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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유혹의 거인. 위기를 정공법으로 맞서는 9년 예능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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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8일.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왠지 모르는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 노홍철의 음주운전.믿을 수 없는 소식에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저희는 다섯명이 되었습니다." 





지난 13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은 ‘유혹의 거인’ 특집을 시작함과 동시에 최근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노홍철을 언급하며, 이것을 계기로 출연진들의 마음가짐을 보다 견고하게 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제작진과 유재석이 ‘유혹의 거인’ 편을 함께 기획하였다고 털어놓는다. 


'술(엄연히 말하면 음주운전)' 때문에 오랫동안 <무한도전>과 동거동락한 노홍철이 불미스럽게 프로그램을 떠났는데, 남아있는 출연자들의 마음을 다 잡기 위해 택한 방식도 ‘술’이다. 대부분 ‘술’을 통해 끈끈해지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대한민국 문화상 아예 술을 끊을 수 없겠지만, <무한도전> 녹화 전날 만이라도 출연진들이 금주를 하기 바라는 취지였다.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프로그램 녹화 전날 금주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지 관찰하기 위해, 제작진과 유재석이 ‘바람몰이’ 역할로 섭외한 이는 서장훈. 3주 연속 출연진들을 술자리로 불러내는 ‘유혹의 거인’으로 등장한 서장훈은 계속 술자리를 거절하는 출연진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장훈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박명수, 정준하, 하하, 정형돈은 <무한도전> 녹화를 이유로 술자리를 정중히 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3주차 촬영분에서야, 더 이상 서장훈의 연락을 거절할 수 없었던 박명수, 하하, 정형돈이 어떻게든 출연진들을 술을 마시게 하려는 정준하, 서장훈의 합동 작전에 걸려들어가 술잔을 들이키는 장면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예능적 재미를 위한 설정에 넘어갔을 뿐, 이 정도면 출연진들 모두 <무한도전> 녹화 전 금주 약속을 비교적 잘 지키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무한도전>이 3주 이상 끈질긴 촬영까지 감행하며 ‘유혹의 거인’ 특집을 진행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프로그램에 큰 타격을 안겨준 ‘술’을 오히려 남아있는 출연진들의 초심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노홍철의 하차로 프로그램 출범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불리우는 지금. 하지만 <무한도전>은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을 회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부딪치는 정공법을 택한다. 처음으로 5인 체제로 녹화하는 ‘극한알바’ 편에서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초창기 <무모한 도전> 그 이상을 능가하는 고된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더더욱 프로그램에 열심히 임해야겠다는 각오를 내비추었다. 


그리고 연이어 방송한 ‘유혹의 거인’ 편에서는 <무한도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기 위해, 녹화 전날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출연진들간의 오래된 약속을 다시금 재확인한다. 





위기일수록 자신들의 지난 날을 다시 되돌아보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저력을 보여준 <무한도전>. 출연진이 저지른 잘못을 마냥 감싸기보다, 겸허히 비판을 수용하고, 다시는 비슷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반성하고 몸소 노력하는 9년차 장수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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