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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미운 우리 새끼. 혼자사는 아들에게 쿨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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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파일럿 방영 이후, 지난 26일부로 정규편성된 SBS <다시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운 우리 새끼>는 혼자 사는 연예인 아들 일상을 보고, 그들 각각의 어머니들이 코멘트를 남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룬다는 점에서 동시간대 MBC <나 혼자 산다>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여기에 아들들의 생활을 솔직히 평가하는 어머니들의 중계가 펼쳐지면서, <미운 우리 새끼>는 기존에 없던 전혀 색다른 프로그램이 되어버린다. 




이 날 <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한 연예인 아들들은 지난 파일럿에도 출연한 김건모, 허지웅, 그리고 정규편성 이후 새롭게 합류한 박수홍이다. 어머니들의 눈에, 그 나이 또래들이 으레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었음에도, 여전히 미혼인 아들은 그 자체로 못마땅하다. 연예인으로 대성공을 거둔 아들이 돈이 아쉬워서 결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들은 여유롭게, 그리고 자기 방식대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아들들이 놀랍고도, 충격적이다. 


<나 혼자 산다>가 1인가구, 독신가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발맞춰,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리얼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면, <미운 우리 새끼>는 미혼인 자식이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뤘으면 하는 어머니들의 적극적인 욕망을 투영시킨다. 그리고 자식들의 자유 분방한, 지독하리 만큼, 깔끔한 생활을 이해 못하는 어머니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동안, 시청자들도 그들과 함께 맞장구 치면서, 화면 속 연예인들의 생활을 마음껏 ‘품평’한다. 




화면 속 자식들의 일상을 과감없이 평가하는 어머니들 때문에, <미운 우리 새끼>의 출연진들의 평소 생활 방식은 낱낱이 파헤쳐지고, 어머니들의 눈에 보이는 자식들의 독특한 행동들은 곧바로 그녀들의 깊은 한숨으로 피드백 된다. 그래서 <나 혼자 산다>에 나왔으면, 술 좋아하고, 남자 동료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고, 결벽증 때문에 깔끔하게 살고, TV보기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상으로 비추어졌을 장면들이,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어머니들의 근심 걱정을 유발하는 돌출 행동으로 다가온다. 


화면 속 자식들의 일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어머니들은 방송 내내 아들들이 빨리 결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는다. 이건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어머니들 뿐만 아니라, 미혼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공통된 바람,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머니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그녀들의 아들들은 지금으로서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며,  혼자서 재미있게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싱글로서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싶은 아들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식이 결혼하기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모두 담은 <미운 우리 새끼>는 서로 다른 생각과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충돌할 수밖에 없는 부모와 자식간의 간극을 보여 준다. 하지만 아들의 행동에 대한 어머니들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을 강조하면서, 자식의 입장보다는 어머니들의 입장과 그녀들의 가치관을 더 크게 부각시킨다. 




혼자살고 있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중계하고 있지만, 이를 측은하고, 때로는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어머니들의 시선을 더한 <미운 우리 새끼>는 어머니들의 솔직한 리액션 덕분에 리얼 다큐 예능과 스튜디오 예능이 가진 장점을 두루 가지게 된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SBS <자기야-백년손님> 또한 리얼 다큐 형식으로 촬영된 출연자들의 모습과, 이를 중계하는 스튜디오의 진행자들이 연이어 나오는 이원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아들들의 행동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미운 우리 새끼> 속 어머니들을 따라갈 수는 없다. 


아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결코 쿨하지 못하는 엄마들과 그러거나 꿋꿋하게 자신들이 살고 싶은 삶을 영위할 아들들은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대척점을 찾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나날이 증가하는 독신 가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 보다, 이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모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미운 우리 새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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