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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브레인 김상철이 자신을 경멸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시작한 이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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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최정원 분)에 대한 이강훈(신하균 분)의 마음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브레인>이 한층 더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덕분에 시청자들 또한 신하균의 본래 트레이드 마크인 백만불짜리 해맑은 미소를 볼 수 있게 되었구요. 그러면서도 서서히 드라마가 말해주고 싶은 본질을 향해 한 걸음 어려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뉘앙스입니다. 

이강훈. 대한민국 최고 학부인 천하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좌뇌는 완벽하다고 해도 감수성이나 대인 관계면에 있어서는 영 빵점입니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서툴기 짝이 없습니다. 반면 자기가 싫어하는 감정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한 마디로 어린 아이를 보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이강훈은 윤지혜를 좋아하면서도, 장유진(김수현 분)과 관계에서 오해가 생겨 토라진 그녀를 따스하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려고 하기보다, 어린 아이처럼 투정부리고 떽떽 거리면서 앙탈부립니다. 당연히 저 선생이 왜 그러는지 알 턱이 없는(?) 윤지혜는 그 과정에서 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요.

어찌되었든 탁월한 두뇌와 처세술로 그토록 바라던 조교수로 천하대 입성에 성공한 강훈은 차례차례 한 때 자신 편이었으나, 자신이 위기에 처한 이후 등을 돌려버린 이들에 대한 소심한(?) 복수를 감행합니다. 특히나 한 때 '리틀 이강훈'이라 불렀지만 서준석에 붙어버린 승만을 강훈은 그 누구보다도 차갑게 대합니다.

결국 강훈의 계속된 뺑이돌림에 승만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서준석의 편에 선 것뿐이라면서, 이강훈에게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구합니다. 그런데 강훈은 자신에게 잘못을 조아리는 승만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게 됩니다. 

이강훈은 빽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천하대 조교수에 오른 입지전지적 인물입니다. 서준석처럼 막강한 백그라운드를 등에 엎은 친구들이 즐비한 의사 세계인터라 이강훈은 그들에게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더더욱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우월감을 밖으로 드러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워낙 자신들 잘난 맛에 살고 있던 그들로부터 더 큰 비이냥과 분노를 사게된 점도 없지 않아 있구요.

하지만 종합병원 의사뿐만 아니라, 이 나라는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세계가 결코 아닙니다.  때로는 보이지 않은 엄청난 힘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애초부터 강훈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조교수의 자리가 서준석에게로 간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강훈은 당연한 조교수의 자리라고 해도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의사로서는 한없이 부족하기 짝이 없는 고재학 교수에게 머리를 숙이고, 심지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토록 싫어하던 김상철 교수에게도 아부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그런 기회주의자에 지나친 출세 지향을 보이는 이강훈이 김상철 교수는 싫었던 것입니다. 왜나, 김상철은 현재의 이강훈을 통해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적어도 이강훈 아버지 의료 사망 사고 전까지만 해도 김상철은 아무런 꺼리낌없이 패기넘치는 전도유망한 의사였습니다. 세상에 자기보다 잘난 사람 없었고, 다 자기 손 안에서 노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자기 손에 의해서 사망한 이강훈 아버지는 본인에게도 큰 충격이었고,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끝내 사고를 당해 그 끔찍한 기억만 뇌 속에서 사라져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그는 회복하여 매스를 잡게 되었고 예전과는 다르게 따뜻하고 훌륭한 의사로 보여질 수 있었죠.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살던 도중 어느 샌가 톡 튀어나와 꼭 자신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만 건드리는 이강훈은 김상철 교수의 눈에 당연히 눈엣가시로 보여질 만 합니다. 하지만 김상철은 무작정 이강훈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이강훈에게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그를 자신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한 의사선생님으로 만들어주고 싶어합니다. 비록 앞에서는 이강훈에게 갖은 모욕을 주고, 그를 내몰차게 거절하는 듯 하지만 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의 감정 하나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이강훈의 고삐를 잡아댕기면서 의사이기 전에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김상철입니다.

 


그런 김상철 교수의 마음을 이강훈은 김 교수와 같은 똑같은 시점에서 잠시나마 헤아리게 됩니다. 한 때는 진심으로 이강훈을 존경했지만 지금은 실세인 강훈에게 잘보이기 위해 억지로 머리를 숙이는 승만에게 이강훈은 이렇게 말합니다. "

"만약에 너가 너(이강훈) 따위가 어떻게 대하던 나는 나다. 니까짓게 아무리 나를 짓밟아 뭉게도 난 비굴해지지 않는다.  난 굽히지 않는다. 나는 나니까. 그랬다면 내가 너한테 미안해졌을텐데." 

아마 이 이야기는 김상철 교수가 이강훈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이강훈을 짓밟아도 비굴해지지 않고 굽히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덤벼드는 이강훈을 오히려 김상철 교수는 흡족해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출세를 위해 고재학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억지로 머리를 숙이는 이강훈을 더 경멸하고 증오했던 김상철 교수이니까요.

 


하지만 김상철이 이강훈에게 바라는대로, 이강훈이 승만에게 바라는대로 강한 자가 짓밟을 때 굽히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시청자들이 성공을 위해 고재학에게 갖은 아부를 하고, 이강훈이 코너에 몰리자 바로 서준석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의사들을 욕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에게 진한 공감대를 느끼는 것도, 그들이 보여준 모습 자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군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막상 나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그들이 경멸스럽고 화가 나기까지 합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부조리를 행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겠구요. 

그동안 오직 자신만을 미워하는 듯한 김상철 교수를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이강훈은 승만이라는 자신의 또다른 거울을 통해 그간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되짚어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승만이라도 자신의 전철이 아닌, 자신이 걷지 않았던 보다 당당하고 자신있는 의사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누군가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서 서서히 김상철을 이해하기 시작한 이강훈입니다.

그렇게 점점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강훈을 통해서 시청자들 또한 또다른 자신을 바라보게하는 <브레인>입니다. 그래서 <브레인>은 결코 보기 편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이강훈과 그 주변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와 인간에 대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거북한 욕망과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은밀히 감추고픈 속물 근성을 계속하여 자극시키니까요.

하지만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과오를 되짚어보고 반성하는 일은 성숙한 사회인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강훈을 통해 다시 한번 나와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하는 <브레인>입니다. 그래서 
비록 어려운 가시밭길임을 잘 알지만, 김상철과 그보다 더 큰 힘이 짓밟던 말던 고고히 진정한 나의 길을 걷겠다는 이강훈 선생의 험난한 여정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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