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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플라이트. 덴젤 워싱턴의 불안한 알코올 중독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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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라이트> 주인공 휩 휘태커(덴젤 워싱턴 분)은 알코올, 약물 중독 환자다. 그런데 또 유능한 비행기 조종사이기도 하다. 부인과 이혼하고 같은 항공사에 근무하는 미모의 스튜어디스 트리나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휩은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술과 약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 <플라이트> 초반을 장식하는 비행기 추락씬은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는 휩의 상태만큼 어지럽다.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추락씬에 리얼리티를 기하기 위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의도대로, 실제 난기류와 기기 결함으로 추락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과 같은 화면의 흔들림은 관객들을 불안에 빠트린다. 




하지만 추락하는 비행기보다 더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휩의 상태다. 갑작스런 기체 결함에도 불구, 본능적인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 기적적으로 비행기를 비상착륙시킨 그는 102명의 탑승객 중 무려 96명의 목숨을 살려낸 최고의 파일럿이며, 영웅이다. 


분명 비행기가 추락하게된 결정적인 원인은 비행기 기체 결함이다. 그러나 당시 휩은 술에 취해있었고, 심지어 비행기 조종 중, 파일럿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음주운전까지 하였다. 사고 이후 휩이 만취상태였다는 것을 알게된 비행기 회사는 휩에게 사고 책임을 묻고자 한다. 다행히 휩에게는 그의 오랜 친구인 노조 대표 찰리(브루스 그린우드 분)과 유능한 변호사 휴 랭 (돈 치들 분)이 그의 편이 되어준다. 그리고 입원 도중 알게된 약물 중독 환자 니콜(켈리 라일리 분)과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 이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휩의 알코올 중독 치료는 요원하다. 비록 술 때문에 비행기 사고가 난 것은 아니지만, 그 쯤 되면 술을 멀리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시간이 지날 수록 휩의 알코올 중독증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도 역시 사고 직후 술을 끊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했지만, 자꾸만 자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은 더더욱 그를 불안하게 하고, 술을 찾게 한다. 


술 때문에 가족과 멀어진 알코올 중독자가 쉽게 술과 이별하기란 어렵다. 그런데다가 휩은 알코올 중독자들이 가진 전형적인 패턴, 즉 술과 관련한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거기에다가 그는 사고 당시 엄청난 수치를 기록한 혈중 알코올 농도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그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해야한다. 휩 역시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말로는 술을 입에 대지도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도 잠시 역시나 그는 습관적으로 술을 찾고 있고 또다시 술 때문에 엄청난 사고를 치르는 악순환이 반복, 이어지고 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유능한 파일럿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 최대의 딜레마에 빠진 인간의 고뇌와 숙명을 심도있게 그려낸 <플라이트>는 실제 발생했던 비행 사건들을 꼼꼼히 조사할 정도로 12년간 공을 들인 탄탄한 각본에 의해 수준 높은 드라마가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구제 불능 알코올 중독자로 변한 명배우 덴젤 워싱턴의 완벽한 연기다. 억울하게 비행기 사고 책임자로 몰리긴 했지만, 근무 기강 헤이라는 양심의 가책 속에서 고뇌하는 덴젤 워싱턴의 불안하면서도 흔들리는 섬세한 눈빛은 한 때나마 그가 그 모든 중압감에서 빠져나오길 진심으로 바라게한다 . 하지만 그는 유능한 비행 실력이 아까워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정신차리라고 동분서주 그의 감옥행을 막고자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외면하고, 모든 양심의 딜레마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길을 택한다. 끝까지 술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그르치는 휩에게 안타까움과 황당이 교차한 진심어린 냉소를 보내긴 했지만, 어쩌면 휩에게는 그 길이 정녕 도저히 술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그를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2013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될 만한, 덴젤 워싱턴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캐스트 어웨이> 이후 12년만에 실사 영화로 복귀한 할리우드 거장 로버트 저메키스의 날카로우면서도 따스한 연출력이 인상깊고도 강렬했던 영화. 만약 내가 휩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자신의 운명이 달려있는 절체절명 딜레마 위기 속에서 끝내 진실을 택하고 자유로워진 한 남자의 이야기가 진실과 거짓의 경계조차 흐릿해진 아노미 상태에서 진정으로 구원받길 갈망하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적지않은 깨달음을 안겨준다. 2월 28일 개봉. 


한 줄 평: 감옥보다 알코올 중독 치료가 필요했던 파일럿. 그래도 거짓 아닌 양심을 택한 그의 용기와 덴젤 워싱턴의 완벽한 구제불능 연기에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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