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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사수' 언론에 나오지 않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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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사수>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에도 사측의 노조탄압 움직임은 종종 있었지만 2011년 대규모 파업 투쟁과 파업에 적극 참여한 노조원들의 징계 해고 사건 이후, 회사와 해고 노동자들간의 갈등은 더욱 결렬해 진다. 

당시 해고 당한 노동자들은 즉각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고, 복직을 위한 여러 움직임에 돌입했지만 사측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리한 싸움 중 2016년 3월 노동조합의 대의원 중 한 명 이었던 한광호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남은 노동자들은 복직 투쟁에 한광호 열사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그의 장례도 미룬 채 죽은 한광호 열사를 앞세워 거센 투쟁에 돌입한다. 


죽은 동료의 죽음을 투쟁에 적극 활용하는 이들의 선택은 그리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에는 아예 한광호 열사의 가족 이기도 한 국석호 씨의 입에서 ‘시체팔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11월 22일에는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회사 임원에게 폭력을 휘두른 불미스러운 사건도 발생했다. 영화에도 종종 등장하긴 했지만, 유성기업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보통 사람들의 상식선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회사와 끝이 보이지 않는 복직 투쟁을 이어왔기 때문에, 회사 간부를 폭행한 노동자들의 잘못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8년동안 진흙탕 싸움처럼 지속된 유성기업 문제는 지난 22일 발생한 폭행 사태 가해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말끔히 해결되지 않는다. <사수>에도 등장한 이야기이지만, 지난 2017년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이사가 직장폐쇄와 노조탄압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받아 법정구속까지 받은 사건이 있었지만,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의 탄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성기업 해고 노동자들의 7년간의 투쟁을 기록한 <사수>는 사측의 노조탄압과 해고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망가지고 피폐해 졌는지 가감없이 보여 준다. 때로는 그 가감없는 솔직한 장면들 때문에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도 처음부터 거칠고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지난 7년여간의 싸움 동안 유성기업 해고 노동자들 대다수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게 되었고, 우울증,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적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측과의 투쟁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환경, 노동자에 대한 부당대우, 노조파괴가 만연한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인간 답게 살기 위해 싸우고, 그들의 삶을 걸고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 그리고 그들의 힘겨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시선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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