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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냉장고를 부탁해. 맹기용 논란보다 더 심각한 진짜 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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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요리 연구가 겸 사업가를 앞세워 뒤늦게 인기 쿡방 대열에 합류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 그리고 신동엽, 성시경의 Olive <오늘 뭐먹지>와 함께 지난 22일 방영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시청자들이 즐겨찾는 대표적인 요리 프로그램이다. 





공중파 월화드라마와 동시간에 방영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그 날 출연 쉐프들이 만들었던 요리들이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하는 등 요즘 제일 잘나간다는 쿡방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냉장고를 부탁해>는 방송계의 새로운 스타 산실의 요람이기도 했다. <냉장고를 부탁해> 이전에도 꾸준히 TV 요리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유명한 쉐프들이었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 이후 스타 쉐프의 입지를 다지게 되었고,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요리 프로그램은 물론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탐내는 존재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김성주, 정형돈의 맛깔스러운 진행과 보기만해도 군침을 자극하는 요리들, <냉장고를 부탁해> 이후 더욱 유명해진 쉐프들. 프로그램 출연으로 각광받은 스타들과 수준높은 요리들이 예능적 요소로 적절하게 버무러진 <냉장고를 부탁해>는 재미도 있으면서 요리 프로그램으로서의 기본을 잃지 않는 잘 만든 방송이었다. 





하지만 맹기용의 출연 이후 <냉장고를 부탁해>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맹기용 합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출연 쉐프 모두와 그들이 만든 요리가 골고루 주목받았던 지난 날과 달리, 온통 맹기용과 그가 만든 음식에만 관심이 쏠린다는 것이다. 맹기용이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기존 이연복, 최현석, 샘킴, 정창욱,미카엘, 홍석천, 박준우, 이원일, 김풍 등과 비등할 정도로 뛰어난 요리로 주목받았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지금 맹기용에게 쏠리는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맹기용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지만, 더 큰 문제는 온통 ‘맹기용 논란’에 휩싸여버린 <냉장고를 부탁해>의 정체성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대부분의 이슈가 온통 맹기용에게 쏠려있는 탓에 기존 쉐프들이 만든 요리는 정작 뒷전으로 밀리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나마 지난 8일 김풍이 만든 ‘흥칩풍’이 주목을 받았으나, 이 날 최대 이슈는 다른 쉐프들도 극찬한 ‘흥칩풍’을 이긴 맹기용의 승리였다. 


맹기용에게 가려 다른 쉐프들의 요리가 예전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쉐프들간의 대결 결과 여부보다 쉐프들이 만드는 음식, 그리고 만드는 과정 속에서 빚어지는 감질나는 재미로 여타 요리 프로그램과 달리 우세한 자리를 점했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불과 몇 주만에 프로그램 특유의 볼거리를 잃어버리고야 만다. 대신 맹기용과 관련된 거북하고도 시끄러운 이슈만 남았다. 





승패를 떠나, 보는 이들마저 경건하게 하는 이연복과 최현석의 대결, 마치 톰과 제리를 보는 것 같은 샘킴과 김풍의 코믹 앙상블에서 느낀 감흥을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냉장고를 부탁해>는 월요병까지 상큼하게 날려버리는 삶의 활력소였다. 예능적 요소를 가미했지만, <냉장고를 부탁해>가 가진 기본 정체성은 시청자들도 따라하고픈 먹음직한 음식들을 보여주는 요리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일명 ‘맹꽁치’로 비하되는 맹기용의 맹모닝 논란 이후, 쉐프들이 15분만에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위안을 주던 <냉장고를 부탁해>의 장점은 빠른 시일 내에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한동안 맹기용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슈만 들끓었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설상가상 지난 22일 방송 이후 맹기용이 요리 블로거 꼬마츄츄의 오징어 소시지 레시피를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게 되었다. 


맹기용의 표절 여부를 떠나, 더 큰 문제는 제작진이 행하는 맹기용과 관련된 그 어떤 해명도 선뜻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앞서  <냉장고를 부탁해> 제작진은 지난 8일 방송 말미, 맹기용의 맹모닝과 관련된 논란을 적극 해명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되레 <맹기용을 부탁해>라는 비이냥만 얻게 되었다. 제작진과 시청자들과의 깊어진 골을 단순히 몇몇 시청자들의 편견과 오해로 단정짓기에는 일이 너무 커져버리고 만 것이다. 





이제 <냉장고를 부탁해> 하면 맹기용으로 귀결되는 부정적인 반응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현실에서, 과연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단순히 맹기용의 하차로 그의 출연으로 빚어진 갈등을 단순히 봉합하고, 특유의 유쾌하고도 명량한 분위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맹기용을 둘러싼 또다른 논란으로 시끄러워진 지금, 이제 오랫동안 <냉장고를 부탁해>를 애청해오던 시청자들에게 맹기용 논란으로 범벅이 된 프로그램을 진짜 부탁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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