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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돈 크라이 마미. 동호와 영화 살리는 유선과 남보라의 눈물겨운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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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개봉한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일단 소재는 좋다.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성폭행 범죄가 늘어나는 시기. 하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들은 별일 없다는 듯이 거리를 활보하고, 모든 고통과 피해는 모조리 당한 자의 몫이다. 게다가 그녀들은 가해자들에 의해 또다른 성폭행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밤길이 무서운 시대. <돈 크라이 마미>는 이 시대 모든 딸들에게 바치는 엄마의 눈물겨운 복수극이다. 


미성년자 범죄에 유한, 아니 성폭행 범죄에 한없이 약한 이 나라의 사법부에 대신하여 엄마 유림(유선 분)이 직접 가해자를 응징하는 <돈 크라이 마미>는 핵심 내용은 ‘사적 복수’다. 


예고편 그대로, 성폭행을 당한 딸 은아(남보라 분)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은아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에게 직접 복수를 결심한 엄마의 계획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된다. 사람들의 뒤통수치는 놀라운 반전도 없고, 예상했던 내용 그대로다. 충격적인(?) 결말을 둘러싼 반응도 분분하다. 애초 이 영화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는데 주력할 뿐이다. 





때문에 이 시대 모든 성폭행 피해자를 대신한 딸의 눈물과 엄마의 오열은 그들의 말 못할 울분을 대신 토해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감나는 스토리 덕분이라기 보단, 진짜 피해자 입장이 되어 연기 아닌 현실을 그려낸 배우 남보라와 유선의 공이 크다. 특히 딸을 가슴에 묻고 은아의 사진을 보고 절규하는 엄마 유선의 눈물은 , 그럼에도 증거물 부족으로 가해자를 법정에 세울 수 없는 아이러니함에 대한 분노를 극대화 시킨다. 


하지만 웬만한 완성도만 보였어도, 높은 반항을 얻을 수 있었던 <돈 크라이 마미>는 다소 의외이면서도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구멍을 가지고 있다. 


남보라와 유선이 1시간 내내 힘들게 쌓아왔던 분노와 울분의 감정선이, 엄마 유림과 성폭행 가해자 조한(동호 분)이 조우하는 순간, 산산조각 무너진다. 딸이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그걸 빌미로 협박하여 다시 성폭행한 범인을 잡기 위해 엄마 유림이 조한을 칼로 위협하는 씬은 영화의 절정이자 동시에 긴장감을 유도해야한다. 





하지만 정말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집중을 다해 극 중 동호를 협박하는 유선과는 달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떠는 기색조차 없이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어설픈 발성으로 “살려주세요.”를 외치는 동호의 목소리는 도저히 어떤 긴장감도 소름 돋는 서늘함도 느낄 수 없다. 그저 벽과 같이 아무런 감정없는 상대역을 앞에 두고 어떠한 흐트러짐 없이 겁에 질려있는 상태로 가해자에게 칼을 겨누는 엄마가 될 수 있는 유선의 신들린 연기가 감탄스러울 뿐이다. 


연기 경험 없는 아이돌이, 유명세를 빌미로 드라마, 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꿰차는 것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다행히 요즘 들어 기성 연기자 못지않은 연기 돌도 많이 늘었다고 하나, <돈 크라이 마미>에서 유키스 동호가 선보인 신개념 발 연기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의 몰입도 까지 방해할 정도로 엄청나다. 


동호가 맡은 조한이라는 아이는, 선하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자신을 좋다고 따라다니는 은아를 같이 어울리는 불량배들과 함께 겁탈할 정도로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다. 말수가 적고 여타 가해자들과 달리 검은 발톱을 숨길 줄 아는 조한은, 유림 모녀를 파국으로 이끈 가장 중요한 인물인 만큼 결정적으로 엄마 유림과 대면하는 순간, 순수한 얼굴을 지으며 ‘어디 네까짓 게 날  찌를 수 있겠어.’ 하며 유림을 조롱하는, 그야말로 관객들의 분노를 야기하는 악마가 되어야한다. 





하지만 영화 속 파렴치한 성폭행 가해자 조한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유키스 동호만 존재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 흥을 깨는 동호를 보고 있지만, 올해 초 MBC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 초반 연기논란을 딛고 배우로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는 남보라의 진가가 다시 보여 질 정도다. 


동호의 아쉬운 연기가 <도가니>, <부러진 화살> 못지않은 파급력을 기대 했었던 <돈 크라이 마미>의 완성도를 방해하긴 했다. 하지만 <돈 크라이 마미>는 동호 연기뿐만 아니라, 결말, 완성도 등 모든 부분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돈 크라이 마미>는 실제 피해자들과 혼연일체가 되었던 유선과 남보라의 열연만으로도 지금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 


명불허전 유선과 일취월장 남보라가 성폭행 피해자과 가족들의 눈물을 잠시나마 닦아줌은 물론, 동호와 작품까지 살린 셈이다. 아무쪼록 신인 여배우로서 힘든 결정이었음에도 불구, 진정성 있는 연기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대변한 남보라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한 줄 평: 유선과 남보라의 진정성에 뜨거운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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