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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1999, 면회>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한 아픈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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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99, 면회> 세 주인공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한동안 고교 시절 친구들과 소원해진 상원(심희섭 분)은 갑작스런 민욱(김창환 분)의 자원입대 소식을 듣고 승준(안재홍 분)과 함께 면회를 간다. 그렇게 시작한 영화는 1박2일간 함께 했던 세 친구들의 특별한 여정을 덤덤히 기록한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와 함께 가장 주목을 받은 독립 영화 중 하나였던 <1999, 면회>는 김태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작품이다.


 


IMF가 터진 직후 20대를 시작한 이들은, 작년 한해 대중문화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tvN <응답하라 1997>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다. 다만 IMF 직전 1997년 고교시절과 2012년 현재 이야기에 충실하던 <응답하라 1997>과 달리, <1999, 면회>는 IMF 직격탄을 맞은 80년대 생들의 해맑게 웃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눈빛을 고요히 응시한다. 


보증을 잘못 서 교도소로 간 아버지 때문에, 재수를 준비하던 민욱은 돌연 군 입대를 택해야 했다. 세 친구 중 유일하게 대학에 들어가 부러움을 받는 상원의 상황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재수를 택했지만 가수가 꿈이라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 승준은 아직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갈팡질팡 고민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년 만에 고교 친구를 만난 설렘보다 민욱의 여자 친구였던 에스더의 이별통보를 대신 전달해주는 것도 부담이다. 지금처럼 바로 통화 가능한 휴대폰도 발달하지 않던 시절, 이제 막 일병 계급을 달아 들떠있는 친구에게 절망을 안겨줘야 하는 악역이 되어야 하는 승준과 상원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의 고비를 넘긴 민욱, 승준, 상원은 아직 거친 파도를 경험하지 못한 순수의 상태다. 아직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승준과 상원은 민욱에게 달려간 1박2일 길지 않은 여정 동안 녹록치 않은 세상에서의 상실과 좌절을 혹독히 경험한다. 각자에게 소중했던 카메라와 동정을 잃고 상처받은 승준과 상원을 다독이는 쪽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군대를 통해 먼저 세상에 눈 뜬 민욱의 몫이다. 


IMF 즈음 20대를 시작한 80년대 생 아이들의 2013년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 밝지도 희망적이지도 않다. IMF 시작과 함께 ‘절망’이란 단어와 함께 청춘의 문을 열었던 이들은 그 이후에도 쉽게 뚫리지 않는 취업난과 정면으로 맞서며 어느 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세 친구들이 평생 잊지 못할 1박2일 면회에서 경험한 상실은 여전히 불안한 2000년대를 버텨내기 위한 하나의 성장통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제 막 어른이 되는 길목에 선 아이들은 아프고 괴롭다. 거기에다가 IMF로 벼랑 끝에 선 1999년 아이들에 이어 2013년을 살아야하는 아이들은 단순히 “아프니까 청춘이다.” 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의 모순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각자에게 소중했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던 세 친구는 서로를 다독이며 어른으로 나아가는 힘겨운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아팠지만 함께였기에 그럭저럭 이겨낼 수 있었던 추억이 된 셈이다. 


1999년을 살았던 아이들은 그 시절 타임 슬립을 통해 세상의 고통을 체감하기 직전 순수했던 과거로 잠시 회귀하고자 한다. 그 당시는 아팠지만 돌이켜보면 추억이 된 지난날. 특별한 극적 설정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만으로 불완전한 청춘의 좌충우돌 성장기의 공감대를 자아내는 연출과 연기가 따스하게 빛난다. 2월 21일 개봉. 


한 줄 평: 2013년 영화계에 떠오르는 신성 김태곤. 향후 대한민국 영화계를 짊어지고갈 재능있는 배우들이 펼치는 청춘의 좌충우돌 공감 성장기 ★★★★☆


*오마이스타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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