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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줄초상 비극 속에서 희망적인 들꽃의 힘을 보여준 뿌리깊은나무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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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도(한석규 분)을 제외하곤 모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끝까지 세종 이도와 대립각을 세웠던 정기준(윤제문 분)도 죽었고, 세종이 가장 사랑하던 소이(신세경 분), 똘복 강채윤(장혁 분), 그리고 충직하게 세종을 보필해온 무휼(조진웅 분)도 한글과 세종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죽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한글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귀중한 목숨까지 버렸던 이들이 떠난 이후, 밀본은 심종수라는 새로운 4대 본원을 받들여, 이제는 사대부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어버립니다. 그래서 한가놈이 수양대군에 접근하게 되고, 그가 그 유명한 한명회로 탈바꿈하는 놀랄만한 반전을 선보이는 와중에 노란 이름없는 들꽃이 클로즈업되면서 <뿌리깊은 나무>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한글을 지키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이들을 죽여놓은 충격적인 결말에 놀랍고도 슬픕니다. 특히나 무휼을 비롯하여 세종을 도와 한글을 만들던 소이와 강채윤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터라 더욱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야말로 한글을 위해 자신이 아끼는 이들은 물론 자신의 마음을 지옥에 버린지 오래인 세종 이도입니다.  

 


거기에다가 정기준이 최후에 남긴 예언대로 한글은 600년 이상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언문'이라는 이름으로 격하되어야했습니다. 한글이 반포된 이후에도 권력을 잡고 고급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변함없이 한문을 알아야했고, 그 이후에는 '영어'로 대체되어 아예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정기준의 우려대로 글자를 안 백성들은 말을 들을 수 있는 개처럼 위정자들에게 속게되면서 이용당하면서 사는 나날들이 이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진정한 정치인을 만난 횟수보다, 어떻게하면 백성을 속이고 자신의 사익만 생각하는 위정자만 만나온 나날들이 더 많았던 이 나라 이름없는 노란 들꽃들입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 이름없는 노란 들꽃들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네, 비록 무자비하고 잔인한 칼날 앞에서 일시적으로 쓰러질언정 그들은 언제 그랬나는듯이 우뚝 일어서게 될 것이고 더욱 굳세어질 것입니다. 백성들의 지혜로 다시 새로운 길을 모색해낼 것이고, 계속 싸우고 또 싸우게 될 것입니다. 어쩔 때는 이기고 속기도 하고 지기도 하겠죠. 지더라도 괜찮습니다. 이 땅에 있었던 수많은 왕족들과 지배층은 명멸당했으나 백성의 이름으로 존재한 수많은 들꽃들은 수만년 이상 버티고 또 버터왔으니까요. 

 


<뿌리깊은 나무> 마지막 상상 부분처럼 그리고 소설 <뿌리깊은 나무> 원작처럼 채윤과 소이가 도망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면서 자신들의 새로운 뿌리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것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엔딩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나 이번 줄줄이 이어지는 죽음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고 픽션 속 인물들이라고하나, 가슴을 아프게 저려옵니다. 그들의 죽음은 단순히 드라마 속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니까요. 

 



백성에게 힘을 주기 위한 한글을 반포시키려는 사람들은 잔인하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어떻게든 한글을 막으려고 하던 정기준도 청계천을 통해 왕궁으로 잠입하려고 하다가 죽으면서 끝나는 듯 했으나 또다른 위정자가 한글을 막고 백성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계략을 펼치고자 합니다.  그 계략에 맞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내려놓고 맞서싸우는 용기있는 백성들의 저항은 지금 이 시각에도 진행형입니다.

주위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힘겹게 반포했던 눈물어린 글자는 세종 이도의 품 안에서 벗어나 오롯이 백성의 책임과 권한이 되었습니다. 지난 24일 동안 드라마 속 백성들을 넘어 21c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겼던 석규 세종과도 이별을 고할 때입니다. '석규 세종'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글자의 힘과 위력을 절실히 깨달은 지금, 가만히 앉아서는 백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던 위정자가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각하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새로운 세종 이도를 옹립해나갈 차례입니다.

 


다행이도 그 어느 때보다 한글의 중요성을 스스로 자각하고,  더 나은 세상에 만드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시민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글을 알았음에도 교활한 위정자들에게 잠시 속은 나머지,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말 잘듣는 어리석은 개들이 아닙니다. 제 아무리 한글을 막기 위해서 목에 칼을 들이대고, 제2의 무휼, 소이, 똘복을 잡아 가두고, 백성들의 귀와 입을 틀어막으려고 한다고해도 결국은 이름없는 노란 들꽃들의 승리로 끝날 것입니다.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는 비극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씨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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