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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가화만사성. 이필모만 불행한 이상한 가족드라마의 찜찜한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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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설정으로 눈총을 샀던 드라마의 마지막회는 언제 그랬나는 듯이 훈훈한 해피엔딩이다. 지난 21일 51부작으로, 종영한 MBC <가화만사성> 역시 이 패턴을 벗어나진 않았다. 다만, 막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현기(이필모 분)과 아들 죽음을 목도해야하는 어머니 장경옥(서이숙 분)만 행복한 결말에서 완벽히 빗겨나갔다. 




유현기의 죽음은 봉해령(김소연 분)과 서지건(이상우 분)의 재결합으로 이어진다. 1년이라는 텀이 있긴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비행기 안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던 유현기와 대비된다. 하긴 전남편 유현기와 사이가 틀어진 이후 봉해령의 마음 속에는 서지건뿐이었으니까. 유현기가 불치병에 걸린 이후, 봉해령이 유현기를 대하는 모습은 측은지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전 며느리 한미순(김지호 분)과의 요리대결에서 패한 이후, 홧김에 집을 나간 봉삼봉(김영철 분)은 다시 '가화만사성'과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잃었던 미각도 어느정도 되찾은 듯하다. 아내 배숙녀(원미경 분)과의 관계도 회복한 봉삼봉은 1년 뒤 아내와 결혼 40주년 기념 리마인드 웨딩을 올린다. 부케는 딸 봉해령이 받았다. 




그마나 다행인건 한미순과 봉만호(장인섭 분)과 재결합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봉만호는 아직도 미순과의 재결합을 원하며 그녀의 주위를 얼쩡거리고 있지만, 미순은 다시 '가화만사성'으로 들어오라는 삼봉의 제안도 거절하고, 혼자의 길을 열심히 개척하고 있다. 여기에 더 다행스러운 것은 연하남 최철수(안효섭 분)과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 둘 딸린 여자가 혼자 사는게 쉽지 않을텐데 하면서 걱정하는 어머님들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 하려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지만, 행여나 다시 전남편이 들러붙을까 불안한 구석은 많다. 


죽음을 맞이한 유현기를 제외하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고, 행복하게 잘 살게 된 <가화만사성>은 드라마 내내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고, 괴롭혀도, 마지막만 웃게 하면 된다는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을 보여주었다. 유일하게 웃지 못한 유현기와 그의 엄마 장경옥이 막판 그 누구보다 슬프게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드라마 내내 봉해령을 힘들게 하고 괴롭힌 죄값을 그대로 치루는 것뿐이다. 하지만 유현기가 그렇게까지 벌을 받아야하는 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봉해령을 냉대 하며 상처를 주었던 그의 행동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역시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로서 말 못할 아픔을 겪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유현기의 불치병 설정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 <가화만사성> 제작진은 끝내 유현기를 죽음으로 몰고갔고, 유현기-봉해령-서지건으로 이어지던 삼각관계는 자연스레 교통정리가 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봉해령을 놓아주려는 유현기의 멋진 모습을 강조하는 건 좋은데, 유현기 죽은 지 얼마 안되어서, 서지건에게 훅 가는 봉해령을 보자니, 아무리 그래도 10년 이상 같이 살았던 전 남편에 대한 예의는 없는 것 같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고 하지만. 하긴 언제부터 <가화만사성>이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드라마였던가. 의료사고로 죽은 아들의 집도의하고 사랑에 빠진 것 자체부터 모순에 빠진 드라마였기 때문에, 전 남편 죽고 나서, 바로 현 애인에게 마음을 돌리는 봉해령의 태도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가화만사성>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막장의 진수를 보여준 드라마는 그래도 마지막회, 가족의 중요성을 설파 하며 훈훈하게 막을 내린다. 그렇게 소중한 가족. 진작에 잘하면 좋으련만. 그래도 '가화만사성' 가족들은 유현기와 그의 어머니처럼 아들이 다 죽어갈 때쯤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들이 뒤늦게 얻게된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온갖 자극적인 설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드라마였지만, 아예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 늦게 후회하기 전에,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 잘 하라는 것. 그런데 이 주제는 다른 가족 드라마에서도 늘상 볼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부디 <가화만사성> 후속작이자, 손호준, 임지연을 앞세운 <불어라 미풍아>는 상식적인 가족 드라마 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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