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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보고싶다 여진구-김소현 어른들을 울리는 순수한 겨울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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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새로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의 시작은 강렬했다. 살인범으로 몰린 전과8범 아버지에게 갖은 구타에 시달린 이수연(김소현 분, 훗날 윤은혜 분)과 재벌3세로 태어나 모든 것을 다 갖춘 엄친아 한정우(여진구 분,훗날 박유천 분)의 만남. 비록 극과 극의 숟가락을 타고난 그들이지만, 그 아이들의 공통점은 외롭다.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돈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버지(한진희 분)와 속물적인 새어머니(도지원 분) 틈바구니에서 살아야했던 정우도, 살인범의 딸이라고 이름 대신 27번이라 불리며 대놓고 왕따를 당하는 수연도. 천성적인 외로움이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질긴 인연의 시작의 끈이 되었다. 





<보고싶다>는 전형적인 통속극이다. 수연은 살인범의 딸이고, 정우의 집안은 할아버지의 재산을 둘러싸고 아버지와 할아버지 후처(차화연 분)가 갈등을 벌이는 콩가루 집안이다. 그리고 정우의 새어머니는 아버지와 정우를 사랑한다기보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돈을 사랑한다. 일찌감치 자신의 모든 재산은 정우에게 준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그럼에도 아버지의 곁을 지키고 있으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와 정우의 사이를 감시한다.  또한 정우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후처 사이에 정우만한 아이가 있는데, 훗날 그 아이가 수연을 두고 정우와 삼각관계 갈등을 벌이는 강형준(훗날 유승호 분)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에 다소 극단적이고 작위적인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 <보고싶다>는 사람을 끄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여진구, 김소현을 포함, 한진희, 전광렬, 송옥숙, 도지원, 차화연, 전광렬 등 이 시대 최고 명품 배우들의 존재감 덕분이기도하다. 


극 중 정우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한진희는 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고, 이복동생(?)을 폭력적으로 위협할 정도로 무서운 인물이다. 반면 <빛과 그림자>의 악랄한 이미지는 어디가고 자신의 실수로 수연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몰린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전광렬은 순박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친다. 극중 전광렬이 맡고 있는 김성호 분을 제외하고,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극단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거칠고도 속물적인 행동이 이해가는 것은 제법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인물 구도 설정도 빼놓을 수 없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과 혼연일체되는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 덕분이다. 





하지만, <보고싶다>의 가장 중심 타선은 멜로 케미에 있어서 웬만한 성인 연기자들을 능가한다는 여진구와 김소현이다. 올해 최고 흥행작 <해를 품은 달>에서 호흡을 맞춘 여진구와 김소현이지만, 그 당시 그들은 연인이라기보다 김소현이 일방적으로 여진구를 짝사랑하는 구도였다. 그 때 여진구는 김유정과 함께 아역으로 남기기에 참으로 아까운 애절한 멜로 호흡을 선보였고, 여진구와 김유정이 헤어지고 통곡의 눈물을 흘리던 그날.  수많은 누나들은 여진구 때문에 호흡곤란, 그날 밤 여진구가 아른거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었다. 





중저음의 보이스, 훈훈한 외모로 상대역뿐만 아니라 수많은 누나들에게 사랑의 마법을 건다는 여진구가 김소현과 손을 잡고 다시 나타난다는 소식에, 당연히 <보고싶다>에 온갖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해를 품은 달> 이후 약 10개월만의 등장이지만 그동안 여진구는 외적으로 바람직하게 성장해오고 있었다. 여심을 사로잡는데는 첫 등장 10초면 충분했다. 미식축구를 하는 도중 아버지가 오셨다는 소식에 환한 미소를 보이는 여진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극 중 남부럽지 않게 귀하게 자란 한정우가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애잔함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평탄치 않은 가정에서 살인범의 딸로 냉담받고 있는 이수연이다. 아직 15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상 모든 고통을 다 짊어지고 있는 이수연의 옷을 입은 김소현은 당장이라도 화면에 뛰어들어가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는 이들을 응징하고 싶을 정도로 어여쁘다. 





이수연의 절규대로 아버지가 살인범이기 때문에(그리고 이수연 아버지는 살인범이 아니다) 딸도 살인범으로 모는 세상은 거친 바람에 곧 날아갈 것 처럼 연악한 소녀에게 잔혹할 정도로 가혹하다. 자기 살길 바쁜 엄마도 냉담하게 내모는 수연에게 유일하게 먼저 따스한 손을 내밀어 주는 이는 정우밖에 없었고, 그래서 수연에게 정우는 첫 사랑 이상으로 특별한 사람이다. 그래서 14년이란 오랜 기다림을 참아줄 수 있는...그런데 그것은 정우도 마찬가지다. 돈이면 다 해결될 줄 알았던 아버지의 외면으로부터 받은 외로운 가슴에 불연듯 찾아와 봄비처럼 적셔놓고 간 수연. 그래서 정우 또한 수연을 잊을 수 없다. 설령 그녀 때문에 그 어떠한 위기와 불행이 찾아온다고해도. 


설정만으로도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지만, 이 슬프면서도 뻔한 통속극이 계절상으로는 가을인데, 일찍이 겨울 추위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쌀쌀한 어느 날. 보는 이들의 눈을 시큰하게 만드는 것은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과, 애틋한 그리움과 외로움의 정서다.  돈과 체면을 위해 가족들간에 총귀를 겨누는 어른들과 벌써부터 이해타산을 따지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오직 가슴이 움직이는 대로 이끌려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정우와 수연은 이미 예정되어있는 이별과 비극에 강한 곡점을 찍는다. 


다른 아이들은 살인범의 딸이라는 이유로 수연을 강하게 거부하지만, 아버지에게 달려가던 교도소에서 우연히 보게된 수연에게 한눈에 반해 버린 정우는 그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게되었음에도 끝까지 수연을 지키고자 한다. 누가 해도 멋있게 보일 수 있는 역할이긴 하지만, 목소리만으로도 표정만으로도 누나들을 울리는 여진구가 한정우이기 때문에 수연의 기사가 되기로 작정한 정우의 다짐이 더 비장하고 결연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겨우 중학생인데, 세상으로부터 온갖 멸시를 꿋꿋이 참아내는 수연과 초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비를 온몸으로 맞아가면서도 그 수연의 곁을 빙빙 맴도는 정우이야기만으로도 가슴아픈데, 오늘 그 두 아이는 지금까지 겪었던 아픈 세월과는 차원이 다른 험준한 비극을 예고하고 있다. 아역이라는 타이틀로만 남겨두기 아쉬운 여진구, 김소현의 투톱 호흡이 만들어낸 가슴 절절한 순수한 로맨스. 역시 믿고 보는 여진구와 김소현의 하이틴 로맨스는 웬만한 성인 멜로의 애잔함을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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