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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시저는 죽어야 한다' 죄의식이 빚어낸 최고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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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고, 셰익스피어 희곡 '줄리어스 시저' 중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브루투스의 자결 장면이 시작된다. 고결한 인품으로 시저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지만, 카시우스의 꾐에 넘어가 시저를 암살한 이후, 사면초가에 몰린 브루투스의 역을 맡은 배우는 브루투스 그 자체다. 이윽고 연극은 브루투스의 결연한 죽음으로 막을 내리고 무대에 감동받은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객석에 호응에 상기된 배우들은 이윽고 자신들이 머무르고 있던 교도소 내 작은 감방으로 돌아간다. 





실제 이탈리아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 내 극장에서 매년 열리는 연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타비아니 형제 감독은, 레비비아 수감자들이 펼치는 연극을 본 이후, 이 교도소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영화화를 결심한다. 수감자들은 흔쾌히 타비아니 형제 감독의 제안에 응했고,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6개월 간 <줄리어스 시저>를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 벌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명 배우 못지 않은 뛰어난 연기로 관객들의 찬사를 이끌어내는 배우들의 대다수는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들이다. 게다가 그들은 살인, 폭력, 마약 등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간 복역하고 있는 재소자들이다. 


단조로운 감옥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교도소 교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연극 프로젝트에 참여한 재소자들은 심사위원의 요구에 따라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는 오디션을 치루고, 성공적인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따낸 수감자들은 틈나는대로 자신들이 맡은 역할에 몰입 연습하며, 무대 위에 오를 자신의 모습에 설레기만 한다. 


하지만 연습 중 자신들의 배역에 몰입할 수록, 배우들은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떠올리며 우울해하고 심지어 과거 악연으로 얽힌 실제 배우들의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적지않은 사고도 있었다. 타비아니 형제 감독이 중점으로 둔 부분이 이 지점이다. 중범죄를 저질러 오랜 시간 교도소에 복역하는 재소자들의 현재 모습에  고대 로마 영웅들간의 권력 암투 과정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살인을 묘하게 투영시킨 영화는, 우정과 배신, 살인과 선택의 고통, 힘과 진실의 가치 등, 셰익스피어가 일으키는 감정의 시적 압박과 재소자들 삶의 어두움을 대조하고자 주력한다. 





연극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살인,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본 배우들은 더더욱 자신들이 맡은 역할에 몰입하게 되고, 실제 배우들이 겪고 있는 죄의식과 어두운 과거가 고스란히 승화된 연극은 그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최고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연극을 연습하던 중 문득 로마 영웅들을 통해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  재소자들은 그간에 있었던 자신들의 인생에 분노를 느끼고, 예술을 알고 다시 자신들이 머무르고 있던 본래 제자리로 돌아간 이들은 그간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에 커다란 공허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가슴에 숨어있던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해 그간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인생을 향한 열망을 키우게 된다. 





셰익스피어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완벽한 캐스팅은, 이렇게 배우들은 물론 타비아니 형제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최고의 결말을 완성해냈다. 자신들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함으로써, 진실한  반성으로 이끌 수 있는 연극을 통해 중범죄자들의 교화를 이끌어낸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의 프로젝트는, 한국은 물론 수감자들의 교화에 고심하고 있는 전세계 교도소들의 롤모델이 될 법도 하다. 제6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5월 2일 개봉. 


한 줄 평: 각자의 죄의식이 예술로 승화된 셰익스피어 원작 사상 최고의 결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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