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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자마' 영화의 이해를 돕는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 인터뷰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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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식민주의의 부조리를 다룬 영화 <자마>가 오는 8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이 지난 2017년 온라인 영화 플랫폼 MUBI와 한 인터뷰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자마>는 열대우림의 식민 벽지를 벗어나길 바라며 전근 발령을 기다리는 치안판사 자마(다니엘 히메네즈 카쵸)가 지역 사회의 소소한 사건들에 연루되며 육체와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이야기를 그린 시대물로, 남미 아트하우스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마르텔 감독의 2017년 작품이다. 필름코멘트와 토론토국제영화제 시네마테크가 선정한 ‘최근 10년간 베스트 영화’ 1위,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21세기 베스트 영화’ 9위, 씨네21이 발표한 ‘해외 영화인이 꼽은 2010~2020 영화 베스트’ 6위에 오르는 등 놓쳐서는 안 될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뷰는 먼저 전작들에서 현대 아르헨티나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마르텔 감독이 왜 이번에는 식민주의자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감독은 ‘실패’를 대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여성은 언제나 권력의 주변부에 있어왔고 늘 실패에 익숙하다. 그들의 문화에서 실패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수단이며 기회이지, 결코 그 상황에 안주하지 않는다. 반면 남성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기 의식이 너무 확고하여 실패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영화에 등장하는 ‘손 없는 남자’의 이미지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사람, 그래서 필연적으로 굴복해야 하는 존재를 상징한다. “파라냐 강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강에 빠지면 강물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 만약 맞서 싸우거나 헤엄치는 순간 익사하고 만다.”는 것이 감독이 말하는 <자마>의 기본 전제이다. 

 



원주민과 식민주의자를 묘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마르텔 감독은 원주민을 묘사할 때 극단적으로 굴종하는 모습은 배제했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식민주의 관련 영화에서 다루는 원주민의 이미지는 보는 이의 관음증을 부추기며 억압을 재승인하는 역할을 한다고 감독은 생각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도 마찬가지이다. 감독은 원 시나리오에 있었던 강간 장면을 삭제했다고 말하며 “아르헨티나에서는 16~20시간에 한번 여성이 죽거나 강간당하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비판 의도를 갖고 있어도 노골적으로 강간, 폭력, 인종차별적 장면을 찍는 것이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지.” 라고 확고한 비폭력 소신을 전달했다. 이 같은 소신은 자마를 위풍당당한 정복자가 아닌 때론 비겁하면서도 치졸한 인간으로 그리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감독은 자마를 통해 식민주의자들의 민낯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권력자를 힘있게 그리는 것은 그 권력을 유지시키는데 일조한다. 특히 남미 영화계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감독은 강조했다.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대하는 자신의 관점을 확고하게 전달하고 있다. 다소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 <자마>를 어떠한 관점에서 봐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힌트가 아닐 수 없다. 

 

한편 개봉을 앞두고 “권태와 광기와 몰락, 보르헤스와 ‘아귀레’도 불쑥”(박평식), “분열, 착란, 망상. 역사(기억)을 쪼개는 자기파괴적 프리즘”(송경원), “삶을 원했던 남자, 자기 얼굴의 죽음은 보지 못했다.”(이용철), “느리고 무감각한 템포로 완성된 지옥의 기록”(이지현) 평단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으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세기의 걸작 <자마>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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