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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고령화 가족’ 피보다 진한 끈끈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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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화장품 방문판매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엄마가 (윤여정 분) 이끄는 가족은 하나같이 모두 ‘극단적’인 프로필을 갖고 있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오한모(윤제문 분)은 감방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전과자고, 세 남매 중 유일하게 대졸자인 오인모(박해일 분)은 연이은 흥행 실패로 재기 가능성이 희박한 무늬만 영화감독이다. 30대 중반 나이에 중학생 딸 민경(진지희 분)을 둔 오미연(공효진 분)은 벌써 결혼만 세 번째이다. 미연을 쏙 빼닮은 민경은 기본적인 예의와 맞춤법을 살짝 잃어버린 질풍노도 사춘기를 혹독히 겪는 중이다. 





평균 연령 40대 후반. 동네 사람들은 이 ‘고령화 가족’을 두고 콩가루 집안, 혹은 막장이라고 수근 거린다. 


송해성 감독의 영화 <고령화 가족>에는 유독 할머니, 자식, 손녀 3대가 한 상에 둘려 앉아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잡힌다. 





얼굴만 맞대면 으르렁거리는 세 남매를 한 자리에 차분히 불러들이는 비결은 엄마가 정성껏 차려주는 밥상이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예쁜 구석이라곤 도무지 보이지 않는 문제적 자식들에게 그럼에도 엄마는 매일같이 고기를 먹인다. 


남들에겐 사람 구실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잉여인간이지만, 한 집에서 먹고 자는 가족이기 때문에 아무리 못나도 감싸줘야 한다는 엄마의 사랑은 약육강식 시대 경제적 실패로 나락으로 떨어진 자식들이 건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세상에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가족’을 제목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엄연히 말해 영화 <고령화 가족>의 주인공들은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라기보다 공동체 혹은 연대 의미에 가깝다. 


비록 완벽히 피 한 방울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막상 식구 중 누군가가 큰 일이 닥치면 언제 그랬나는 듯이 ‘대동단결’하는 세 남매의 끈끈한 의리는 피보다 진한 가족의 사랑을 재확인시킨다. 





1인 가족이 늘어나고,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지금. 무늬는 영락없는 콩가루 대가족이라 한들 들여다보면 겉모습만 멀쩡한 가족들보다 단단한 유대 관계를 자랑하는 ‘고령화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람 간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시대, 혈연보다 더 뜨겁게 안아주는 가족 공동체의 새로운 모형을 제법 따뜻하게 제시한다. 5월 9일 개봉. 


한 줄 평: 핏줄보다 더 끈끈하게 당기고, 뜨겁게 안아주는 신개념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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