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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교차상영. 비단 터치만의 겪었던 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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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개봉한 <내가 고백을 하면> 여주인공 김유정(예지원 분)은 강릉에 사는 간호사임에도 불구, 매주 주말만 되면 고속버스 타고 서울에 오는 열정을 보인다. 그녀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구태여 서울로 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화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틈만나면 백석의 시를 읊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마니아적 취향 예술 영화를 즐기는 그녀의 참으로 독특한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곳은 오직 서울뿐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그녀가 보고 싶은 영화를 틀어주는 극장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녀가 찾는 영화는 <내가 고백을 하면> 배경이기도 한,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 홍대 'KT&G 상상마당' 등 소규모로 운영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다. 만약에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그런 예술 영화가 걸려있는 것을 본다면, 그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수준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영화의 <피에타>도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보기란 힘든데 말이다. 


지난 주 영화 <터치>를 보고 이 블로그 공간에 리뷰를 쓴 적이 있다. 

(2012/11/10 - [영화전망대] - 터치 절망 속에 끌어올린 생명의 기적). 올해 열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인데, 시사회 반응도, 평단의 반응도 좋았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국민남편으로 급상승한 유준상이다. 뭐 주연배우를 딱히 좋아한다기보다, 영화 평이 좋아서 개인적으로 참 기대하는 영화였다. (맞다. 난 원래 이런 영화 참으로 좋아한다 ㅡ.,ㅡ ) 



역시나 개봉을 얼마 앞두지 않고, <터치>를 상영하는 곳을 알아보던 중(이런 저예산 영화를 보려면, 언제 어디서 상영하는지 확인하고 예매는 필수!) 놀랍게도 글쓴이가 사는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터치>를 상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 영화 개봉 첫날 8일. 딱 하루만 상영한다. 물론 그것조차 '교차상영'. 그래서 <터치>를 상영하는 다른 영화관을 알아보니.....


이 영화 볼 수 있는 극장 많지 않다. 그래서 글쓴이 <터치>와 <가족시네마> 당일날 나란히 함께볼 희망찬 꿈 접고 목요일 어떻게해서든지 이 영화 봐야했다. 그리고 무사히 이 영화 봤다. 어쩌면 이 영화 빨리 접을 지 몰라라는 압박감이 재빨리 이 영화를 보게한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터치>뿐만 아니라 모든 저예산, 예술, 독립 영화를 다 그런 식으로 개봉 첫날. 아니면 둘째날 무조건 보아왔다. 행여나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이 영화를 영영 극장에서 못볼까봐. 그리고 실제로 늘 그래왔었고... 





하지만 글쓴이같이 평일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도 아닌 다수의 관객들은 영영 극장에서 <터치>를 볼 기회를 놓치고야 말았다. 전국에 12개 극장. 서울에는 딱 1개. 그리고 그 마저도 고작 1,2회 교차상영한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민병훈 감독이 결국 배급사를 통해 '조기 종영'을 요청했다. 구걸하듯 극장에 하루 1, 2회 상영해서 과연 하루 몇 명이 '터치'를 보겠냐라고 절규하는 민병훈 감독의 외침은 처절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민병훈 감독과 <터치>만 겪었던 설움이 아니다. 대부분의 저예산, 독립 영화들이 겪는 현실의 단면 중 하나일 뿐이다. 


그나마 <내가 고백을 하면> 조성규 감독처럼 아예 광화문에 작지만 영화관을 거느린 제작자는 사정이 좀 나을 것이다. 오롯이 자신이 만든 영화만으로 스크린 한개 확보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든 영화를 보러 일부로 광화문까지 찾아온 관객들은 적어도 맞는 시간대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터치>처럼 대기업 배급사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영화는 아예 관객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말이 좋아 12개 극장 확보지. 대부분은 아침일찍 조조, 늦은 심야시간대 배정이 대부분이다. 결국은 직장생활하는 대다수 관객들은 <터치>를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소호흡기 유지하면서 짧아져가는 호흡 유지할 힘이라도 있을까....


어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민병훈 감독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교차 상영관행에 대해 대형 멀티플렉스는 저조한 예매율 실태를 근거로 들이대지만 예매 과정에서조차 대기업 자본이 뒷받침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는 차별받는 다는 것이 민감독의 주장이다. 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추이에 따라 개봉관 상영이 결정되는 극장의 상업 논리를 앞세워 관객들이 들지 않는 저예산 영화들의 대부분은 아주 적은 스크린을 확보하고 시작해야한다.


<MB의 추억>이나 <두개의 문>처럼 독립영화전용관 위주로 상영하다가 관객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흥행 성공으로 소수이지만 멀티플렉스 상영관까지 진출한 특이 사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저예산 독립 영화들은 작품성과 별개로 시작과 동시에 극장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으며 일찍 문을 닫아야한다. <터치>는 그렇게 빠른 시기에 관객들의 뇌리에 잊혀져간 영화들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대다수 멀티 플렉스를 찾는 관객들은, <광해, 왕이 된 남자>, <늑대소년>, <브레이킹던part2>, <내가 살인범이다> 등 대기업 배급사의 투자를 받고, 스케일이 큰 상업 영화를 주로 찾는다. 하지만 그들에 비해 아무리 소수의 규모라고 해도 끊임없이 다양한 영화를 찾는 관객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수의 찾는 사람들이 보지 않는 영화를 즐겨본다는 이유로 언제나 선택권을 박탈당해야했다. 이제는 익숙하기에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내가 고백을 하면> 유정처럼, 제 취향이 좀 많이 특이하지요하고 피식 웃어보인다. 만날 영화보러 시내에 나간다고 타박하는 울 엄니의 투정도 자연스러운 일상다반사일뿐이다. 





하지만 어제 아침에 들었던 <터치>의 조기 상영 소식은.....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니고, 하다못해 소액 투자한 것도 아니고, 그저 관람객 중 하나였을 뿐인데 내일처럼 매우 가슴이 아프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현재 자식과도 같은 영화를 불과 8일만에 극장에서 내린 민병훈 감독의 외침은 처절하다. 과연 이게 <터치>만이 겪은 설움인가.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이 함께 발맞춰 나갈 수 있는 다양성이 인정될 때, 우리의 문화의 저변도 넓어지고 더 크게 번영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례를 거론하며, 진정한 공생을 추구하는 멀티플렉스의 긍정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김기덕 감독의 일침에 귀기울일 때다. 


2012/11/10 - [영화전망대] - 터치 절망 속에 끌어올린 생명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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