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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브레인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신하균과 정진영의 팽팽한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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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천하대에서 쫓겨날 것 같았던 이강훈(신하균 분)이지만 결코 쉽게 물러설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차 회장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 강훈은 차 회장을 꼬드겨서 다시 천하대 입성에 성공하고 맙니다. 그것도 자기가 그토록 원했던 천하대 조교수로 말이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제는 자신의 최대 강적이 되어버린 김상철 교수(정진영 분)에게 당당히 자신이 돌아왔음을 선언합니다. 이렇게 <브레인>의 대미를 장식할 김상철과 이강훈의 대결은 원점 구도로 돌아갔습니다. 

 

본래 <브레인>에서 이강훈은 성공에 대한 야망으로 똘똘 뭉친 독설가였던 반면 김상철은 천사의 얼굴을 한 진정한 의사였습니다.  하지만 차츰차츰 김상철의 교수의 숨겨진 비밀이 파헤쳐지고, 김상철의 순한 양의 탈이 벗겨지는 순간 뻔한 선과 악의 구도는 와르르 무너지게 됩니다. 

어떻게든 이강훈을 이기려는 김상철. 결코 김상철에게 지지 않으려는 이강훈. 이제 서로를 향해 공격하는 두 사람의 대결에서 선과 악의 구도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강훈을 천하대에 내쫓기 위해 갖은 술수를 다 쓰는 김상철 교수나, 돈많은 재벌 회장님 환심사서, 위기에 몰린 고재학(이성민 분)을 이용하여 다시 천하대에 입성하려는 이강훈이나 무턱대고 악마에게 당하기만 하는 순진한 양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악마를 자청한 이 두 사람은 놀랍게도 그들이 그렇게 변할 수 밖에 없는 설득력을 안겨줍니다. 그들이 복수의 화신으로 탈바꿈된 것은 공교롭게도 공통적인 사건과 얽혀있습니다. 천하의 수재 이강훈이 유독 천하대 조교수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아버지 죽음때문이였고, 온화하기 짝이 없었던 김상철이 자신의 가장 큰 트라우마인 강훈 아버지 의료 사고를 운운하면서 서서히 목을 조르는 이강훈의 등장 이후 순식간에 사람 자체가 변해버립니다.

 


만약에 이강훈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의 척도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보상받고자 하였다면 굳이 다시 자기 발로 가시밭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강훈에게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어떻게든 김상철을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다시 천하대에 재입성했고, 김상철 교수에게 재결투를 신청합니다. 

그런데 의기양양 다시 천하대에 돌아온 이강훈을 바라보는 김상철 교수의 소름끼치는 미소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넌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를 이길 수 없다.' 듯이 비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강훈의 재등장을 은근히 기다렸다는 복잡한 심경이 짧은 시간 표정으로 모든 것을 다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이강훈과 김상철의 대결은 다시 시작되었고, 이제는 서로 물러날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예고합니다. 이강훈보다 다소 높은 신분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이강훈의 패기를 꺾어버리려는 김상철과 한 때 자신에게 등돌렸던 후배 의사에 대한 보복을 보이면서 서서히 김상철을 무너뜨리려는 이강훈.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팽팽한 기싸움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강훈을 대하는 김상철 교수의 이중적인 태도가 참 애매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이강훈을 괴롭히면서 어떻게든 그를 끌어내리려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암묵적으로 이강훈을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자신이 이강훈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사고에 대한 죄책감에 자신을 파멸시키면서까지 이강훈을 진정한 의사로 만들어주고 싶어하는 김상철 교수만의 숨은 배려가 아닐까 싶구요.  

이렇게 김상철, 이강훈의 본격적인 대결이 성립되면서, <브레인>의 가장 큰 매치인 신하균과 정진영의 연기 대결 또한 절정으로 치닫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컴백을 알리면서 김상철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신하균의 얼굴은 흡사 악의 화신의 지령을 받고 내려온 악마의 웃음을 보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독기에 찬 미소를 화답하는 정진영의 표정 또한 만만치 않은 싸움이 전개될 것을 예상케 합니다. 이렇게 극의 갈등의 최고조를 향하고, 그에 따라 두 배우의 물 오른 연기가 클라이맥스에 다가갈 수록, 가장 행복한 사람은 다름아닌 시청자입니다.

 


그동안 이강훈의 성장 스토리라고 불릴 정도로, 이강훈의 내면에만 집중한 터라, 신하균의 명품 연기를 보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하균에게만 초점을 맞춘터라, 신하균 못지 않게 충무로 연기 고수로 불리는 정진영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강훈과 김상철의 대결이 본격화되고, 김상철 또한 독기에 받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정진영의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손바닥도 쳐야 제맛이라는 듯이, 신하균의 처절한 울분에, 바로 달려들어 김상철의 복잡한 내면을 분출하는 정진영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브레인>입니다. 과연 이렇게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는 김상철과 이강훈와의 결말은 어떻게 끝맺음될까요. 뭐니해도 둘이 오랜 앙금과 오해를 풀고 진정한 멘토와 제자로 진정한 의술을 펼치는데 이바지 하였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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