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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2주 연속 논란에 휩싸인 snl 코리아8. 사과뿐만 아니라 근본적 문제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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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이세영 성추행 논란으로 곤욕을 치룬 tvN <SNL 코리아 시즌8>(이하 <SNL 코리아 8>)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난 3일,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지난 3일 방영한 제14회 ‘마마무’ 편에서 극중 원로배우 엄앵란을 연상시키는 ‘김앵란’으로 분한 정이랑이 엄앵란 성대모사로 “나는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며 애드리브를 친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다. 어느덧 사과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SNL 코리아 8>의 해명처럼 정이랑은 올해 초부터 김앵란 캐릭터를 선보였고, 그녀의 신체의 일부를 희화화시키는 개그를 선보여왔다. 그리고 항상 별 문제 없이 넘어갔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앵란의 모티브가 된 엄앵란은 지난해 말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 한 쪽 가슴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정이랑의 ‘가슴 개그’는 유방암 투병으로 가슴 한 쪽을 절제해야했던 엄앵란 조롱 개그로 논란이 번지게 되었다. 


엄앵란의 개인사를 알지 못했다던 정이랑은 지난주 논란의 당사자 이세영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엄앵란의 유방암 투병 사실을 알았던지 혹은 몰랐던지 간에 <SNL 코리아 8>의 가슴 개그는 불쾌함을 유도한다. 그동안 정이랑은 수도 없이 가슴 개그를 해왔고, 왜 이제서야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지만, 정이랑이 패러디하는 인물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지 못한 <SNL 코리아 8>측의 부주의가 한 몫했다. 


만약 그동안 <SNL 코리아 8>이 별다른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다면, 엄앵란 혹은 유방암 비하 논란은 그들의 해명처럼 엄앵란의 개인사를 미처 몰랐던 정이랑의 무지가 빚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SNL 코리아 8>은 이미 ‘이세영 성추행 논란’이라는 대형 사고를 터트린 후였다. 지난주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연거푸 사과한 <SNL 코리아 8>은 지난 3일 방송 말미에 모든 크루(출연진)이 모여 머리 숙여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그 사과가 무색하게 <SNL 코리아 8>은 2주 연속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세영 성추행 논란에 대해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엄앵란 비하 논란만큼은 <SNL 코리아 8> 측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근간까지 뒤흔들었던 큰 사건을 겪었다면, 더욱 신중하게 방송에 임했어야한다. 그러나 이세영 성추행 논란에 대해서만 여러번 사과할 뿐, 정작 <SNL 코리아>가 근본적으로 가진 문제에 대해서는 살펴보지는 못한 <SNL 코리아 8>은 이세영 논란이 터진 전이나 후나 똑같았다.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정통 성인 코미디쇼를 지향해온 <SNL 코리아 8>은 성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야한 개그를 선보이고자 노력했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 출범 전 <SNL 코리아>는 야한 개그와 함께 날카로운 정치 풍자가 고루 섞인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3년 이후부터는 정치 풍자는 실종된 채 ‘섹드립(섹시+애드리브+야한농담)’만 남았다. 그나마 지난 11월 5일 방영분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을 전면으로 패러디하며 풍자의 신호탄을 다시 쏘는가 싶었지만, 이날 방송 이후 <SNL 코리아 8>에서 미미한 정치 풍자조차도 볼 수 없었다. 


개그의 근간을 이루는 풍자가 사라지다보니, <SNL 코리아>의 개그 코드는 야한 농담을 일삼거나 아니면 특정 신체 부위에 집중하는 쪽에 치중될 수밖에 없었다. 정치 풍자만 없었지 사회 풍자가 아예 없었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풍자와 해학이라기보다는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와 조롱으로 비춰지기 일수였다. 최근 <SNL 코리아 8>을 강타했던 두차례의 논란은 특정 크루의 부주의가 빚어낸 실수가 아니라 그동안 <SNL 코리아>에 쌓여있던 적체된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 뿐이다. 




이세영 성추행 논란만 하더라도 지난 26일 공개되었던 문제의 비하인드 영상뿐만 아니라, 이미 수차례 영상에서 이세영이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말리지 않았고, 문제라고 지적 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적지 않은 시간동안 방치 되었던 성윤리 불감증이 지난 26일에서야 터진 것 뿐이었다. 엄앵란 비하 논란은 지난 26일 논란과는 별개로 정이랑의 무지와 부주의로 국한시킬 수 있지만 그 이전부터 정이랑이 적극 활용해왔다는 ‘가슴개그’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한다. 성인들을 위한 개그 코드가 단지 자신의 신체를 희화화시키고 자칫 타인까지 비하할 수 있는 ‘섹드립’밖에 없는지. 2주 연속 사과하느라 바쁜 <SNL 코리아 8>에 간곡하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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