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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디어 마이 프렌즈 4회. 사랑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슬픈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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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슬픈 드라마이다.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뺑소니로 사람을 친 친구 문정아(나문희 분)를 대신 죄를 뒤집어 쓰기로 결심한 조희자(김혜자 분)의 이야기부터, 서로 사랑하지만 피치 못할 이유로 이뤄질 수 없는 박완(고현정 분)과 서연하(조인성 분)의 관계까지. <디어 마이 프렌즈>에 등장하는 어느 인물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못한다. 




오랜 망설임 끝에 문정아와 조희자는 자수를 택했고, 박완과 서연하는 서로 이뤄질 수 없는 사이임을 재확인한다. 그래도 잘 될 수 있다는 일말의 여지를 줬으면 좋겠는데,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마저도 없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지배하는 정서는 체념이다. 다시 네게 돌아갈 수 없겠지만, 사랑을 하는. 지독하게 이기적으로 들리는 이 말이, 왜 이리 아프게 다가오는 것일까. 


노희경 작가의 전작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은 수려한 외모를 가진 잘나가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이다. 등장 인물 중 어느 누구도 순탄하게 살아가는 이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보듬고, 의지해가며 각자 가진 트라우마를 치유해 나간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재벌 2세가 나오긴 했지만,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또한 마음의 큰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관계를 맺으며,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한다. 




한국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노인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스스로의 자유를 꿈꾼다. 한 개인의 인생을 살기보다, 한 평생 누구의 며느리, 아내, 엄마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한없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문정아는 자신이 지은 죄를 반성 하기는 커녕, 자기 때문에 길에서 죽은 노인보다 자신의 인생이 더 불쌍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랬던 문정아가 자수를 결심한 계기는 단 하나 였다. 길에서 죽은 노인처럼, 자신도 길바닥에서 그렇게 죽어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문정아는 자수를 했고, 적어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어른이 되지는 않았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한다고. 




사랑하고 있지만, 공허한 말로만 끝나는 박완과 서연하의 관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모호한 사이로 남은 것도, 서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 그 이상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 두 사람이 겪어야할 난관과 장애를 감당할 수 없었던 박완과 서연하는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이상한 사이로 서로의 관계를 규정한다. 그런데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답답함만 호소하게 된다. 




허나 인생에 명확한 정답이 없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살고 있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주어진 생을 열심히 사는 것.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또 있겠나 싶다만,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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