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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허당 이승기는 입시 위주 교육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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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공부 좀 한 친구이다. 고3때 연예인을 데뷔했지만, 다른 연예인들처럼 연예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 수시전형으로 동국대 사회과학부에 간 이친구는(뭐 문근영도 연예인 특별전형이 아닌 평범한 수시로 성균관대 국문과에 들어갔지만?) 강남, 목동 정도는 아니라도 그래도 4학군을 조성하고 있다는 노원구 모 고등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으며, 전교학생회장까지 맡은 이력이 있고, 심지어 바쁜 스케쥴에도 학교에 꼬박꼬박 출석하여 평균 A학점을 기록한다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오는 전형적인 엄친아이다.

그런데 어제 1박2일에서 자타공인 엄친아 이승기는 그의 별명 그대로 아주 '허당'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 아즈라엘, 네로는 필자도 모른다. 물론 어린 시절 '플란다스의 개' 등 만화를 즐겨봤지만 워낙 오래전 이야기라 다 까먹었다. 하지만 도로시, '토지'의 최서희, 심지어 뺑덕어멈까지 모른다는 그를 보고, 아 진짜 쟤 왜이러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동시에 나에게 큰 웃음을 안겨줬다. 자막 그대로 이승기가 웃길려고 일부로 그러는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만,아주 순수한 표정으로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를 말하는 그를 보고 순간 씁쓸함 까지 느껴졌다.



어린 시절 동화를 읽지 않았다는 이승기의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실 엄연히 말해서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비록 도로시, 뺑덕어멈, 네로를 모른다고해도 이승기는 학창시절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며, 지금 그가 학교에서 전공하고 있다는 국제통상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긴 만화 주인공 모른다고, 공자의 사상이 어떤지 모른다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우리 사회에는 학교에서 배우는거만 암기 잘하고, 그 범위에서 나온 시험문제 잘 풀어서 대학 잘가고, 그럼 그만이었다. 어릴 때부터 책도 많이 읽고, 경험을 쌓아서 아는 것이 많다고 해도, 공부를 잘 못해서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아 쟤 상식은 많다라고 주위의 인정을 받을 지 몰라도 먹고 사는데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한다. 차라리 가가멜을 모른다고해도, 영어 잘하고 수학 문제 잘 푸는게 이 사회에서는 더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말이다.



어쩜 어제 1박2일에서 그동안 그가 쌓아왔던 이미지와는 모순된 행동을 보여준건, 어쩜 이시대 엄친아로 불린다는 몇몇 친구들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물론 대체적으로 어릴 때 책도 많이 읽은 친구들이 대학을 잘 가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중, 고등학교 때는 아무리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었다고 일주일에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여유마저 가지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교육의 현실이다. 안철수같은 분들은 학창시절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어도 최상위권을 유지하여 서울대 의대를 갔다고하나, 머리가 좋아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 시간이 남아도는(?) 소수 엘리트들의 이야기일뿐이다. 요즘들어서 논술교육이 강화되서, 의무적으로 양서로 선정된 책을 읽게한다나, 결국 역시 시험을 위한 입시 공부일 뿐이다.
그래도 이승기를 비롯한 우리 세대는 적어도 초등 시절만해도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어느정도 예체능을 배울 시간이나 책을 읽을 시간이 주어졌었다. 하지만 지금 초등학교는 몇 시간 할당되지 않은 예체능마저 재량으로 돌려서 그 시간에 국,영, 수를 가르친단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초등학생들도 제법 많아졌다. 아마 지금 자라라는 어린이 시대에는 피타고라스 정리는 기가막히게 풀어내는데, 부모가 어릴 때부터 머리 좋아진다고 아이에게 강제적으로 클래식을 들려주지 않는 이상,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는건 아는데 정작 바흐의 음악에 대해서 아는 친구들은 몇이나 될까? 하긴 동화 속 주인공 안다고, 클래식을 많이 들었다고 사법고시 합격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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