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올해 33년 째를 맞는 '청룡영화상'은 조선일보에서 주최하는 영화제이다. 19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침체로 잠시 폐지되었다가, 1990년 조선일보 계열사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식으로 명맥을 재개해왔다. 


때문에 작년 32회 청룡영화상에는 조선일보, 아니 명확히 말하면 조선일보가 열렬히 지지하는 한미 FTA를 둘러싼 소감이 많았다. <부당거래>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 아내 강혜정은 "이 세상 모든 부당거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수상소감으로 눈길을 끌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연속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은 작년 청룡 영화제에서  "그나저나 내년에 이 시상식 미국에서 여나요?"라는 주최 측에 뼈있는 농담을 건냈다. 


하지만 민간에서 개최하는 청룡영화제는, 오히려 정부가 상당부문 관계한다는 '대종상 영화제'보다 더 공정하고 납득가는 영화제를 개최하였다. 언제부턴가 충무로 영화인들은 대종상보다 청룡상을 더 좋아한다는 말이 있었다. 청룡은 진보 성향 지식인들이라면 거부감을 일으키는 조선일보 주최 영화제이다. 그럼에도 영화인들은 굳이 두 영화제 사이에서 좋고 나쁨을 매기자면, 십중팔구 청룡의 손을 들어준다. 왜 영화인들이 '조선일보' 타이틀에도 불구, '청룡영화제'를 더 선호하는지는 어제 11월 30일 수상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피에타> 조민수를 제치고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다소 이변이다. 그리고 두 영화를 모두 본 관객으로서, 조민수, 임수정의 연기 모두 좋았지만, 과연 임수정이 조민수 대신 여우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는지도 약간 의문이다. 하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의 연기도 조민수가 아니었다면 여우주연상 타기 충분했고, 가끔 배우 부문에서 당황스럽기까지 한 이변을 일으키는 청룡이기 때문에, 뭐 그리 놀랍지는 않다. 오히려 신인여우상에서 상당한 이변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올해 열린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싹쓸이한 <은교> 김고은이 견고해서 그런지, 청룡 또한 그녀에게 신인상을 주었다.


그 외에는 대부분 납득가능하고 당연한 수상과 시상이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에게 아카데미 영화제에도 없는 15관왕을 몰아주며 구설수에 올랐던 '대종상영화제'와는 달리, 청룡은 <광해>에게 미술상 하나만을 안겨주었다. <광해>에서 허균으로 출연한 류승룡이 대종상에서는 <광해>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는데, 청룡에서는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대종상에서 류승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수상소감을 하였다. 애초, 류승룡은 <광해>가 아니라 올해 충무로 대박 캐릭터 중 하나인 <내 아내의 모든 것> 장성기로 상을 받아야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다만, <광해> 15관왕 업적을 이루고 싶었던 대종상 주최자만 몰랐을 뿐이다!!!!!


남우 주연상 또한 대종상처럼 이병헌이 아닌, 올해 다시 제대로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과시한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이번 청룡 남우주연상은 누가 받아도 당연한 쟁쟁한 경쟁이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영화제의 꽃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이다. 최우수 작품상은 청룡 영화제보다 명성이 높은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의 <피에타>가 있기 때문에, <피에타>를 제치고 <광해>에게 최우수 작품상을 준 대종상이 더 놀라울 정도이긴 했다. 그런데 TV조선에서 일정 부분 투자한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광해> 추창민, <도둑들> 최동훈 감독에게 감독상을 줄 것 이라는 지배적인 예상과 달리, 보수적인(?) 언론이 후원하는 청룡이 선택한 감독은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이다!!!!!!!! 


개인적으로,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작품을 감명깊게 본 관객으로서 정지영 감독의 수상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특히나, 정 감독님이 청룡에서 전혀 수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기쁘다. 한편으로는 조선에서 후원하는 청룡이 좌파성향 참으로 강한 정지영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애초 청룡이 후원하는 조선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영화제였다면 지금처럼 영화인들이 그나마 인정하는 상으로 명성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30일 청룡영화제를 총평하자면, 비교적 공정했던 영화제였다. <대종상>과는 달리, 올 한해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물이었던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상을 받은 것도 좋았고, <건축학개론>이 음악상을 못탄 것이 아쉽지만, <범죄와의 전쟁> 음악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영화제의 백미는, 단연 수상한 이들의 수상소감이다. 올해 청룡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의 메시지가 수많은 네티즌들의 호응을 자아냈다.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멘트로 들릴 수 있지만, 돈이 아닌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되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특히나 영화인들, 관객이 아닌, 특정 대기업 자본에 휘두르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얼마 안 있으면 큰 소통을 결정할 날이 있다. 여러분 모두가 킹메이커라 생각하고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뽑길 바란다" 는 멘트로 작년에 이어, 올 한해도 뼈있는 소감을 내비춘 류승룡의 수상소감도 인상적이다. 소통을 잘하고, 각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국 영화 포함, 이 나라가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최민식은 총 관객 1억 돌파, 천만관객 영화 2편 탄생 등으로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한국 영화계의 적나라한 어두운 그림자를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최민식은, 4년 동안 공들여 영화를 만들었지만, 8일 만에 자기 손으로 자기가 만든 영화를 죽인 <터치> 민병훈 감독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청룡 영화제 사회자는 <터치>에 거의 무보수로 출연했던 유준상이였고, <터치>의 여주인공 김지영은 시상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터치>의 두 주인공을 앞세워 한국 영화계에 참으로 빈번했던 공정성 문제를 언급했던 최민식. "우리는 주류에서 화려한 잔치를 하고 있지만 어떤 동료 감독은 쓴소주를 먹으며 비통에 젖어 할 것이다" 는 말이 가슴아프게 들린다. 그게 현실이니까. 대기업에서 투자한 영화를 만들거나 출연한 이들은 대종상, 청룡상에도 참가할 수 있고, 몇 백만은 기본, 운 좋으면 천만관객 영화에도 얼굴을 내비출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대했던 15만관객도 못채우고, 첫날부터 자신의 영화를 교차상영하는 영화계에 항의, 자기 손으로 쓸쓸이 막을 내리는 영화인이 더 많다. 아니 넘쳐난다.


조선에서 후원하긴 했지만, 청룡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다. 하지만 엄연히 말하면 상업영화를 만들거나 출연한 영화인들의 잔치다. 김기덕이나 정지영 감독처럼 해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거나 권위있는 거장이 아님, 다른 저예산 독립영화 감독은 수상 후보 부문에 오르기조차 힘들다. 언젠가 양익준 감독의 독립영화 <똥파리>가 대종상, 청룡상 등을 휩쓴 적도 있지만, 독립 영화를 둘러싼 현재 상황은 그 때보다 훨씬 열악해졌다. 


대기업에서 투자한 영화도, 상업 투자를 일절 받지 않은 영화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원이다. 최민식의 말대로, 영화제라는 축제는, 올해 영화를 만든 모든 영화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즐겨야한다. 영화감독이 된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누구는 상을 받아 화려한 스포라이트를 받고, 누구는 방구석에서 울고 있는 극과극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 이상 지양해야한다. 이는 영화계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여, 풀어내야할 양극화의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기덕 감독의 말씀처럼 돈보다 사람이 우선시 고려되는 세상이 되어야하고, 류승룡의 수상소감처럼 소통 잘하는 지도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에 꼭 참여해야한다. 이것은 어느 특정 후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대선에 참여한 후보들에게 건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의 말씀이다. 


사람을 행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나라에서 사람이 우선시되고, 재벌, 노동자 모두가 가진 돈이나 권력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 아닌가. 아무쪼록 최민식의 주장대로, 영화계가 제도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리 맞대고 고민할 시점이다. 우리나라 영화 발전과 대중의 행복 추구권을 위해서. 저예산 독립 영화 감독을 잘 키워야, 영화계 산업이 굳건히 지탱할 수 있는 법이다. 이건 당부가 아니라   일부 대기업 자본의 성공에 가려진 위기의 한국 영화계를 구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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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지난 15일 개봉한 <내가 고백을 하면> 여주인공 김유정(예지원 분)은 강릉에 사는 간호사임에도 불구, 매주 주말만 되면 고속버스 타고 서울에 오는 열정을 보인다. 그녀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구태여 서울로 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화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틈만나면 백석의 시를 읊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마니아적 취향 예술 영화를 즐기는 그녀의 참으로 독특한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곳은 오직 서울뿐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그녀가 보고 싶은 영화를 틀어주는 극장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녀가 찾는 영화는 <내가 고백을 하면> 배경이기도 한,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 홍대 'KT&G 상상마당' 등 소규모로 운영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다. 만약에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그런 예술 영화가 걸려있는 것을 본다면, 그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수준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영화의 <피에타>도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보기란 힘든데 말이다. 


지난 주 영화 <터치>를 보고 이 블로그 공간에 리뷰를 쓴 적이 있다. 

(2012/11/10 - [영화전망대] - 터치 절망 속에 끌어올린 생명의 기적). 올해 열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인데, 시사회 반응도, 평단의 반응도 좋았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국민남편으로 급상승한 유준상이다. 뭐 주연배우를 딱히 좋아한다기보다, 영화 평이 좋아서 개인적으로 참 기대하는 영화였다. (맞다. 난 원래 이런 영화 참으로 좋아한다 ㅡ.,ㅡ ) 



역시나 개봉을 얼마 앞두지 않고, <터치>를 상영하는 곳을 알아보던 중(이런 저예산 영화를 보려면, 언제 어디서 상영하는지 확인하고 예매는 필수!) 놀랍게도 글쓴이가 사는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터치>를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 영화 개봉 첫날 8일. 딱 하루만 상영한다. 물론 그것조차 '교차상영'. 그래서 <터치>를 상영하는 다른 영화관을 알아보니.....


이 영화 볼 수 있는 극장 많지 않다. 그래서 글쓴이 <터치>와 <가족시네마> 당일날 나란히 함께볼 희망찬 꿈 접고 목요일 어떻게해서든지 이 영화 봐야했다. 그리고 무사히 이 영화 봤다. 어쩌면 이 영화 빨리 접을 지 몰라라는 압박감이 재빨리 이 영화를 보게한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터치>뿐만 아니라 모든 저예산, 예술, 독립 영화를 다 그런 식으로 개봉 첫날. 아니면 둘째날 무조건 보아왔다. 행여나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이 영화를 영영 극장에서 못볼까봐. 그리고 실제로 늘 그래왔었고... 





하지만 글쓴이같이 평일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도 아닌 다수의 관객들은 영영 극장에서 <터치>를 볼 기회를 놓치고야 말았다. 전국에 12개 극장. 서울에는 딱 1개. 그리고 그 마저도 고작 1,2회 교차상영한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민병훈 감독이 결국 배급사를 통해 '조기 종영'을 요청했다. 구걸하듯 극장에 하루 1, 2회 상영해서 과연 하루 몇 명이 '터치'를 보겠냐라고 절규하는 민병훈 감독의 외침은 처절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민병훈 감독과 <터치>만 겪었던 설움이 아니다. 대부분의 저예산, 독립 영화들이 겪는 현실의 단면 중 하나일 뿐이다. 


그나마 <내가 고백을 하면> 조성규 감독처럼 아예 광화문에 작지만 영화관을 거느린 제작자는 사정이 좀 나을 것이다. 오롯이 자신이 만든 영화만으로 스크린 한개 확보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보러 일부로 광화문까지 찾아온 관객들은 적어도 맞는 시간대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터치>처럼 대기업 배급사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영화는 아예 관객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말이 좋아 12개 극장 확보지. 대부분은 아침일찍 조조, 늦은 심야시간대 배정이 대부분이다. 결국은 직장생활하는 대다수 관객들은 <터치>를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소호흡기 유지하면서 짧아져가는 호흡 유지할 힘이라도 있을까....


어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민병훈 감독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교차 상영관행에 대해 대형 멀티플렉스는 저조한 예매율 실태를 근거로 들이대지만 예매 과정에서조차 대기업 자본이 뒷받침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는 차별받는 다는 것이 민감독의 주장이다. 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추이에 따라 개봉관 상영이 결정되는 극장의 상업 논리를 앞세워 관객들이 들지 않는 저예산 영화들의 대부분은 아주 적은 스크린을 확보하고 시작해야한다.


<MB의 추억>이나 <두개의 문>처럼 독립영화전용관 위주로 상영하다가 관객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흥행 성공으로 소수이지만 멀티플렉스 상영관까지 진출한 특이 사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저예산 독립 영화들은 작품성과 별개로 시작과 동시에 극장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으며 일찍 문을 닫아야한다. <터치>는 그렇게 빠른 시기에 관객들의 뇌리에 잊혀져간 영화들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대다수 멀티 플렉스를 찾는 관객들은, <광해, 왕이 된 남자>, <늑대소년>, <브레이킹던part2>, <내가 살인범이다> 등 대기업 배급사의 투자를 받고, 스케일이 큰 상업 영화를 주로 찾는다. 하지만 그들에 비해 아무리 소수의 규모라고 해도 끊임없이 다양한 영화를 찾는 관객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수의 찾는 사람들이 보지 않는 영화를 즐겨본다는 이유로 언제나 선택권을 박탈당해야했다. 이제는 익숙하기에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내가 고백을 하면> 유정처럼, 제 취향이 좀 많이 특이하지요하고 피식 웃어보인다. 만날 영화보러 시내에 나간다고 타박하는 울 엄니의 투정도 자연스러운 일상다반사일뿐이다. 





하지만 어제 아침에 들었던 <터치>의 조기 상영 소식은.....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니고, 하다못해 소액 투자한 것도 아니고, 그저 관람객 중 하나였을 뿐인데 내일처럼 매우 가슴이 아프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현재 자식과도 같은 영화를 불과 8일만에 극장에서 내린 민병훈 감독의 외침은 처절하다. 과연 이게 <터치>만이 겪은 설움인가.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이 함께 발맞춰 나갈 수 있는 다양성이 인정될 때, 우리의 문화의 저변도 넓어지고 더 크게 번영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례를 거론하며, 진정한 공생을 추구하는 멀티플렉스의 긍정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김기덕 감독의 일침에 귀기울일 때다. 


2012/11/10 - [영화전망대] - 터치 절망 속에 끌어올린 생명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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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인기리에 종영했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반듯한 국민남편 유준상이 알코올 중독자로 변신했다는 소식에 잠시 화제가 되었던 영화 <터치>. 하지만 <터치>는 유준상의 알코올 중독 연기가 다가 아니다. 그 속을 들어다보면 우리가 잠시 잊고 싶어도, 결코 망각해서는 안되는 끔찍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터치>의 중심을 이끌어 나가는 동식(유준상 분)은 그야말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 위기의 가족이다. 한 때 국가대표 선수였지만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중학교 사격 코치 직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동식의 무능함은 아내 수원(김지영 분)의 억척스러움으로 이어진다.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는 수원은 병원 몰래 돈을 받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환자를 무연고자로 속여 요양원에 보내는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엄연히 불법이고, 양심에 찔리는 일이지만, 알코올 중독 남편 대신 어린 딸 주미를 키우려면 그 일도 감지덕지다. 


하지만 동식은 다니고 있던 중학교 사격 코치 직에서도 해고될 위기고, 어떻게든 코치직을 유지하기 위해 그는 이사장 앞에서 잠시 끊었던 술까지 마셨다. 그리고 그녀의 부적절한 유혹에도 응했다. 하지만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사격 부 학생을 자신의 차로 치이고 말았고, 동식은 그 길로 줄행랑을 친다. 그러나 동식은 곧 음주 뺑소니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수원은 남편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돌보고 있던 환자의 성적 요구에 응한다. 그리고 수원은 그 날 이후 병원일을 그만두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어린 딸 주미가 중학교 남학생으로부터 가슴과 엉덩이에 낙서 흔적을 남긴 성추행을 당하게 되고, 울분에 찬 수원은 자신의 딸을 추행한 남학생을 찾으러 가지만, 그곳에서는 병들어 죽어가는 학생의 어머니만 누워있었다. 


절망의 늪에 빠져있던 수원을 구원해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수원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었던 여자다. 사회복지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었던 여자는 분명히 국가로부터 일정 부분 사회복지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병원은 그녀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제 퇴원 시킨 지 오래다. 사회복지 공무원을 찾아가봤지만  남편도 없이 중학생 아들과 함께 병든 몸으로 살아가야하는 여자에게 형식적인 재정 지원 외엔 찾아보거나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애초 수원의 직업은 가족을 대신하여 아픈 환자를 대신 돌보는 임무였으나, 오히려 수원은 요양 센터와 환자 가족들과 결탁한 불법 거래에 순응해야했다. 코치직을 유지하기 위해 이사장의 추파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하는 동식도 마찬가지다. 돈 앞에서는 국가대표 출신의 자존심도,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라는 타이틀도 무참히 버려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벌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비참하게 살아가야한다. 점점 타락할 수 밖에 없는 이들 부부는 어떻게든 최악만큼은 면해보고자하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사회가 놓은 덫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하던 수원과 동식이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를 지키려고 나서는 순간, 그들은 진심으로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게 되고, 진정한 구원을 받는다. 술에 취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차에 치여 놓고도 도망간 동식이 보호해주는 존재는 뿔이 잘려나간 사슴이요, 간병인으로서 환자를 돈벌이에 이용한 죄책감을 안고 있는 수원은 아픈 여자를 진심으로 간병하며 환자들을 끝까지 돌봐주지 못한 지난날을 돌이켜본다. 


그렇게 자신의 눈앞에 놓인 고통조차 스스로 감내하기 어려워보이던 수원은 자기보다 처지가 더 딱한 여자를 통해 간병인으로서 사명감을 회복한다. 뺑소니 사고 이후 도무지 미래가 없을 것 같아 보이던 동식도 다시 중학교 사격 코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아무 탈 없이 위기가 잘 넘어갈 것 같았던 수원과 동식이지만, 그럼에도 이들 부부가 과거에 지었던 죄의식은 쉽게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영화 첫 부분에 자신이 요양원에 불법으로 넣었던 환자의 장례 미사 참여 당시 뿔잘린 사슴을 목격한 수원을 시작으로, 유독 이 영화에는 사슴이 등장이 잦다. <터치> 민병훈 감독이 주인공들의 복잡한 내면을 상징하는 판타지 성 수단으로 사슴을 앞세운 것에 대해, 부부의 매개체로서 희망도 상징한다는 점을 꼽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슴은 절대적인 신의 존재, 혹은 두려움의 존재일 수도 있고, 주인공 자신을 일깨워주는 환영일 수도 있다(민병훈 감독의 인터뷰 중에서) 실제 <터치>에서 사슴은 절망의 늪에 빠진 부부가 한 줄기의 희망을 만났을 때 부부의 눈 앞에 나타난다. 부부가 위기일 때마다 희망을 일깨워주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슴은 부부에게 기회를 주는 절대자의 위치에 서있다. 그러나 술에 취해 과거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차에 치고 도망간 죄책감에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저지른 동식의 충격적 행위 속 사슴은 동식의 내면을 괴롭히는 죄의식의 환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슴을 이용한 연이은 상징성 강조는 벼랑 끝에 몰리다가 자기보다 연약한 존재를 보살핌으로서 구원받는 영화의 주제를 모호하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 <터치>는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시대,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을 현실감 있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완성도 있는 영화다. 


벼랑 끝으로 몰려버린 동식과 수원은 이미 벼랑으로 떨어진 이들을 구함으로서 재기의 희망을 다시 품게 된다. 동식과 수원이 베푼 온정이 받는 이에게는 세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큰 은총을 이끌어낸다. 누군가 나로 인해 다시 꺼져가는 삶의 등불을 지필 수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가진다면 그것만큼 나의 삶을 환하게 비춰주는 기적도 없을 것이다. 절망 속에 타오른 사랑과 나눔이 이끌어낸 작고도 큰 희망. 100분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보는 이를 숨막하게 몰아가면서도 가슴시리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한 줄 평: 누군가를 향한 따스한 손길이 작고도 큰 기적을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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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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