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수상 해프닝으로 화룡점정 찍은 대종상 영화제. 정상화는 언제쯤?

대리수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대종상영화제는 타 영화제에 비해서 유독 대리수상이 남발 했던터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상을 준다 해도 받는 사람이 안오는데 어찌할까, 대리수상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22일 열린 제55회 대종상영화제는 대리 수상의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 주먹구구식 운영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여러 해프닝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었던 건 영화 <남한산성>으로 음악상을 수상한 사카모토 류이치 대리 수상 장면이었다. 사카모토 류이치 이름이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 대종상영화제를 생중계하고 있던 TV조선 카메라는 상을 받기 위해 무대 단상으로 내려오는 한 여성을 비춘다. 그런데 갑자기 이 여성이 굉장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그녀가 본래 앉던 자리로 황급히 올라간다. 아니나 다를까, 무대에서는 이미 다른 여성이 등장해 상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간 여성의 이름은 한사랑. 본인을 탤런트 겸 가수로 밝힌 한사랑은 (미국에 체류 중이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사카모토 류이치를 대신해 상을 받으러 왔다고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사람들은 한사랑이 누군지 궁금해했고, 왜 영화와 큰 관련이 없어보이는 그녀가 상을 받으러 올라왔는지 의문을 가졌다. 알고보니 한사랑은 엄연히 영화제 주최 측으로부터 대리 수상자로 내정되어 무대에 오른 것이었고, 한사랑은 그저 영화제 측의 제안에 응했을 뿐이었다. 

참으로 기묘한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에 의하면, 영화제 측은 시상식 직전까지 <남한산성>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아 부득이하게 한국영화음악협회의 도움을 요청해 한사랑을 음악상 대리 수상자로 결정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제 당일 상을 받기 위해 내려갔다가 한사랑 때문에 다시 자리에 앉아야했던 <남한산성> 제작사 싸이런 픽쳐스 김지연 대표는 시상식이 열리기 전부터 대종상에 참석 의사를 밝혔고, 대리 수상 방식에 대해서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은 건 대종상 측 이라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확인 관계를 떠나서 이날 대종상영화제 생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을 난감하게 하는 것은 생중계를 맡은 TV조선 측 역시도 음악상 대리 수상자가 누구인지 몰랐던 것 같다. 음악상 수상자가 호명되는 순간, TV조선 카메라가 팔로잉한 것은 상을 받기 위해 단상으로 내려오는 <남한산성> 제작사 김지연 이었고, 덕분에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리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간 것에 당황하는 김지연의 얼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힐 수 있었다. 대종상 정도의 규모의 행사를 생중계 한다면 최소한 행사 주최 측과 생중계 담당자 간에 누가 상을 받고 그(녀)의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 대략적인 이야기라도 오고 갔을 것 같은데, 음악상 대리 수상 해프닝만 놓고 보면 영화제 측과 생중계 담당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듯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엔 대종상영화제를 폐지하는 것이 낫겠다는 강경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사실 대종상 영화제의 어처구니 없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굳이 1996년 애니깽 사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52회 영화제에서 보여준 파행 진행, 주요 영화인, 배우들이 대거 불참한 53회, 54회 영화제만 놓고봐도 대종상은 이미 대한민국의 주요한 영화제로서 대중들의 신망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작년에 열린 55회 영화제에서 후보에 오른 주요 감독, 배우들의 대거 참석과 무난한 수상결과를 보여주며 정상화의 길을 걷는가 싶었지만, 또다시 올해 시상식에서 보여준 파행 운영으로 모두에게 상처만 남은 영화제로 남게 되었다. 과연 언제쯤 대종상 영화제는 모두에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상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 자꾸 의문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