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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남자사용설명서. 알짜배기 이시영과 오정세가 펼치는 뿌듯한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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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14일 개봉작 <남자 사용 설명서>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설날 연휴를 기점으로 워낙 많은 영화가 개봉되었고, 또 그 피로도가 극심했기 때문에 <남자 사용 설명서>는 건너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남자 사용 설명서> 평이 만만치 않다. 그러고보니 여주인공이 요즘 충무로에서 '로코퀸'으로 각광받는 이시영이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오정세도 인지도가 약할 뿐이지, 이미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에겐 '제2의 류승룡(?)'으로 인정받는 흙 속의 진주다. <7번방의 선물> 정도로 화려한 조연진을 자랑하지 않지만, 박영규, 이원종의 서포터도 탄탄해 보인다. 작년 하정우와 공효진의 파격변신이 돋보인 <러브픽션>, 결혼한 부부의 권태기 속 소용돌이를 다룬 <내 아내의 모든 것>외엔 이렇다할 로맨틱 코미디물이 보이지 않았던 찰나, 꽤 괜찮게 볼 만한 로코물이라는 이야기가 다반사다. 그래서 14일 개봉하는 수많은 영화를 뒤로하고, <남자 사용 설명서>를 선택했다. 




<남자 사용 설명서>는 함께 극장에 걸려있는 여타 다른 영화를 제치고 관람을 결정하기까지 극 중 보나(이시영 분)이 Dr. 스왈스키(박영규 분)작 비디오 <남자 사용 설명서>를 집어들면서잠시 머뭇거릴 때와 똑같은 감정을 들게하는 영화다. 


감독은 이름조차 낯선 신인에, 이시영과 오정세 또한 좋은 배우이지만, 상대 경쟁작인 <7번방의 선물> 류승룡, <베를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남쪽으로 튀어> 김윤석, 그리고 <다이하드> 브루스 윌리스, <헨젤과 그레텔> 제레미 레너,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제니퍼 로렌스,브래들리 쿠퍼에 비해 무게감이 다소 약해 보인다(그 또한 일종의 편견이지만). 거기에다가 일주일 뒤엔 <신세계>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분노의 윤리학> 문소리, 이제훈, 조진웅, 곽도원, 김지운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으는 아놀드 슈와제네거 <라스트 스탠드>까지 가세한다. 무엇보다도 포스터에서 확 풍기는 소위 'B급' 냄새가 과연 이 영화 선택해도 괜찮을까 사뭇 우려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는 영화를 보지 않기 전까지만 가질법한 기우이자, 편견이다. <남자 사용 설명서>는 이 영화가 주요 타켓으로 고려한 20~30대 솔로 여성들은 물론, 남성 관객, 그리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도 기분좋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는 훌륭한 로코물이다.


이야기의 기본 구도는 평범하다. 존재감 없던 평범한 여자가 마법사의 도움으로 한류스타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변한다는 설정은 그도록 닿고 달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주곡일 뿐이다. 


그러나 첫 상업영화 데뷔작임에도 불구, 감각적이면서도 결코 산만하지 않은 과감한 영상기법을 활용 기발하게 스토리를 꾸려나가는  이원석 감독의 연출력은 수준급이다. 거기에다가 보통 남자의 솔직한 감정의 정곡을 찌르는 섬세한 심리묘사는 마치 나의 이야기인양, 무한대의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보나는 비디오를 통해, 한류스타 이승재(오정세 분)과 관계 형성에 성공했지만, 결국 승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비디오에 나온대로의 연애 메뉴얼이 아닌, 승재를 향한 보나의 진심이다. 


사실 보나는 오랜 조감독 생활로 잠시 흔녀가 되었을 뿐, 털털한 후드모자를 던지고 짧은 숏커트에 흰 셔츠만 입었을 뿐인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류스타를 사로잡을 정도로 충분히 아름답고 빛난다. 그러나 전형적인 미녀 캐릭터는 아니지만, 강인하면서도 귀여운 보이쉬한 매력으로 수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배우 이시영이 인기녀로 등극하는 과정은 그 어떤 신데렐라 스토리보다 현실감 넘치게 다가오면서 동시에 그녀의 변신에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고 싶을 정도다. 




명색이 카리스마 넘치는 한류스타라고하나 알고보면 순도 100% 허당에 찌질함까지 가지고 있는 승재도 사랑스럽긴 매한가지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갑자기 얻은 인기에 제대로 취해버려 부리는 이승재의 허세조차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으로 승화시키는 오정세의 코믹 멜로 연기는 <러브픽션> 하정우, <내 아내의 모든 것> 류승룡에 이은  2013 최고의 러블리 캐릭터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 기발한 캐릭터와 설정 속,  좋은 배우들간의 멋진 조화가 안겨주는 '진심'은 어디서나 통하는 법이다. 


한 줄 평: 진심으로 응원해주고픈 이시영과 오정세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 역시 사람이던 사물이던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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