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허삼관. 국제시장과 또 다른 아버지의 이야기

반응형

1954년.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공사장 인부일을 전전하던 허삼관(하정우 분)은 뭇남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허옥란(하지원 분)에게 푹 빠진다. 옥란에게는 이미 하소용(민무제 분)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던 삼관은 옥란에게 다짜고짜 청혼한 끝에, 그가 원하는대로 옥란을 아내로 맞는다. 





그 후로부터 10년 뒤,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들을 낳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잘 살아가던 삼관은 어느 날 우연히 아들들 중에서도 제일 아끼던 큰 아들 일락(남다름 분)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소용의 아들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을 알게된다. 


중국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는 위화의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각색한 <허삼관>은 <롤러코스터>에 이은 하정우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오직 메가폰만 잡았던 <롤러코스터> 때와 달리, 이번 <허삼관>에서는 하정우가 직접 연출, 주연을 도맡았다. 





오직 가족을 위해 삼관은 큰아들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하루 아침에 돌변한다. 11년 동안 자신의 핏줄이 아닌, 남의 아들을 키웠다는 데서 아내를 향한 깊은 배신감과 동시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삼관은 그 스트레스를 몽땅 일락에게 쏟아 붓는다. 


하지만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고 하던가. 일락이 자기 자식이 아니라면서, 어린 일락에게 상처를 주며 모질게 굴었던 삼관은 결국 일락을 자기의 아들로 받아들인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자면, 극 후반부 뇌염에 걸린 일락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피를 파는 허삼관의 뜨거운 아들 사랑을 꼽을 수 있다. 자신의 피를 팔아, 그 돈으로 가정을 일구었던 삼관은 그로부터 10년 뒤, 일락이 때린 심씨(정만식 분)의 아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피를 판다. 일락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자존심때문에 일락에게 살갑게 대해줄 수 없었던 삼관은 자신의 피를 일락을 위해 팔음으로써, 일락과 피를 나눈 가족이 된다. 


한국전쟁 이후 가족의 안녕을 위해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허삼관>은 부성애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최근 천만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과 견주어 볼 법도 하다.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엮어내며 시대에 대한 해학이 돋보이는 원작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지만, 허삼관이 자신과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는 일락을 가슴으로 낳은 아들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다시금 새길 수 있는 따뜻한 휴먼 코미디이다. 1월 14일 개봉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