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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목숨.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과 기적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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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선고를 받은 40대 가장 박수명씨는 고민 끝에, 암으로 돌아가신 장모님이 계셨던 가톨릭 재단 호스피스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 곳에는 박수명씨처럼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곳이다. 





2012년 개봉한 <길위에서>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공개되지 않았던 비구니 스님들의 삶을 카메라로 담아 화제를 모았던 이창재 감독이 다음 영화 제작을 위해 찾아간 곳은 호스피스였다. 


호스피스에 머무는 환자들 대부분이 삶의 끝에서 잠시 머물며 이별을 준비하는 곳. 그 곳에서 이창재 감독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살아있다는 것의 기적을 보여주었다. 


신작 <목숨>으로 2년 만에 다시 관객들 곁에 찾은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늘 파격적이다. 2006년 개봉한 <사이에서> 무속인의 삶을 풀어냈다면, <길위에서>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 ‘백흥암’을 찾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호스피스 병동이다.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간 이창재 감독의 카메라는 이미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는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자신이 언제 죽을 지를 아는 것 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없다. 좋게 생각하면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하나, 여전히 그들은 살고 싶고, 사랑하는 이들과 더 오래 세상에 머무르고 싶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에게, 영화는 섣불리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애써 받아들이고, 주어진 상황을 즐기고자 하는 수순을 택한다. 그런 점에서 <목숨>은 온몸이 마비된 참혹한 순간에도 위트를 잃지 않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잠수종과 나비>(2008)과 견줄 만하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호스피스 환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막걸리를 나눠마시고, 간간히 간호사와 간병인들 앞에 마술쇼를 선사하는 등 종종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먼저 떠나면, 세상에 남겨질 가족들 걱정에 환자들은 편히 눈을 감지 못한다. 세상과 이별할 날을 준비해야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먼저 떠나 보내야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죽음을 코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박수명씨의 말처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절실히 느끼게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12월 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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