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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그들이 죽었다. 배우 출신 감독이 그리는 새로운 청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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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배우인 상석(김상석 분)은 그와 비슷한 처지인 재호(백재호 분), 태희(김태희 분)과 함께 난생 처음 장편 영화 만들기에 도전한다. 하지만 영화 연출부터, 촬영, 배우 디렉팅까지 아무것도 모르던 그들의 호기로운 첫 영화 제작 도전은 이내 실패로 돌아간다. 좌절감을 느낀 상석은 자살을 기도하지만, 그에게는 죽는 것도 어려워보인다. 





배우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백재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들이 죽었다>는 매일 배우로서 선택되길 간절히 기원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다. 영화 <그들이 죽었다> 속 재호, 상석, 태희처럼 백재호와 김상석, 김태희는 감독들의 선택만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그들이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촬영도 하고, 연기를 하는 길을 모색하였고, 그 노력의 결과가 올해 2월 개봉한 <별일아니다>(김상석 감독 작)이다. 


<별일 아니다>를 통해, 영화를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꽤 완성도 있는 장편 영화를 내놓았던 이 세 친구는 연이어 <그들이 죽었다>를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그들이 죽었다>의 상석, 재호, 태희는 보통의 대중들에게는 한없이 낯선 무명배우다. 명색이 배우라고하나, 무대 위 혹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시간보다, 집에서 빈둥빈둥 누워있거나,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이는 이들은 백수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한 그들은 뭐라고 해보겠다는 심경으로 영화 찍기에 도전하지만, 단편 영화도 만들어본 적 없는 그들의 영화 만들기는 주위의 냉대와 그들 스스로의 준비 부족으로 엎어지고야 만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 혹은 영화를 업으로 삼은 젊은이들이 영화를 만들면서 겪는 고충을 담은 청춘 영화는 그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 청년 실업, 영화 만들기 이 두 가지 지점을 고루 건드리며, 지구의 종말론까지 언급하는 <그들이 죽었다>가 지향하는 바는 상당히 독특하다. 


상석이 우연히 맞닥뜨리는 한 여성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여유롭게 살죠?”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영화인으로서 성공하고 싶은 열망은 굴뚝같으나 정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지 않는 상석, 재호, 태희를 다그친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안된다고 말이다. 





출중한 연기력을 갖추고도,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무명 배우 생활을 전전하는 주인공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기보다, “그래서 너네들이 안되는거야” 면서 오히려 혼쭐을 내는 영화는 철저히 냉혹한 비관론적 시선으로 그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청년들을 바라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영화는 비록 현실이 자신들에게 냉정하다고 한들,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아무리 꿈을 이루는 길이 아득해보이고,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 할 지라도,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야한다고. 대신, 어제보다 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그렇게 꿈이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영화에 대한 열망과 집념을 잃지 않았던 김상석, 백재호, 김태희는 결국 그들이 만든 영화가 부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많은 이들에게 그들의 이름 석자를 널리 알리는 꿈을 이루었고, 그들의 영화 만들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선정되었고, 2014년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 부분 장편에 진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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