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2017)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공범자들>이 매일 박스오피스에서 갱신하는 기록들도 놀랍지만, 요즘 영화 하면 단연 화제가 되는 것은 <공범자들>이다. 이미 천만 관객을 넘은 <택시 운전사>(2017)에 대한 여론이 시들해진 것도 있지만, 아무튼 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 가장 핫 한 영화는 단연 <공범자들>이다. 




<공범자들>은 MBC(문화방송)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 감독이 '이명박근혜'로 대표되는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을 몰락시킨 주범과 공범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통렬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MBC <PD수첩> 전성기를 이끈 대한민국 대표 저널리스트 답게 작품 내적인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MBC와 KBS의 현 상황에 이목이 집중된다. 


<공범자들>의 개봉과 흥행과 맞물려 현재 MBC 노조 구성원들은 그간 MBC를 망친 사람들을 귀가시키기 위한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KBS 역시 고대영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끝장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공범자들>이 이들의 결단에 힘을 실었기도 하지만, 그동안 참을 만큼 참기도 했다. 이제는 공영방송을 망치는 적폐들이 다시는 MBC, KBS 주위에 얼씬도 못하도록 뿌리채 뽑아야할 테이다. 


한동안 MBC를 두고 "엠빙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시민들이 MBC 구성원들의 공영방송 정상화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우나 고우나 공영방송은 '권력의 감시견'이라는 언론의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래야, 최승호 감독의 말대로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니까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고, 나라가 한 때 혼돈에 빠졌다. 


온 나라가 '박근혜 최순실' 때문에 뒤집어진 상황에서도 공영방송 특히 MBC는 여전히 박근혜, 최순실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 틈만 나면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피력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지난 정권에 충성했던 언론의 부역자들은 여전히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면서 MBC를 신나게 망가뜨리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시민들은 안다. 권력의 부역자가 된 MBC를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그래도 망가진 MBC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PD, 기자, 아나운서들이 아직 MBC에 있다는 것을. 특히 어제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MBC 아나운서들이 받는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지난 2012년, MBC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파업에 열심히 참여했다는 이유로 MBC를 대표하는 간판 아나운서들이 보직을 잃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를 떠나야했다. 특히 손정은 아나운서는 단지, MBC 경영진에게 인사를 안했다는 이유로(손 아나운서를 정작 그를 마주친 적도 없다는데) 그나마 맡던 라디오 뉴스에서 하차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 퇴사한 김소영 전 아나운서는 지난 10월 뉴스 앵커에서 하차한 이후 무려 10개월간 벽만 보다가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손정은, 김소영 아나운서에 대한 출연 제의는 많았지만 국장선에서 알아서 정리했다고 한다. 그 사이 김재철, 안광한, 김장경 체제에 제대로 협력한 배현진이라는 사람은 뉴스데스크 최장수 앵커 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제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새 시대가 시작된 만큼, 썩을 대로 썩었던 공영방송도 새 그릇에 담아야한다. 다행히 MBC에는 아직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고를 가진 좋은 언론인들이 여럿 존재한다. 사측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한 언론인들까지 돌아오면, 빠른 시일 내에 MBC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그렇게까지 MBC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 않았는데 얼마 전 <공범자들>을 보고 MBC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읽었다. 이제는 시민들이 공영방송 언론인들의 자성과 투쟁에 힘을 실어줘야할 때이다. 미우나 고우나 공영방송은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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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최승호 감독의 <공범자들>(2017)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박수 소리가 나왔다. 영화제, 시사회가 아닌 일반 상영 때 박수가 나오는 것은 정말 흔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절로 박수가 나왔다. 사실은 누군가가 치던 말던 박수를 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다만, 어느 분이 먼저 쳤기에, 나도 용기내어(?) 박수를 칠 수 있었다. 




‘이명박근혜’로 압축되는 지난 10년간의 공영 방송 몰락 과정은 제3자의 입장에서도 선뜻 마주하기 어려운 아픈 역사다. 공영방송 몰락의 주범 중 하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 했지만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까마득해보이며, 언론의 공정성을 외치다가 해고된 언론인들은 아직 복직되지 못했다. 공영방송의 몰락을 먼 발치에서 지켜만 봐야했던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도 이러한데, 하물며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그럼에도 해직 언론인 중 한 명인 최승호 감독은 그 자신에게 있어 가장 마주하기 어려운 현실과 당당히 부딪치는 행위를 자처한다. 자신과 동료 PD, 기자들이 해직 언론인으로 내몰린 지난날을 복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자신과 동료 언론인들을 해고한 ‘공범자들’에게 언론을 망친 책임을 묻고자 직접 인터뷰에 나선다. 


크게 1,2부로 나누어져 있는 <공범자들>은 우선 이명박 집권 이후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한 공영방송의 쇠락기를 짚어본다. KBS, MBC 뿐만 아니라 YTN에도 언론 자유와 공정성을 외치며 해고 당한 기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공범자들>은 KBS, MBC라는 공영방송의 몰락에 집중한다. 공영방송을 권력에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고 작정한 공범자들은 집요했으며, 그 결과 KBS, MBC는 부패한 권력에 제대로 질문을 던질줄 아는 언론인들이 종적을 감춰 버렸다.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버린 공영방송의 언론인을 두고 많은 시민들은 ‘기레기’라고 불렀다. 지난해 겨울, 촛불 혁명 취재차 광화문 광장을 찾은 KBS, MBC 기자들은 공영방송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한 몸에 받아야했다. 공영방송 언론인 선배이자, 그 누구보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최승호 감독은 공영방송 기자들을 기레기라 부르며 비판하는 시민들의 아우성을 겸허히 카메라에 담는다. 가슴 아프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목도한 최승호는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자신을 비롯한 해직 언론인들이 회사에서 쫓겨난 이유를 알 수 없었던(물론 짐작은 가능하지만) 최승호 감독은 그 원인을 찾고자 자신을 해고한 선배 언론인들을 찾아간다.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아예 질문 자체를 회피하려 든다. 심지어 질문의 답변을 요구하는 최 감독에게 물리적인 압박과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심지어, 언론을 망친 공범자들 중 하나로 지목되는 백종문 현 MBC 부사장은 최 감독을 두고 공영방송의 미래를 망치지 말라고 훈수까지 둔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최승호 감독이 아니다. 공영방송의 몰락을 몸소 지켜보며, 언론인의 숙명은 질문이요,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질문을 하지 못해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최 감독은 그 자신이 가진 신념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자신과 동료들을 해직언론인으로 만든 장본인, 더 나아가 공영방송을 망친 공범자들 에게 끈질기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누가 공영방송을 이렇게 처참할 정도로 망가트렸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있다. 다만,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할 뿐이다. 




MBC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 감독은 공영 방송 몰락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다. 하지만 ‘권력의 감시견’이라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공영방송이 끼친 손실은 해직 언론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고, 우리 모두의 아픔이었다. 그래서 최승호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공영방송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 자신에게 있어 가장 아픈 기억과 마주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극도로 망가진 공영방송의 현실과 그 사이 몸과 마음 모두 지쳐버린 동료 언론인들을 바라본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공영방송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았기에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공영방송 몰락을 지켜보는 행위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최승호 감독은 더욱 집요하게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과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언론을 망친 공범자들을 파헤치고자 작정한 최승호 감독과 언론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지치는 법이 없다. 공범자들에게 면박을 당하고 제재를 당해도 결코 물러섬이 없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바위에 계란치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겠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온 몸으로 돌진하는 언론인들의 용감한 행위는 완전히 사그라든줄 알았던 공영방송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다시금 지피게 한다. 그래서 <공범자들>은 지난 9년간 있었던 공영방송의 몰락에 대한 한탄과 자조보다 아직 살아있는 언론인들의 저항과 의지에서 희망을 읽는다. 






부디, 해직 언론인들이 복직되어 일터로 돌아가게 되면, 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줄기 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용감하게 보도한 지난 날의 MBC 그 이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해직 언론인들처럼 억울하게 직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알리는데 노력하면 더 좋겠다. 우리 국민들이 공영방송에 원하는 것은 딱 이정도다. 권력의 하수인이 아닌, 권력의 감시견의 역할을 잘 해낼 때에 비로소 땅으로 떨어진 공영방송의 위상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그런 일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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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다큐멘터리 감독 이영은 한눈에 봐도 폐차 일보 직전의 차를 타고 전남 여수에 살고 있는 ‘바지씨(남성적인 느낌을 풍기는 레즈비언을 뜻하는 옛 은어)’ 이묵을 만나러 간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1945년생 이묵은 레즈비언이라기보다는 김일란 감독의 2008년작 <3XFTM>에 등장했던 FTM(Female to Male,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 정체성을 가진 트렌스젠더)를 보는 것 같다. 다만, 지금보다 성소수자를 터부시했던 70-80년대에는 성전환 수술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기에 이묵은 여성의 몸을 가진 남성으로 한 평생 살아왔다. 




여자라기 보다는 예쁘장한 남자에 가까워 보이는 이묵은 그를 따르는 여자들이 참 많았다. 같이 산 여자들도 여럿이고, 비공식 결혼식도 몇 번 올렸다. 동네 주민들이 이묵의 집을 두고 여자들끼리 산다고 수근거린다. 하지만 이묵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선한 사람이라는 알게된 주민들은 이묵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선배 레즈비언인 이묵은 이영 감독과 같은 후배 레즈비언들이 자신이 살던 시대와 다르게 당당하고 자신있게 사랑을 하고 주변 사람들도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을 살고 있는 후배 레즈비언 이영 감독이 목도한 현실은 성소수자들에게 있어 한없이 가혹하다. 




지난 2015년에 열린 제7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당시 <불온한 당신>(2015)은 한국의 웃픈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다큐멘터리 촬영 도중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 보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와 실랑이를 벌인 이영 감독은 그들이 성소수자 인권 반대 운동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세월호 특별법 반대 집회 등에도 앞장서는 모습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난 2016년말 대규모 촛불 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가 집권을 하면서 자칭 ‘태극기 집회’라고 불리는 보수 단체들은 급격히 힘을 잃었고, 종북 몰이 혹은 세월호 참사 유족을 비하하는 목소리도 종적을 감추게 된다. 


그럼에도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비난하는 발언은 여전히 탄력을 받고 있다. 며칠 뒤 성소수자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동성애 차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또한 대통령 후보 시절 가졌던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으로 성소수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발언이 거리낌없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때, 성소수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동성혼 합법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답답한 현실을 목도한 이영 감독은 일본 미야기현에 거주하는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을 만나러 간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부가 된 논과 텐은 자신들에게 있어 커밍아웃은 목숨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대지진 때문에 수많은 이웃들과 친구들의 실종, 죽음을 목격한 논과 텐은 자신들의 관계가 그저 친구가 아닌 가족으로 인정이 되어야 서로에 대한 실종 신고가 가능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혼을 결심한다. 일본 또한 우리나라처럼 동성혼이 합법화된 나라가 아니며,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터라 동성 결혼이 쉽지 않았으나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논과 텐에게는 가족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일평생 바지씨로 살아온 이묵,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고자 하는 대한민국, 차별을 딛고 결혼에 성공한 일본인 레즈비언 커플을 순차적으로 오가는 이영 감독은 지난 2015년에 열린 퀴어 퍼레이드와, 성소수자의 인권을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의 집회를 번갈아 보여주며 <불온한 당신>을 마무리 한다. 같은 날, 도로 하나를 끼고 마주한 공간에서 열린 두 집회에서 각각 느껴지는 공기는 확연히 달랐다. 세월호 추모 기간에 열린 2014년 집회 때처럼,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를 온 몸으로 저지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긴 하나 퍼레이드에 참여한 성소수자들은 분노와 짜증 대신 밝은 미소로 자신들이 누려야할 권리를 외친다. 반면, 동성애 반대를 목청껏 외치는 집회에서는 그들도 모르는 사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혐오, 증오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것은 동성애를 찬성하고 반대하고의 문제를 넘어선 것 같다. 자신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고집하기 보다, 한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긍정한다면 분노와 짜증으로 가득찬 우리들의 삶이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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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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