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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전망대

고 임세원 교수 추모 물결.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노력했던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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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저녁. 서울에 위치한 대형병원에서 조울증을 앓고있던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찔러 죽였다는 보도를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날 환자의 칼에 찔려 비명횡사한 의사가 지인의 주치의 였다는 사실을 알고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지인은 자신의 주치의 덕분에 삶과 마음을 잘 붙잡고 살아가게 되었다고 고인의 죽음을 비통해했다. 




고 임세원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재직 중이던 임세원 교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관한 전문의로 명성을 쌓았던 의사였다. 우울증과 불안장애와 관련된 100여 편의 학술논문을 저술 하였고, 2016년에는 20년동안 정신과 의사로 활동한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라는 에세이 책을 발간 하기도 했다. 


임 교수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추모하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을 봐도 그는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신과 의사로 기억되는 것 같다. 그의 죽음이 더욱 애석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의사가 너무나도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아쉬움이 크겠다. 


임세원 교수는 정신과 전문의 이면서도, 본인 스스로 우울증을 겪은 이야기를 서슴없이 털어놓을 정도로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의사였다. 죽기 직전에도 본인의 안위보다 간호사들의 안전을 더 걱정하며 대피시키다 변을 당하셨다고 한다.



치료를 받았던 지인은 고인을 이렇게 회고했다. 처음에 임세원 교수와 의사와 환자로 대면했을 때는 의사로서 연출된 행동인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끝까지 환자의 말을 듣고, 약간의 침묵 후 자기가 이해한 게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것들은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고, 호전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기쁜 표정을 짓고. 그냥 스킬이 좋은 의사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차례 면담이 이어진 뒤, 자신의 고통에 진심으로 같이 걱정해주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몇몇 기사의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도 내 지인과 비슷한 기억을 꺼낸다. 항상 힘이 되주셨고, 볼 때마다 환자로 대하지 않고 마음 속에 담아둘 정도로 따뜻하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 의사 였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3개월간 심리상담사 2급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예전부터 심리학, 심리상담에 관심이 있어서 프로이트 등 관련 책을 뒤적이긴 했지만, 심리상담 교육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고작 3개월 진행된 수업 가지고 심리 상담학을 전부 마스터 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심리 상담사 수업을 듣기 이전에도 종교를 통해 마음의 위안과 삶의 방향을 얻고자 했었고 그 종교가 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심리상담은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용어로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작 2급 수업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심리 상담사 수업을 들으면서 나와 꽤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사실 이전부터 사주에 맞는 직업에 심리상담사가 꼭 언급되기는 했다...)  그래서 정식으로 심리상담사 2급 자격증이 나오면 1급 수업도 듣고 이와 관련된 수업 및 실습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임 교수님의 부고를 듣게 되었다. 


사실 임세원 교수님과 일면식은 없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신건강과 심리건강의 중요성을 절감 하던 중, 그의 사망 소식을 들으니 병으로 생긴 고통은 물론 정신질환을 둘러싼 세상의 편견과도 힘겹게 맞서 싸워야하는  환자들의 곁에서 최선을 다했던 좋은 의사 선생님이 일찍 가신 것 같아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 뿐이다. 


지난 2일 임 교수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적십자병원에서 그의 유족인 동생은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의 안전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이들의 아픔을 덜기 위해 헌신한 삶을 살아온 임세원 교수. 그리고 유가족들의 바람대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와 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들이 보다 안전한 진료환경 하에서 환자들의 치유를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이다. 다시 한번 고 임세원 교수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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