환씨와 제법 싱크로율이 맞아보인다. 그러니 덕선이 선우를 향한 처절한 짝사랑을 외치던 말던 간에 시청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덕선 남편으로 정환 당첨을 외칠 수밖에. 





하지만 덕선의 첫사랑으로 첫사랑 특유의 애틋한 감정만 일으켰을 뿐, 일찌감치 덕선 남편과는 영 거리가 멀었던 선우와 달리, 소리없이 러브라인의 중심에 훅 들어선 택이의 등장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그리고 뒤늦게 생각해보니, 유명 스타라는 점에서 택이는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칠봉이처럼 순애보라는 것도 꼭 닮아 있었다. 아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사람 가슴 훅 파고드는 것도 똑같다. 


그러나 뒤늦게 덕선에게 자신의 연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택의 변화에도 불구, 의외로 그는 덕선의 남편과 영 거리가 멀다는 제법 설득력있는 주장이 제기된다. 잘 알다시피 최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둑 천재 이창호 9단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이다. 택이와 달리 양친 부모가 모두 살아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아버지가 금은방을 운영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커 페이스라는 것도, 살아있는 돌부처 이창호 9단의 실제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창호 9단의 아내가 11살 연하라는 것이다. 설마 아내의 나이 차이까지 이창호 9단을 따라하겠나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 이창호 아내처럼 11살 차이는 아니지만, 띠동갑 차이가 나는 선우 동생 진주가 버젓이 한 동네에서 살아있기 때문이다. 디테일에 강한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인 만큼,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결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이런 뻔한 추리를 뒤집는 반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할 듯하다. 





어찌되었던 연적 선우가 사라져(?) 쾌재를 부르던(흐흐흐흐흐흐가 자동 연상될 정도) 정환의 기쁨도 잠시. 정환은 선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최택과 진짜 힘들고도 어려운 싸움을 이어나가야한다. 비록 최택이 바둑 외엔, 모든 것에 서툴고 어리숙하긴 하지만, 목표하는 바가 생기면 특유의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것으로 성취한다는 것. 그래서 뒤늦게 덕선과 정환 사이에 끼어든 최택이 무서운 이유다. 혹시 아나,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가 남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에 버금가는 명대사가 최택의 입에서 나올지도. 


아무튼 선우 가고, 최택이 그 자리를 꿰찬 <응답하라 1988>의 주요 러브라인은 이로소 확실히 정리되었다. 이제 정환과 택이를 두고 <응답하라> 시리즈 특유의 낚시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일만 남았다. 아, 아직 동룡(이동휘 분)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동룡이까지 가세해서 덕선이 남편은 누굴까요 알아 맞춰 봅시다 식의 낚시가 계속 이어 갈 것이다. 이렇게 정환으로 다소 싱겁게 마무리될 것 같은 혜리 남편 찾기는 최택이라는 다크호스가 등장함에 따라, 다시금 새로운 활력소를 찾게 되었다. 그럼에도 1988년 첫 눈 오던 날, 덕선의 흑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2015년 덕선 남편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그가 누구인지는 이미 정해진 것 같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보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일찌감치 덕선 남편에서 탈락한 선우가 그렇다고 보라 남편이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환이 형 정봉이(안재홍 분) 또한 보라를 향한 남다른 감정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만큼, 한 술 더 떠 보라 남편 찾기까지 시작될 지도 모른다. 


고로, 쌍문동 골목길 아이들 중, 어느 누구도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닌 <응답하라 1988> 남편찾기에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이미 제작진의 고도의 노림수에 제대로 낚여 버린 우리 시청자들은 그저 이 상황을 즐길 뿐. 어찌되었던 자신들의 변함없는 뚝심(남편찾기)을 시청자들에게 기어코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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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tvN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혜리 분)의 첫사랑은 지난 3회 덕선 스스로가 밝힌 대로 선우(고경표 분)다. 지난 2회 덕선은 아무도 모르게 선우 잠바에 초콜릿을 전달했고, 훗날 어른이 된 덕선(이미연 분)은 자신의 남편(김주혁 분)에게 초콜릿을 준 것이 확실하다고 호언장담한다. 지금 45살이 된 덕선의 기억이 맞다면, 덕선 남편은 당연히 선우인 것. 





하지만 어릴 때부터 연탄가스를 많이 마신 탓(?)인지 덕선의 머리는 그리 좋지 않다. 오죽하면 별명이 '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의 줄임말 '특공대'일까. 아무리 머리가 나쁘다 한들, 자신의 첫 사랑, 연정을 담아 초콜릿을 건넨 남자를 기억못할까 싶기도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매사 까칠한 태도로 일관하는 덕선의 현 남편이 선우가 아닌 김정환(류준열 분)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선우는 전형적으로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다 좋아한다는 엄친아다. 공부도 잘하고, 잘 생기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서글서글하고 살갑게 대한다. 그래서 덕선도 선우를 좋아한다. 자신에게 막 대하는 정환, 류동룡(이동휘 분)과 달리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니 어떤 여자가 선우를 마다 하겠는가. 





하지만 선우는 덕선 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들에게 상냥하고 젠틀하다. 오래전부터 쌍문동 골목에 짝사랑하는 그녀가 있다고 하는데, 그 상대가 덕선인지, 아님 제3의 인물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덕선의 언니 보라(류혜영 분)에게 동네 친구들이 함께 과외를 받기로 한 날, 마르지도 않는 아끼는 옷을 입는 등 과외에 참석하는 누군가를 잔뜩 의식한 행동을 보이긴 했지만, 덕선을 좋아하는지, 보라를 좋아하는 지는 계속 지켜봐야할 것 같다. (2회에서 덕선이 보라의 옷을 입었을 때, 그 옷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리는 것을 봐서는 보라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모두에게 착하고 좋은 남자가 한 여자에게는 나쁜 남자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선우는 치명적이다. 


반면, 도대체 누굴 좋아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선우와 달리, 정환의 마음은 덕선으로 완전히 기운 상태다. 처음부터 덕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태어날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불알 친구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덕선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덕선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상태다. 모든 사람에게 상냥한 선우와 달리 태초부터 무뚝뚝함과 시크함으로 일관해오던 정환은 덕선을 향한 시선이 바꿔버린 이후에도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덕선에게 더욱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보는 이의 심쿵함을 자아내는 므흣한 스킨십은 덕선과 선우가 아닌, 덕선과 정환으로 다 몰아주는 분위기다. 지난 3회에서 쌍문고 학생주임이자 동룡이 아버지인 류재명의 감시를 피해 그 좁디좁은 골목길에서 덕선과 정환이 밀착해 숨어있던 것부터 수상했는데, 지난 14일 방영한 4회에서는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다른 남학생들과 부딪치는 덕선을 보다 못한 정환이 아예 흑기사를 자처한 것. 여기에 덕선의 실수로 정환의 고등학생 다운 뽀얀 살결이 드러나고, 덕선을 지켜주는 과정에서 팔뚝에 고스란히 드러난 힘줄은 그의 팬들을 위한 일종의 보너스였던 것일까.   





덕선 앞에서는 일관된 툴툴거림과 과한 구박으로 그녀의 원망을 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꽁꽁 숨겨 왔던 자신의 매력을 덕선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이 남자.  1988년 시대를 앞선 진정한 츤데레가 아닐까 싶다. 확실한 건, 정환처럼 자기 주장 확실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남자는 다른 여자들에게 욕을 먹고 다닐 지 언정, 자기 여자에게는 좋은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선우를 좋아하는 덕선. 그런 덕선을 남몰래 흠모하는 정환. 그리고 아직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는 선우로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4> 쓰레기-성나정-칠봉이를 이은 또 하나의 막강 삼각관계 구도를 형성하였다. 만약 선우도 덕선을 좋아하는 것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면, <응답하라 1988>은 쓰레기와 성나정간의 길고 긴 밀당에서 칠봉이 혼자 가슴 앓이하는 것과 같은 똑같은 전개를 이어갈 소지도 높아보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응답하라 1988>은 쓰레기와 나정이 사이에서 주로 있었던 '심쿵 스킨십'을 덕선과 정환에게 모두 몰아준다. 선우는 지난 3회 오프닝에서 덕선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고, 학용품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친구집 안가고 꼭 덕선을 찾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에피소드가 보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 덕선의 남편은 누구다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잘 알다시피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이우정 콤비는 <응답하라 1994>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현존하는 낚시의 제왕이다. 지금까지 정환이가 덕선의 남편으로 유력한 고지에 올랐다고 한들, 당장 다음 회에 덕선과 선우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모르는 일이다. 여기에 지금은 바둑에만 집중해서 그런지, 너무나도 잠잠한 최택(박보검 분)이 갑자기 유력한 덕선 남편 후보로 나서게 되면, <응답하라 1988>은 역대 최악의 혼돈 상태에 빠질 것이다.  





지난 <응답하라 1994> 당시 드라마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성나정의 남편 찾기에 완전히 지쳐버린 이후, 다시는 신원호&이우정의 낚시에 걸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또 다시 그 소용돌이에 들어선 지금의 생각은 "그냥 즐기자."이다. 성덕선이 누구와 결혼을 한다고 한들, <응답하라 1988>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쌍문동 골목 아이들 또한 그 스토리의 일부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류승범과 이천희를 오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류준열이라는 신선하고도 매력적인 뉴페이스를 알게되어서 기쁘다. 예전부터 눈여겨 보긴 했지만, <응답하라 1988> 이후 박보검이라는 배우가 더 좋아졌다. 고경표는 이 작품을 계기로 <SNL 코리아>로 고정된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영화판에서는 알아주는 배우였던 이동휘와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으로 확실히 차세대 성격파 배우로 입지를 굳힐 것이다. 덕선과 쌍문동 골목 남자 아이들이 사랑과 우정이 뒤범벅된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원호&이우정 마음이다. 그저 우리 시청자들은 신원호&이우정이 이끌어가는대로 지켜볼 뿐이다. 









물론 <응답하라 1988>의 애청자로서 개인적으로 덕선의 남편이 되었으면 하는 캐릭터는 있다. 하지만 그가 반드시 덕선의 남편이 되어야한다고 하지는 않겠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덕선이 선우, 정환, 아니 최택 중에서 누구와 결혼을 한다고 한들, <응답하라 1988>가 재미있게 흘려가면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지금은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지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류준열의 심쿵 퍼레이드가 외로운 여심의 마음을 살랑살랑 흔든다. 딱히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이 배우.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발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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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