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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꽃보다 청춘. 페루 배낭 여행을 통해 재확인한 중년들의 우정과 청춘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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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먹다가 영문도 모른 채 얼떨결에 끌려가다시피 했던 윤상, 유희열, 이적의 배낭여행은 지난 29일 방영한 tvN <꽃보다 청춘> 페루편 5회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에 다녀오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이적의 말대로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달려온 페루 여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마추픽추의 신비로운 경관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 듯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마추픽추와 마주한 윤상, 유희열, 이적. 그런데 아무 말 없이 마추픽추를 바라보던 이 세 남자 모두 일제히 눈물을 흘린다. 


제 아무리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유명 뮤지션들이라고 한들, 어느덧 40대 중반을 훌쩍 넘은 중년 아저씨들에게 배낭 여행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무리 연예인이라는 단어보다 음악인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세 남자이지만, 그래도 많은 대중들이 선망하는 셀레브리티들이다. 





그런데 사전 미팅을 빙자한 첫 만남에서 다짜고짜 이들을 페루행 비행기로 끌고 갔던 <꽃보다 청춘>은 휴대폰, 약 등 정말로 필요한 물품을 제외하곤 그 어느 짐도 허락하지 않았다. 옷은 커녕, 가장 기본적인 세면도구도 없어 페루에 도착하자마자 구입해야했다. 서울에서 올 때 입고온 옷 그대로 며칠을 버텼던 세 남자는 결국 페루의 한 가게에서 산 전통 의상 판초를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다. 면도를 하지 않아 털로 뒤덮인 덥수룩한 턱선. 서울에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분명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 초췌해진 모습이지만, 세 남자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그동안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다던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마다 이들은 항상 어린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고,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마냥 즐거워한다. 무엇보다도 매사 부정적인 태도로 보였던 윤상의 변화가 가장 극적이다. 술을 끊기 위해 먹은 양의 부작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는 윤상은 이번 여행을 통해 약도 덜 먹고 자신도 미지의 세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한 눈에 봐도 한결 건강해진 모습이다. 





가끔 의견 충돌로 다투거나 상처받는 일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신나게 페루의 이곳저곳을 둘려본 세 남자는 마지막 여정인 마추픽추의 전망대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것은 마추픽추의 절경에 압도되어서만은 아니다. 지난 페루 여행 내내 함께 있어준 친구들. 더 나아가 자신의 젊은 날을 함께 보낸 사랑하는 형과 동생이 지금 그들의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시작한 공통 분모로 인연을 시작한 이 세 남자는 20년 이상 끈끈한 우정을 이어왔다. 90년대 데뷔를 하여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음악인이 몇 안되는 상황에서 정말 몇 안되는 90년대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서로에게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싫어도 20년 이상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세 남자. 그들은 서로를 정말 좋아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다고 하지만, 그래도 함께 했기에 의미있었고 행복했던 윤상, 유희열, 이적의 지난 20년.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모두 보고 싶었다는 20대의 꿈을 저버린지 오래라고 하나, 나이 40대 중반에 진짜 몸만 떠나는 배낭여행에 도전한 이 40대 중년 뮤지션들은 말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움직여라”


청춘에 대한 뻔한 정의라고 하나, 그것은 세 음악인,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몸소 터득하고 깨달은 진리였다. 작은 상자에 자기를 가두지 않으며, 두려워하지 않으며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그 자체를 즐기는 것. 입시 경쟁에 이어, 취업 전선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부담감에 짓누리고, 행여나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어도 그에 대한 실패로 낙오될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청춘들에게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먼 나라의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부픈 마음을 안고 마추픽추에 올라갔지만, 짙은 안개에 좌절하며 터벅터벅 내려온 세 뮤지션의 이야기처럼 어느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이들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마추픽추의 위엄과 마주한다. 


페루에 오기 전부터 마추픽추를 간절히 원했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루어진 꿈. 





촉망받던 뮤지션에서 지금은 서로에게 애아빠들로 통한다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에 행동하고, 때론 일이 잘 안풀리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묵묵히 자신들의 목적을 향해 걸어가는 세 남자는 그래서 여전히 빛나는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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