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일용직노동자부터 전범기업 연쇄폭파사건까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김미례 감독의 필모그래피

반응형

일제 전범기업 연속폭파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8월 20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연출한 김미례 감독의 전작들 이자 극장 미개봉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영화제와 공동체상영을 통해 반향을 일으킨 노동 다큐멘터리 4편 <노동자다 아니다><노가다><외박><산다>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 찾기에서 가해자성반일까지 변화와 성찰을 독려하는 영화들 

 

제18회 프리부르국제영화제(2004)에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미례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노동자다 아니다〉(2003)는 레미콘 운전사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벌였던 3년간의 법적 투쟁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일용직 노동자로 평생을 산 감독의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 기획을 시작했다. 레미콘 노동자들의 박탈당한 노동자성을 드러내고, 특수고용직 노동자로서 자신들이 처한 기만적 착취의 구조를 자각해 가는 과정 속 깨지고 넘어지면서도 서서히 단단해지는 이들의 투쟁과 연대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어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노동 문제 속에서도 끝자락에 처해있는 건설 노동자의 현실을 그려낸 <노가다>(2005)는 필요할 때만 쓰고 언제든지 버려지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과 피폐해진 삶, 임금 체불 이후의 투쟁을 담담하게 그려낸 바 있다. 경제 성장을 견고히 지탱하는 실체가 일제 건설사업에서 시작된 원청, 전문업체, 그 아래 하청업체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임을 짚어낸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건설일용노동자들의 거리 ‘가마가사키’를 방문해 같은 자본주의 속 공통의 어려움에 처한 일용직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에 주목하며 ‘노가다’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희망을 찾는다. 김미례 감독의 5번째 장편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시작점이 바로 <노가다>의 ‘가마가사키’ 지역이기도 한데, 국가가 존재조차 잊고 싶어 하는 것, 일용직 노동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노가다>와 제국주의의 피해자들을 위해 행동했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관통하고 마주하여 교차점을 만들어낸다.

 

 

<카트>(2014) 보다 일찍이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과정을 다루며 호평을 얻은 바 있는 <외박>(2009)에서 김미례 감독은 총 510일간의 파업 동안 가사와 육아의 부담감을 놓지 못한 주부로서, 직장에서는 고객과 간부 직원의 갑질에 숨죽여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갈등을 담았다. 스스로 파업을 겪으며 의식화되고, 연대를 노래했던 조합원들의 복잡다단한 마음결들을 담아낸 감독의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인다. 10여년 전의 이야기지만 작년의 톨게이트 여성 수납원들의 투쟁이 반증하듯 2020년을 살아가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외박>과 맞닿아 있기에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안겨준다. 

 

 

김미례 감독의 네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산다>(2013)는 '나가느냐, 견디느냐' 두 가지 선택을 강요하는 회사의 명퇴 요구에 맞서 끝까지 버텨내고 있는 KT 노동자들에 주목한 다큐멘터리다. 80-90년대 노동 투쟁의 물결을 직접 겪었던 중년들의 현재 노동환경에 대한 의문이 기획 동기였다. 그 흐름에 해당되는 KT의 중년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상황 속 서로 연대하며 ‘인간’을 동력으로 견뎌내는 모습을 2년동안 기록했다. 불안한 미래와 현재의 절망으로 인해 스스로를 파괴하게 만드는 악명높은 상시적인 인력 퇴출 프로그램과 강제 명예퇴직 등 기업이 자본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하는 폭력을 조명하고, 기업의 성장 이면에 앵글을 맞춘다. 영화제 등에서 이 작품을 놓친 관객들을 위한 기회가 마련되었다. 2020 ‘인디다큐 시간여행’ 온라인 상영으로 7월 31일(금)부터 8월 14일(금)까지 2주간 한국영상자료원 KMDb 홈페이지를 통해 <산다>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다큐멘터리 마니아들의 기대를 고조시킨다.

 

 

이어 오는 8월 20일 개봉을 확정한 김미례 감독의 다섯번째 장편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일제 전범기업 연속폭파사건(1974~75)을 다룬 영화로, 누구의 죄도 책임도 없이 시작된 전후 일본 사회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멈추고 동아시아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을 기록한 작품이다. 

 

영화는 <노가다> 일본 상영회에서 ‘노가다’ 운동의 전신인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김미례 감독이 영화화 해주기를 바란다는 관객의 말에서 시작한 영화는 제국주의 위에 견고히 쌓아 올린 일본 정치와 경제의 중심부, 전범기업을 겨냥했던 일본인들의 이야기는 국가와 국가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는 ‘인간’. 국가가 지닌 권력과 폭력성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현장에서 직접 관계를 맺으며 질문을 찾았던 전작들과 달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벽 너머의 취재로 이뤄졌다. 주인공들을 직접 만날 수 없었고, 면회조차 불가능해 옥중 편지를 주고받아야 했다. 언어를 비롯해 수많은 벽을 넘어 완성된 영화는 세계 최초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다. ‘가해자성’이라는 생소한 개념은 단선적인 이미지로 점철된 ‘반일’의 의미를 확장하고 새로운 역사적 쟁점을 제시한다. 한국과 일본,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역사적 위치 속 딜레마에 빠져있는 관객들에게 폭력의 근원에 대한 탐구와 국제 평화, 연대로의 확장을 이야기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