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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애꿎은 유재석 흔들기만 부추기는 알맹이없는 <놀러와>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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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MBC 예능국 보직 부장PD들마저 간부 자리를 내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군요. 이는 MBC 창사 50년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창사이래 종방까지 한 주 남은 드라마가 파업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결방을 결정하고,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프로그램 결방을 이해하는 웃지못할 해프닝. 그야말로 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황당하고도 믿기지 않은 일들이 지금 우리들의 눈에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네요. 


보직 간부 사퇴. 단순히 집단으로 자리 하나 내놨을 뿐(?)입니다. 허나 그들의 사퇴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건, 이번 파업동안 어떻게든 MBC 예능 경쟁력을 잃지않으려는 부장PD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무한도전>을 제외한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정상(?) 방영될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 보직 간부들마저 자신의 자리를 내놓은 지금, 과연 지금까지 사장님 뜻대로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왔던 <놀러와>,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세바퀴>, <위대한탄생 시즌2>가 앞으로도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관건이기도 하구요. 

예능국 보직PD들이 자리를 벅차고 나온 날, 일단 <놀러와>는 예정대로 방영했습니다. 요근래 시청률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면서 몇몇 언론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지요.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의 눈부신 약진, 연출자가 갑작스레 바뀌고, 지나치게 중장년층 중심의 섭외위주로 나가고 있고, 고정 패널의 활약이 미미해서 <놀러와>의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충분히납득 가능합니다.  그 또한 <놀러와> 부진의 주요 원인이니까요. 

하지만  언론들이 주구장창 언급하는 <놀러와>의 부진에는 지금의 사측, 보수 언론에서는 다소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치명적인 결함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놀러와>가 최근 MBC 사 측 내 밀어붙이기 정책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희생양이라는 것이죠. 

흔히들 <놀러와>의 최전성시기를 언급하면, 작년 설날특집으로 진행된 <세시봉 친구들>을 손꼽습니다. 보통 <놀러와>는 한 주에 한 회 방송인데, <세시봉 콘서트>는 이례적으로 월, 화 연이어 편성되기도 했구요.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반응도 최고였습니다. 거기에다가 <놀러와-세시봉콘서트>는 예능을 넘어 전반적인 대중 문화에도 적잖은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70년대 현 중장년층이 젊은 시절 즐겨듣던 포크음악이 일렉트로닉풍의 아이돌 음악만이 지배하던 21C에도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으니까요. 

<세시봉 콘서트> 대성공 이후, 그 이후에도 음악과 토크의 절묘한 조화를 꿈꾸며 기획 토크쇼의 전성시대를 목표로 한 걸음 나가가던 <놀러와>. 허나 <일밤-나는가수다>의 초기 연출을 맡고 있던 김영희PD가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을 하고, 대신 사측은 당시 <놀러와>를 맡고 있던 신정수PD에게 <나가수> 연출로 자리를 옮길 것을 명령합니다. 갑자기 <나가수>로 떠나 버리게된 신정수PD와 메인 연출자의 공백이 생겨버린 <놀러와>. 하지만 몇 달 뒤  그간 신정수PD의 공백을 그럭저럭 잘 매꾸어주었던 이지선PD마저 <나가수>로 옮겨버리게 됩니다. 이유는 <나가수> 연출자인  신정수PD와 이지선PD의 파트너십이 좋다는 이유죠. 

그렇게 연출자가 바뀌어버린 <나는가수다>와 <놀러와>. 하지만 새로운 PD까지 투입하면서 재기를 노리던 <나는가수다>는 결국 기약없는 시즌2를 예고하며, 포류 중이고, <놀러와>는 계속 식상하다, 동시간대 꼴찌로 추락 등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섣부른 연출진 맞교체가 기대와는 달리 <나가수>, <놀러와>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된 셈이죠. 만약에 사측에서 신PD에게 <나가수> 연출자 자리로 옮길 것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놀러와>는 지금쯤 다른 토크쇼에서는 넘볼 수도  없는 전문 음악 토크쇼 위상을 공고히하며 토크의 위상을 새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기도 하네요. 또한 세시봉 못지 않게 아이돌도 좋아하는 신PD인터라 지금처럼 올드한 섭외에만 치우치기보다, 아이돌의 음악적 재발견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도  있었구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분명 <놀러와>는 기준도 없는 잦은 인사교체 등 회사 내부 문제에서 기인된 침체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러와>의 부진을 이유로, 조금씩 진행자인 유재석 흔들기 조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유재석은 함부로 건들면 안되는 '언터치블' 영역이고, 딱히 그의 문제는 없기에 섣불리 "유재석이 <놀러와> 부진의 원인이다."라고 헛소리까지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유재석과 김원희는 나홀로 고군분투하는데 연출력, 포맷이나 게스트 섭외, 고정 패널들이 유재석을 받쳐주지 않는다는 안타까움만 전할 뿐이죠. 

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본인들도 그렇게 강조하는 <놀러와> 시청률 하락이 유재석 때문이 아니고, 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왜 굳이 '유재석도 못살리는 <놀러와>' 라고 애써 강조하는 것일까요. 진행자 유재석에게 <놀러와>를 살릴 막중한 책임을 떠넘기면서 마치 <놀러와>가 흔들리니 '유재석' 불패론 위기까지 걸고 넘어지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군요. 

이 때다 싶어서 매번 '유재석도 못살리는 <놀러와>' 어쩌구 언급하기 좋아하는 분들의 공통된 이야기처럼(여기서 정말 <놀러와>에 애정을 갖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애청자를 두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진행자 유재석은 파업으로 보직간부들이 힘겹게 연출 총대까지 잡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한 섭외에 무능력한 고정 패널이라는 '총체적 난국' 속에서도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변함없이 원활한 진행을 펼치고 있습니다.

<놀러와>가 2004년 방영이래 토크쇼의 역사를 다시 쓰며 별 위기없이 순항을 거듭해온 것도 다 유재석이라는 유능한 MC의 존재 때문이죠. 또한 지금처럼 이때다 싶어서 별별 <놀러와> 위기론 원인진단이 쏙쏙들이 나오고 있고, <안녕하세요>, <힐링캠프> 등 동시간대 경쟁작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와중에도 여전히 <놀러와>가 건재한 것은, 그나마 유재석이 안정적인 버팀목이 되어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놀러와>를 빌미삼아, 현재 MBC 예능의 전체적인 부진을 애써 '유재석도 못살리는'으로 트렌드, 섭외력 운운하면서 애꿎은 다른 것으로 돌리고픈 마음도 있겠죠. 허나 기어코 외주제작으로 돌린 <일밤>의 끊임없는 추락과 보직간부마저 그토록 힘겹게 사수했던 예능 경쟁력 유지를 포기하고 자리를 내놓은 MBC의 현주소. 과연 유재석 개인이 해결될 수 있는 가벼운 문제일까요. 그저 하루빨리 MBC가 정상화되고 <놀러와>가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심야 월요 예능 강자로 돌아가 위기론 자체가 발을 못붙이는 날이 오길 바랄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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