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박유천-유승호. 모성애 자극하는 최고의 쌍두마차

얼마 전 전파를 타던 모 회사의 스마트폰 광고 중에 이런게 있었다. 아역스타 출신 유승호가 나와서 크기만 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 때 유승호의 한 마디 "커지기만 하면 뭘해 잘 커야지!"

그리고 그 스마트폰을 한 손에 들고 만족스러운 듯 환한 미소를 짓는 유승호. 그리고 유승호의 얼굴을 약간 가로막으면서 화면 중간에 뜨는 자막 "잘. 컷. 다." 하지만 그 광고를 보는 시청자들은 스마트폰도 스마트폰이지만, 정말 잘 큰 유승호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초등학교 재학 중일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유승호는 이제 겨우 스물임에도 불구, 연기 경력이 12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이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집으로>로 일약 최고의 아역스타로 떠오른 유승호. 그런데 그 때만해도 유승호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귀엽고 순수한 소년이었을 뿐이다. 2004년 김수현 작가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에서 자폐아 연기를 했을 때만 해도 유승호는 상당히 어렸다. 하지만 잠시 그 아이를 못 본 사이에, 유승호는 놀랄 정도로 잘 커줬고, 2009년에는 아직 미성년자임에도 불구, 당당히 성인 연기자의 일원으로서 <선덕여왕>에서 김춘추로 출연. 오나전 성숙해진 유승호의 세련된 남성미를 일깨워준다. 

그 이후, 아직 고등학생 임에도 불구, 본인의 나이보다 10살 가량 많은 배역만 맡으면서 일찍이 성인 연기자의 길을 걸었던 유승호는, 혹시나 '아역 타이틀'을 빨리 떼놓으려고 하는 조급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사뭇 걱정이 들기도 하였다. 아역 시절 그렇게 활동량이 많지 않았던 유승호는 고등학생이 된 이후부터 '과연 학교는 제대로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랑사또전>이 끝나자마자 바로 후속작 <보고싶다>에 참여한다.  특별 출연에 가까웠던 <아랑사또전> 꽃 옥황상제 분에 비해 <보고싶다> 강형준 해리가 훨씬 더 분량도 많고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의 행보를 응원하는 시청자(글쓴이 포함)들은 여러 작품에 급속도로 이미지를 소비화시키는 것같은 유승호가 사뭇 걱정이 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지난 5일까지, 9회가 방영한 MBC <보고싶다>는 왜 스무살밖에 되지 않은 유승호가 27살에 그것도 불완전한 내면을 가진 강형준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전달해준다. 극 중에서 강형준은 한정우(박유천 분) 아버지 한태준(한진희 분)의 이복 동생으로 등장한다. 한태준 아들보다 어린 강형준이 한태준과 이복동생이 된 이유는, 후처 강현주(차화란 분)을 통해 태준의 아버지가 뒤늦게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심많고 악랄한 한태준은 아버지의 재산을 이등분해야하는 형준의 존재가 못마땅스럽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의료 사고로 위장하여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현주와 형준 모자를 위협하여 한 푼도 안주고 밖으로 내쫓으려고 한다. 그런데 태준이 협박하려 보낸 사냥개에 공포감을 느낀 형준은 방의 유리창을 깨고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그 때 한 쪽 다리를 다쳤지만, 돈이 최우선이었던 현주와 정혜미(김선경 분)은 형준을 아무도 모르는 낡은 판잣집에 감금시킨다. 그 이후 치료를 받지 못한 형준은 한 쪽 다리를 절게 된다.  

한 쪽 다리를 다쳤음에도 불구, 집에 불이 나도 아무데도 나갈 수 없었던 형준에게 유일하게 세상 밖에서 손을 내민 이는 그 당시 '살인자의 딸'로 동네에서 손가락질 받고 있던 이수연(윤은혜 분)이다. 심지어 수연은 형준이 갇혀있는 집에 화재가 났을 때 정우의 도움으로 형준이 화염에 휩싸이지 않게 도와주던 생명의 은인이다. 어쩌면 형준이 가장 급박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엄마 대신 곁에 있어준 수연에게 형준의 사랑 이상의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런데 강형준은 평탄치 않은 어린 시절과 돈 때문에 자신을 버린 엄마를 향한 애증으로 뒤범벅되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이들에게 강한 복수를 불태우는 인물이다. 그가 유일하게 사랑하고 의지하는 인물은 조이가 된 수연뿐인데,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큰 지라 진정한 사랑이 뭔지 모르는 불쌍한 형준은 조이마저 자신의 부속물, 소유물로 여기는 것 같다. 물론 그게 불완전한 어린 아이 형준이 행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법이긴 하지만. 

그러나 이 드라마에는 형준 외에도 수연에게 비정상적인 애정을 쏟아붓는 비련한(?) 남자가 있다. 어떻게 보면 수연을 향한 정우와 형준의 마음을 '집착'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수연에 대한 소유욕이 활활 타오르는 형준보다, 이미 다른 남자의 연인이 되었고, 애써 자기를 피하는 수연임에도 불구, 끝까지 그녀를 기다리겠다는 정우 쪽이 '헌신'에 가깝다. 

때문에 <보고싶다> 시청자들은 수연의 남자로서 지금 수연의 곁에 있는 해리보다 정우의 사랑을 더 지지할 수 밖에 없다. 애초 그것은, 굳이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정우와 수연. 두 사람을 끔찍하게 맺어둔 제작진의 의도이기도 하다. 정우에게 수연은 생각만해도 애뜻한 첫 사랑을 넘어, 자기 눈 앞에서 성폭행을 당함에도 불구 지켜줄 수 없었던 죄책감에 점철되어있는 미안함의 존재다. 때문에 정우는 자신을 미워하는 조이의 마음을 손바닥 꿰듯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 그럼에도 그녀가 자신에게 던지는 복수의 칼도 달게 받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이 조이가 과거 그녀를 성폭행했던 강상득(박선우 분)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몰렸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미성년자를 성폭행했음에도 불구, 약한 형량을 받고 풀려나오는 이 나라의 법은 오히려 중죄를 지은 가해자들이 더 기세등등하다. 어찌되었던 형사인 한정우는, 강상득 집 주차장 블랙박스에 찍힌 조이를 강상득 살해사건 유력 용의자로 체포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자기 손으로 조이의 손에 수갑을 채워놓고 싶지 않았던 정우는 당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니, 나에게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조이는 정우의 손을 뿌리치고, 해리만 찾는다. 해리는 분노하고, 그 사이 경찰들이 조이를 체포하기 위해 주위를 에워싼다. 결국 한정우는 조이, 아니 수연의 손목에 수갑을 찰 수 밖에 없었다.  "조이 당신을 강상득 살해용의자로 긴급체포 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자기 손으로 수연을...그것도 수연에게 크나큰 상처를 준 성폭행범 살해 용의자로 체포한 한정우의 마음은 편할까. 현재 한정우의 심경은 가시방석이라도 앉고 싶을 심정일거다. 수연을 겁탈한 강상득을 평생 쫓아다니면서 괴롭힐 요량으로 재벌3세 타이틀도 벗고 형사가 되었다. 하지만 강상득은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누군가에 의해 허무하게 죽었다. 거기에 모자라 이제는 수연이 그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몰릴 처지다. 

한정우는 답답하다. 그리고 14년 전에 있었던 수연과의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간들이 그날따라 더더욱 그립다. 그 때 마침 수연의 엄마 김명희(송옥순 분)은 이제는 아들과 같은 정우에게 도시락을 주기 위해 정우가 근무하는 경찰서를 찾았고, 명희가 싸준 도시락을 맛있게 먹으면서 정우는, 명희에게 수연과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들려준다. 

"수연이 걸을 때 거꾸로 걸었어. 잘생긴 내 얼굴 보려고"

그리고 정우는 애써 벅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힌다. "예전에 봤지? 내 얼굴만 쳐다 보는거. 그러니까 걱정마. 수연이 나 때문이라도 꼭 온다."라고 이야기하며 눈물을 쏟는 정우. 그래도 계속 말을 이어가던 정우는 "너무 보고 싶어서 올 거야. 그러니까 내가 기다린다"고 김밥을 입에 넣은 채 오열했다. 이제는 김밥을 먹으면서도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구구절절한 그리움에 젖먹던 힘까지 눈물을 쏟아내면서 시청자들의 안쓰러움을 자극하는 박유천은 확실히 감정 연기에 물이 올랐다. 

그동안 박유천과 JYJ를 썩 좋아하지 않았던 시청자들도, <보고싶다>의 박유천의 연기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수연을 향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눈물을 쏟다가도, 수연의 성폭행범들에게는 강한 분노를 드러내고, 그러면서도 수연의 엄마 명희 앞에서는 갖은 애교를 부리는 극과 극의 감정선상을 오가는 한정우가 선사하는 연기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그런데 박유천은 대척점에 맞물리지도 않는 다양한 감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즉, 박유천의 안정적이면서도 애절한 감정이 돋보이는 연기가 하루빨리 정우와 수연이 행복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바람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수연을 정우에게 빼앗길 형준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 유능한 자산운용가로 큰 성공을 거둔 형준은 철두철미함으로 차례대로 복수의 상대에게 비수를 꽃는 무서운 인물이다. 역시나 해리는 조이가 강상득 살해범으로 몰릴 줄 알고, 미리 수연의 지문을 바꾸어놓는 치밀함을 과시한다. 그리고 수연이 풀려나와 귀가하고, 해리와 이름모를 이와의 대화 속에서, 해리 형준은 "한태준을 굶겨 죽일까 생각했는데 돼지처럼 아무거나 주워 먹고 배 터져 죽게 할래. 돈 줘버려. 돈에 눈멀게 해서 빨리 끝내자" 는 대화로,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복수를 예고케한다. 그리고 대화 내용을 지워버리고, CCTV로 자신의 집을 뒤지는 형사들을 바라보면서 서늘함 뒤에 약간의 눈물을 뚝 흘리는 형준의 표정. 참으로 섬뜩하게 다가올 정도다. 

따라서 한태준을 배터져 죽게 할 요량인 해리 형준의 과녁선에 한정우도 포함되어있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그는 조이를 두고 다투는 사랑의 라이벌이기도 하다. 역시나 해리는 자신의 본심을 속이고, 정우를 찾아가 우리 친구하자면서 정우를 꼬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우는 이런 얄랑한 해리의 가식적인 부탁을 단박에 거절한다. 

"어쩌냐. 나는 이미 조이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조이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혼자만의 짝사랑은 괜찮지 않냐"

이러한 정우의 도발에 해리의 대답은 간단 명료하다. "그럼 안 될 텐데."

물론 현재 당사자 수연은 정우가 강상득 유력 용의자라서 자신을 접근했다고 '오해'하는 중이다. 게다가 수연은 과거 위급할 때 자신을 버리고 도망친 정우에게 썩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수연이야말로 정우가 그리 썩 싫진 않다. 정우때문에 잊고 싶었던 지난 악몽이 다시 떠올라 피하고도 싶지만, 이상하게 잘 피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해리가 더욱 불안해하는 것이다. 행여나 조이가 자신의 곁을 떠나 정우에게 갈 까봐. 

지난 9회 이후, 수연을 사이에 둔, 한정우와 강형준의 대립은 본격화될 예정이다. 삼촌과 조카가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막장극으로도 볼 수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 <보고싶다>는 막장이라고 눈쌀을 찌푸리기 보다, 그냥 한정우, 이수연, 강형준 모두 다 안쓰럽다. 모두 다 시청자들의 품에 보듬아주고 싶을 불쌍한 어린 양들인 것이다. 결국 비극으로 치닿게 될 이 슬픈 사랑을 아름답게 보여주며 모성애를 자극하는 이들이 박유천, 유승호가 그렇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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