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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응답하라 1994 방송사고. 1997년 IMF보다, 쓰레기, 나정 이별보다 더 슬프게 다가온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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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94> 18회는, 이제 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드라마에서 있어서 가장 극적인 전환점을 맞는 중요한 한 회였다. <응답하라 1994>의 신촌 하숙생들은 최근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 가장 안녕하지 못했던 1997년의 아픔을 고스란히 맞았고, 2013년까지 안녕하지 못하게 한 IMF는 어떠한 위기에도 믿음을 잃지 않았던 특별한 연인 쓰레기(정우 분)과 성나정(고아라 분)을 갈라놓았다. 





그런데 <응답하라 1994> 역사상 가장 슬프고도 우울한 한 회에, 시청자들은 전혀 그들의 아픔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었다. 당시 핫한 아이템이었으나 빛의 속도로 사라진 시티폰에 잘못 투자해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오른 성동일의 고통. 명문대 출신에 뛰어난 어학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 한동안 취업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나정의 비애가 대다수 시청자들이 전혀 피부에 닿지않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서가 아니다. 


그래도 나정은 얼마 뒤 공사에 취업했고, 성동일의 집안도 곧 재기에 성공했다고 하나, 그들이 고스란히 겪었던 한파는 1997년 당시 수많은 대한민국 가정들이 흘려야만했던 눈물이었고, 16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 수많은 이들을 안녕하지 못하게한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4> 18회는 그 어느 때보다 우울했고, 가슴이 시려왔다. 허나 시청자들은 성나정의 아픔에 전혀 공감할 여지도 없이, 전혀 다른 감정으로 <응답하라 1994> 역사상 가장 황당하고 믿을 수 없는 사건을 맞이해야했다. 





잘나가던 <응답하라 1994>가 대한민국 방송역상 가장 초유의 방송사고를 기록한 것은 역시나 생방송 촬영과 실시간 편집으로 인한 제작지연이 원인인듯하다. 사실 <응답하라 1994>는 다른 공중파 드라마에 비해서 비교적 많은 사전제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도, 정말 찜통같이 더웠던 1994의 여름을 실감나게 볼 수 있었고, 기존 드라마에 비해서도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인 티가 역역한 깨알같은 디테일에 행복했었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4>년 역시, 대한민국 드라마 제작의 고질병인 생방 촬영과 편집 지연을 피할 수 없었다. 제작비 문제일 수도 있고, 그 외 생방촬영을 피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벌어진 사고라고 한들, 눈으로 직접 봐도 믿어지지 않는 방송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들은 그동안 방영했던 <응답하라 1994>과 마찬가지로 최상의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 하에 금요일 밤임에도 불구, <응답하라 1994>를 본방으로 시청하였다. 허나 본방으로 시청한 시청자들은 <응답하라 1994> 18회의 기획의도대로, 성동일 가족의 투자 실패와 쓰레기와 성나정의 안타까운 이별에 가슴아파할 겨를 없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사고에 적지않는 분노와 어이없는 큰 웃음을 분출해야했다. 


갑자기 생뚱맞게 <코미디 빅리그> 한 코너 방영과 tvN에서 새로 방영하는 프로그램 예고,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방영한 18회의 예고편이 무려 3번이나 반복재생되는 지난 15분간, 대다수 시청자들은, 3회 연속 "죽여버릴거야~" 외치는 성동일과 함께 절규했다.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겠지만, 그 당시 성동일이 외친 "죽여버릴거야~"는 역대급 방송사고를 겪은 다수의 시청자들이 가장 몸부림치며 공감했던 최고의 명대사로 남을 듯하다. 


가장 의미있게 남을 수 있던 18회를 가장 황당하고도 끔찍했던 한 겨울의 악몽으로 만들어놓았던 방송사고. 그래도 <응답하라 1994>만한 드라마 없기에, 앞으로 남은 3회 동안 열심히 시청하겠지만, 도대체 이 화장실에 잘 갔다와도 어딘가 모르게 정말로 찜찜한 이 기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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