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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애플' 속 다양한 이스터에그 대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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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상실증이 유행병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주인공 ‘알리스’가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병원에서 고안한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도중 ‘안나’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독특한 감성과 연출로 씨네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애플>의 창작 비하인드와 이스터에그 또한 화제다. 

 

<애플>을 연출한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애플>이라는 제목에 대해 일종의 언어 유희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을 때 사진이나 영상을 모두 같은 이름의 그 스마트폰에 저장하니까요.” 또한 크리스토스 감독은 사과가 기억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일임을 언급하는 등 제목에 대한 재치 있는 비화를 언급한다. “과거를 상징하는 사과의 껍질을 깎아내는 일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그 핵심으로 점차 다가갈수록 관객이 주인공 알리스를 이해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라며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사과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해석을 제기한다. 이는 특히 주인공의 머리가 사과 껍질처럼 깎인 독특한 <애플>의 메인 포스터 이미지와 연관되는 비하인드로 눈길을 끈다.

 

 

또한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은 <애플>의 제작에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그리고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등 세계적인 문학들이 레퍼런스로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강조한다. 두 작가는 각각 1957년,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애플>과 [페스트] 그리고 [눈먼 자들의 도시]의 공통점은 바로 질병과 개인성의 관계다. 허나 기억상실증이라는 질병은 개인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일 뿐, 질병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

 

이처럼 니코우 감독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유행병에 대한 거장들의 레퍼런스가 영감이 되었음을 밝히는 한편 인물의 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전하기 위해 정서적인 측면을 풍경화처럼 강조할 수 있는 4대 3 화변비를 채택했으며 이것이 <애플>의 주요 요소인 폴라로이드 사진과 닮았음을 강조한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 알리스는 잊어버린 기억과 정체성을 새로 형성하기 위해 병원에서 고안안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매번 새로운 경험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긴다. “관객들은 ‘알리스’의 초현실적이면서 슬픈, 그러나 코믹한 정체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연출 방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은 아날로그와 필름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영화 내내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끄는데 이에 대해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는 시대 배경을 특정하기 어렵도록 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9일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애플> 라이브러리톡 GV를 진행했던 정성일 평론가 역시  “이런 특징은 아무런 방해 없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에 주목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점을 중점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폴라로이드 필름카메라, 손편지, 녹음 테이프 등 영화의 모든 의사 소통과 정보 전달은 아날로그적 장치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점은 <애플>의 주요 이스터에그 중 하나다.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 일환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거리로 나선 알리스가 다양한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과 마주치는 장면 또한 <애플>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인할 수 있는데, <배트맨> 시리즈부터 시작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라테 키드> 등 영화 팬들이 사랑한 다양한 명작들을 오마주한 코스튬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알리스가 우주복을 입은 채 집에서 재현하는 특정 영화의 한 장면은 시네필들에게 예상치 못한 사랑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낯설고 신선한 우화적 세계관 안에서 관객들에게 친숙한 레퍼런스를 조합해 독특한 여운을 남기는 설정이다.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의 영화 취향이 반영된 이스터에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이 상영 중인 영화관에서 처음 만난 알리스와 안나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 미션 수행을 위해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하는 중에도 영화 이야기를 나눈다. 안나가 “어머니는 딸이 부자랑 결혼하길 바랐지만 여자는 가난한 남자랑 사랑에 빠져 버린다”라며 줄거리를 소개한 영화의 정체는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고전 명작 <타이타닉>. 이 장면에서 알리스는 <타이타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곧이어 라디오에서 나오는 곡 ‘Sealed With A Kiss’의 가사는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등 그가 가지고 있는 기억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시킨다. 

 

 

마지막으로 영화 엔딩크레딧에서 자막으로 언급되는 ‘콘스탄티노스 니코우’라는 이름은 감독 크리스토스 니코우의 아버지의 이름으로,사과를 매일 몇 개씩 먹을 만큼 좋아했고 기억력이 남달리 좋았던 자신의 아버지를 추모하는 의미로 삽입되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알고보면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 <애플>은 현재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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