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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구가의 서 이연희.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웠던 장족의 연기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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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연희의 연기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는 상당히 낮게 형성되어버린 지 오래다. 단순히 연기를 못하네라는 반응에서 비롯된 충격과 공포를 넘어, 이연희가 연기를 하는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감과 체념(?)은 동년배 연기자들을 단박에 올킬할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임에도 불구, 2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되지 못한 이연희의 연기자로서의 성장을 더디게 한다.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으나, 얼굴을 제외하고 배우 이연희의 매력은 무색무취에 가깝다. 그 말은 즉슨, 이연희는 그녀의 축복받은 청순한 아름다움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풋풋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제외하고,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상깊은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이연희는 그녀에게서 가장 자신있을 법한 첫사랑 이미지를 내세운 <백만장자의 첫사랑>, <M>에서도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 자체발광 청순미와 SM 엔터테인먼트라는 든든한 배경 덕분에, 데뷔와 동시에 충무로, 공중파 드라마에서 기대하는 작품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왔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밋밋한 매력만 발산해온 이연희에 대한 기대치는 자연스레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나름 열심히 준비해왔다고 하지만, 작년에 방영한 SBS <유령>에서도 끊임없는 연기력 논란을 빚어왔던 이연희에게 몇 회 등장하지 않는 특별출연이라고 하더라도 지난 8일 첫 방영한 MBC <구가의 서>에 임하는 자세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를 법하다. 


한 마디로 현재 이연희의 상황은 진퇴양난이라고 볼 수 있다. 2004년 데뷔한 이래 10년 가까이, 청순한 미모만으로도 박수받았던 아역으로의 등장 외에 발연기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쓸쓸한 평가만 남은 이연희의 우울한 필모그래피는 분명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고, 설령 짧은 등장이라고 할 지라도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작품이 필요했다. 


다행히 이연희가 <구가의 서>에서 맡은 역할은 이연희가 데뷔 이래 줄곧 유지해온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이미지에 최적으로 부합하는 캐릭터다. 예전에 비해 많이 노력하고 발전한 모습은 보이나 어딘가 맞지 않아보이는 옷을 입은 채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만 남았던 <유령>에 비해, <구가의 서>의 윤서화는 이연희 그녀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마냥, 어떠한 어색한 틈없이 자연스럽고 한 시도 눈을 뗄 수도 없이 정말로 예뻤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유령>에 비해서도 한층 발전한 이연희의 감정 연기다. 물론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에 비해서, 여전히 이연희의 연기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말 그대로 걸음마만 뗐을 뿐인데, 이전에 형성되었던 기대치가 워낙 낮았기에 잘해보이는 효과로도 보일 수 있겠다. 또 <온에어>,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등으로 연출을 인정받은 신우철PD의 감각적이고 세심한 디렉팅 덕분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낯선 남자들 앞에서 강제로 옷이 벗겨지며, 몰락한 양반 규수임에도 불구 "난 평범한 노비가 아니야." 하면서 꿋꿋이 간직해오던 자존감이 무너져내리는 순간 때 얼굴만큼은,  그저 외형적으로만 예쁘기만한 이연희가 아닌 적나라한 모욕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윤서화 그 자체였다. 아니, 윤서화에게서 이전에게서 볼 수 없었던 이연희의 연기 열정과 비장미 넘치는 오기를 보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3회 정도 짧은 출연이지만, <구가의 서>의 윤서화는 명망있는 집 여식에서 노비, 기생으로 전락하는 기구한 인생만큼이나 분노와 슬픔을 자유자재로 오가야하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최진혁과의 짧지만 아련한 러브라인을 통해 이 시대 수많은 남성들의 영원한 이상형 청순가련 매력을 무한대로 발산할 수 있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만약 첫 회에서 놀라운 연기력 발전을 보여준 이연희가 3회까지 인상깊은 모습을 남기고, 성공적으로 이승기와 수지에게 바통 터치를 한다면,  그동안 이연희를 꾸준히 괴롭혀오던 연기력 논란을 한방에 날려버림은 물론, 그녀가(+SM이) 그토록 숙원해오던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이보다 더 절호의 기회는 없다. 





다행히, 이연희는 작년 <유령>과 비교했을 때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였고, 쉬는 동안 자신의 미진한 연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온 것과 동시에,  그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구슬땀을 흘렀음을 한 눈에 보여주었다. <유령> 방영 당시 화장품 광고의 쉴드성 카피문구에서만 그칠 줄 알았던 이연희의 연기 업그레이드가 드디어 현실화된 것이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배우란 무릇 연기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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