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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예측을 불허하는 파격적 예술영화 '자마'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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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아트하우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의 <자마>가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영화의 매력과 감상 포인트가 알려져 화제다.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자마>는 열대우림의 식민 벽지를 벗어나길 바라며 전근 발령을 기다리는 치안판사 자마(다니엘 히메네즈 카쵸)가 지역 사회의 소소한 사건들에 연루되며 육체와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이야기를 그린 시대물.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은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2017)에서 “무엇이건 예측을 벗어나는 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것은 보는 이들을 교란시키게 되어 있다.”라며 파격적 내러티브의 존재 이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예측을 불허하는 파격적 내러티브 

 


 <자마>의 서사는 잘개 쪼개져 흩어져 있다. 이런 파편화된 서사 구조는 삶이란 그 자체가 원인과 결과의 단순한 사슬이 아니라는 감독의 믿음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감독은 기존 식민주의에 대한 역사 서술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자마>에는 어떤 역사가의 보증도 들어있지 않다. 다만 여러 동식물과 불가해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광활한 세계에 잠입하고 싶었다.”는 것이 <자마>를 대하는 감독의 탈식민주의적 관점이다. <자마> 속의 인물들은 보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의도와 동기를 드러내려 애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다. 관객은 그 세계에 ‘잠입’해서 볼 뿐이다. 

 

#프레임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이미지와 사운드 


파격적인 내러티브 뿐만 아니라 화면을 넘나드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향연 또한 <자마>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자마>에서 이미지와 사운드의 역할은 중심 내러티브 만큼이나 중요하다. 자마는 주인공임에도 종종 화면에서 주변적 존재로 내몰린다. 원주민과 동물들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자마를 밖으로 몰아내거나 배경으로 물러나게 한다. 자마가 새로 부임한 총독으로부터 사실상 전근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프레임을 비집고 들어와 자마의 앞뒤를 서성이는 라마의 모습은 전세계 관객과 비평가들을 흥분시켰다. 자마에게 가혹기만 한 감독의 독특한 프레임 방식은 자마를 조롱하고 풍자하려는 의도와 함께 영화 밖 세계의 현존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사운드도 마찬가지이다. 야생의 바글거리는 소음들, 가령 윙윙대는 벌레와 새소리, 아이들의 낄낄대는 웃음소리,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 등은 언제나 영화를 비집고 들어온다. 프레임 안으로 불쑥 등장하는 이 불손한 세계는 치열하게 살아 숨쉬는 현존이며, 그 세계는 그것을 길들일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한 이들의 변덕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독특한 프레임과 음향의 사용은 마르텔 감독의 ‘시그니처’로 인식된다. 그만큼 마르텔 감독처럼 이미지와 사운드를 잘 구사하는 감독은 흔치 않다. 그러므로 <자마>를 감상할 때는 반드시 두 눈만이 아니라 두 귀도 활짝 열어 두어야 한다.

 

#주인공에 대한 은밀한 풍자 

마지막으로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주인공 ‘자마’에 대한 은밀한 풍자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인데, 극 중 자마는 영화의 주인공 치고 매력이 전혀 없고 대부분은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된다. 강가에서 자마가 칼을 차고 삼각모를 쓰고 정복자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첫 장면은 그 다음 몰래 나체의 여인들을 훔쳐보는 장면에 의해 전복된다. 자마는 스페인 왕으로부터 전근 발령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리지만 그 시간은 굴욕의 연속이다. 상관들로부터 무시 당하고 부하직원에게 ‘태클’ 당하는가 하면 그가 유혹하려 애쓰는 귀부인으로부터 거절 당한다. 자마에 대한 영화의 시선과 자마에 대한 풍자가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감상하면 더 풍성한 감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예측을 불허하는 파격적 전개와 연출로 토론토국제영화제 시네마테크 선정 “최근 10년간 베스트 영화 1위”에 선정된 바 있는 세기의 걸작 <자마>는 8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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