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정치가 이런 개그의 소재가 되고 하는게 참 좋아요."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광장에서 자신을 쏙 빼닮은 캐릭터 ‘문재수’를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은 tvN <SNL코리아 시즌9>(이하 <SNL코리아 9>)에서 문재수 역을 맡고 있는 김민교의 손을 잡고 정치 풍자를 응원하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문재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4일 후인 지난 13일에 방송한 <SNL 코리아9>는 “정치가 개그 소재가 되는 것이 좋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방송 내내 새로운 대통령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내어 눈길을 끌었다. 




정치 풍자를 긍정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그 어떠한 정치, 사회 풍자도 볼 수 없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 여러모로 비교되는 행보였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만해도, <SNL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로 대표되는 강도높은 풍자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풍자는 사라지고 야한 농담만 남은 <SNL코리아>는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성인 코미디쇼로 기억되어야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법정 구속 이후 장미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5년동안 꽁꽁 얼어붙어야했던 <SNL 코리아>의 풍자 본색 또한 슬슬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장미 대선에 맞추어 <SNL코리아 9>가 야심차게 내놓은 코너는 ‘미운우리프로듀스 101’(이하 ‘미우프’)로 대한민국 가요계를 이끌어나갈 센터의 자리를 두고 다섯 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장미 대선 과정을 풍자하는 코너인만큼, ‘미우프’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들을 패러디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문재인을 패러디한 문재수 부터 홍준표를 떠올리게 하는 레드준표, 안찰스(안철수), 유목민(유승민), 심블리(심상정) 등, 이 중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온갖 막말로 구설수에 올랐던 홍준표를 연기하는 레드준표(정이랑 분)이다. 지난 대선 동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복사기처럼 따라하는 레드준표는 풍자에 목 말라있던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안겨 주었다. 




유세 기간 중, 대선에 패배하면 강에 빠지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미국으로 간 홍준표 후보와 달리, <SNL 코리아 9>의 레드준표는 짐짓 모르는 척 하다가, 할 수 없이 얕은 강이라도 빠지겠다는 의사를 비추어(물론 강에 진짜 빠지지는 않았지만)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말끝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만든 유행어 “누구~입니꽈~!”를 외치는 안찰스(정상훈 분) 캐릭터도 ‘미우프’를 주목받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문재수-안찰스, 레드준표-유목민으로 얽힌 애증의 관계들도 ‘미우프’를 재미있게 만드는 개그 요소였다. 


이제 문재수가 국민들의 투표로 센터(대통령) 자리에 오른 만큼, ‘미우프’ 역시 지난 13일 방송부로 종료되었다. 대신, 오프닝에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 OST에 맞춰, 문재수와 함께 수려한 외모로 주목받은 청와대 비서진들을 따라한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 수락 연설 당시 그에게 뽀뽀를 하며 축하를 건넨 안희정 충남지사를 빗댄 안연정이 다시 비중있는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미우프’는 끝났지만, 대한민국 공식 센터가 된 문재수 외에도 레드준표, 안찰스, 유목민, 심블리, 안연정, 이잼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을 패러디한 캐릭터인만큼, <SNL코리아>에 계속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정치 풍자 개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문재인이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만큼, 박근혜 정부 들어 한동안 주춤해야했던 풍자 코미디가 활력을 얻을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SNL 코리아 9>분위기도 화기애애했지만, 정치풍자 코미디라면 응당 현 정부가 잘하는 것은 잘하는대로, 잘못한 것이 있다면 따끔하게 비틀어 웃음을 선사하는 묘미가 있어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와 유력 정치인들을 무조건 까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그 어떠한 풍자조차 시도할 수 없었던 암흑기를 딛고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SNL 코리아>가 원조 <Saturday Night Live>에 걸맞는 성인 코미디쇼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성역없는 풍자를 보여줘야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조롱과 폄하 대신, 정부의 실책과 비리 정치인, 기업들에 대한 품위있고도 강도높은  비판이 가해져야한다.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만 우스꽝스럽게 따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본질을 꿰뚫는 예리한 시선이 가미되어야한다. 이것이야말로 정부와 국민간의 진정한 쌍방향의 소통이 가능한 시대. 박근혜 정부에는 없었고,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고자 하는 ‘품격’이다. 과연 <SNL코리아>는 정치 풍자를 긍정하는 문 대통령 시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성역없는 풍자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를 뛰어 넘어 모기업 CJ와 CJ E&M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사이다 같은 일침을 날릴 수 있을까.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벌어지는 모순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성역없는 풍자를 보여주는 <SNL 코리아>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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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지난 26일 이세영 성추행 논란으로 곤욕을 치룬 tvN <SNL 코리아 시즌8>(이하 <SNL 코리아 8>)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난 3일,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지난 3일 방영한 제14회 ‘마마무’ 편에서 극중 원로배우 엄앵란을 연상시키는 ‘김앵란’으로 분한 정이랑이 엄앵란 성대모사로 “나는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며 애드리브를 친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다. 어느덧 사과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SNL 코리아 8>의 해명처럼 정이랑은 올해 초부터 김앵란 캐릭터를 선보였고, 그녀의 신체의 일부를 희화화시키는 개그를 선보여왔다. 그리고 항상 별 문제 없이 넘어갔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앵란의 모티브가 된 엄앵란은 지난해 말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한 쪽 가슴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정이랑의 ‘가슴 개그’는 유방암 투병으로 가슴 한 쪽을 절제해야했던 엄앵란 조롱 개그로 논란이 번지게 되었다. 


엄앵란의 개인사를 알지 못했다던 정이랑은 지난주 논란의 당사자 이세영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엄앵란의 유방암 투병 사실을 알았던지 혹은 몰랐던지 간에 <SNL 코리아 8>의 가슴 개그는 불쾌함을 유도한다. 그동안 정이랑은 수도 없이 가슴 개그를 해왔고, 왜 이제서야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지만, 정이랑이 패러디하는 인물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지 못한 <SNL 코리아 8>측의 부주의가 한 몫했다. 


만약 그동안 <SNL 코리아 8>이 별다른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다면, 엄앵란 혹은 유방암 비하 논란은 그들의 해명처럼 엄앵란의 개인사를 미처 몰랐던 정이랑의 무지가 빚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SNL 코리아 8>은 이미 ‘이세영 성추행 논란’이라는 대형 사고를 터트린 후였다. 지난주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연거푸 사과한 <SNL 코리아 8>은 지난 3일 방송 말미에 모든 크루(출연진)이 모여 머리 숙여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그 사과가 무색하게 <SNL 코리아 8>은 2주 연속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세영 성추행 논란에 대해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엄앵란 비하 논란만큼은 <SNL 코리아 8> 측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근간까지 뒤흔들었던 큰 사건을 겪었다면, 더욱 신중하게 방송에 임했어야한다. 그러나 이세영 성추행 논란에 대해서만 여러번 사과할 뿐, 정작 <SNL 코리아>가 근본적으로 가진 문제에 대해서는 살펴보지는 못한 <SNL 코리아 8>은 이세영 논란이 터진 전이나 후나 똑같았다.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정통 성인 코미디쇼를 지향해온 <SNL 코리아 8>은 성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야한 개그를 선보이고자 노력했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 출범 전 <SNL 코리아>는 야한 개그와 함께 날카로운 정치 풍자가 고루 섞인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3년 이후부터는 정치 풍자는 실종된 채 ‘섹드립(섹시+애드리브+야한농담)’만 남았다. 그나마 지난 11월 5일 방영분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전면으로 패러디하며 풍자의 신호탄을 다시 쏘는가 싶었지만, 이날 방송 이후 <SNL 코리아 8>에서 미미한 정치 풍자조차도 볼 수 없었다. 


개그의 근간을 이루는 풍자가 사라지다보니, <SNL 코리아>의 개그 코드는 야한 농담을 일삼거나 아니면 특정 신체 부위에 집중하는 쪽에 치중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 풍자만 없었지 사회 풍자가 아예 없었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풍자와 해학이라기보다는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와 조롱으로 비춰지기 일수였다. 최근 <SNL 코리아 8>을 강타했던 두차례의 논란은 특정 크루의 부주의가 빚어낸 실수가 아니라 그동안 <SNL 코리아>에 쌓여있던 적체된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 뿐이다. 




이세영 성추행 논란만 하더라도 지난 26일 공개되었던 문제의 비하인드 영상뿐만 아니라, 이미 수차례 영상에서 이세영이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말리지 않았고, 문제라고 지적 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적지 않은 시간동안 방치 되었던 성윤리 불감증이 지난 26일에서야 터진 것 뿐이었다. 엄앵란 비하 논란은 지난 26일 논란과는 별개로 정이랑의 무지와 부주의로 국한시킬 수 있지만 그 이전부터 정이랑이 적극 활용해왔다는 ‘가슴개그’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한다. 성인들을 위한 개그 코드가 단지 자신의 신체를 희화화시키고 자칫 타인까지 비하할 수 있는 ‘섹드립’밖에 없는지. 2주 연속 사과하느라 바쁜 <SNL 코리아 8>에 간곡하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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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진행 능력으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로 재기에 성공한 방송인 신동엽. 하지만 원래 신동엽하면 콩트, 그리고 야릇한 19금 유머를 빠트릴 수 없지요. 


방송계 대세가 리얼 버라이어티로 넘어가면서 한 때 콩트와 토크가 전문인 신동엽의 영향력이 약화된적도 있지만, 다시 kBS <개그콘서트> 등 정통 희극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콩트 연기의 달인, 엄연히 말하면 '변태 연기의 1인자' 신동엽의 위상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시트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MBC <남자셋 여자셋>을 시작으로 지금도 성인 시트콤 하면 떠오르는 SBS <헤이헤이헤이>에서 자신의 최고 장기인 19금 유머 세계관을 마음껏 구축한 신동엽. 이제 방송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진행자로서 다시 한번 입지를 굳힌 신동엽. 불과 1회 호스트 출연이긴 하지만 tvN <새러데잇 나잇 코리아 2>(이하 <SNL 코리아2>)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SNL 코리아 2>를 손바닥 위에 들었다 놓았다 했습니다. 


지난 연말 시즌1에 이어 시즌2에 돌입한 <SNL 코리아2>는 시즌 2에 들어 정치 풍자에 이어 19금 유머를 강화합니다. 따라서 지난 3회 양동근을 필두로 지난주 크루쇼 특집에서는 아예 시청등급을 19세 이상으로 올려놓고 대놓고 '어른들을 위한 쇼'를 자청합니다. 


하지만 19금이라고 하나, 어른들도 보기 민망한 노출쇼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SNL 코리아2> 신동엽 편에서 목탁으로 은밀한 부위를 만들고(???), 남자들끼리 엉덩이를 맞대 부비부비하고, 게스트 홍석천이 신동엽 가랑이 사이로 클럽을 집어넣는 상당히 '수위 높은' 장면은 있었으나, 공중파 15세 등급에서도 노골적인 남녀간의 정사신, 걸그룹의 야릇한 노출과 퍼포먼스를 많이 보아온터라 이 정도는 '약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요즘 들어 19금 성인 유머를 강화하긴 했지만, 사실 <SNL 코리아2>는 야하기만 한 성인 콩트가 아닙니다. 재미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유쾌하고 적나라한 정치, 사회 풍자를 지향하는 요근래 보기 힘든 정통 콩트쇼입니다. 이번 <SNL 코리아2> 신동엽 편에서도 호스트 신동엽은 변태 연기뿐만 아니라 눈빛이 심상치 않은 불법 도박 승려, 텔레토비를 통해 한주 간 여의도 정국을 풀어내는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문제니로 분해 강도 높은 사회 풍자를 소화해냅니다. 지난 주 크루쇼에서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개그맨 정성호가 분한 가상의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날카로운 대담까지 있었습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둔 검증된 아이템이지만 적나라한 성적 유머 언급, 노출보다  정치 풍자가 훨씬 어려워보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SNL 코리아>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케이블인지라 공중파에 비해 낮은 시청률과 화제도는 고사하고, 서슬퍼런 검열 앞에서 제대로 무사통과 하여 원래 <SNL>의 의도와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SNL 코리아>는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메가폰을 잡게된 장진 감독의 소신에 힘입어 공중파 뉴스에도 접할 수 없는 신랄한 정치 풍자는 물론 노출 없이도 성인들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본격적 19금 유머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장진 감독도 인정하는 시츄에이션 코미디의 천재 신동엽이 '어른들을 위한 쇼'를 지향하는 <SNL 코리아2>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게다가 다음주 <SNL 코리아2>는 19금 콩트 연기의 달인 신동엽에 이어 최근 연기에도 도전장을 낸 19금 퍼포먼스의 대명사 가수 겸 제작자 박진영입니다.


신동엽, 박진영 카드를 통해  원조 <SNL>처럼 적나라하면서도 예리한 비유와 재치로 현재 대한민국 방송계의 공공연한 금기에 맞서는 <SNL 코리아2>. 민망한 노출과 자극적인 엽기쇼만 난무할 뿐, 실제 성인들이 건강하게 즐길만한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는 대한민국 방송계에서 노출, 성적비하없이 건강한 19금 유머와 성역없는 풍자를 지향하는 <SNL 코리아2>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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